[뉴스핌=박민선 기자] "이번달 저희 수익률 자료입니다. 보시다시피 A사보다도 더 좋은 성적으로 나왔습니다"

얼마전 식사 자리에서 만난 한 투자자문사 대표가 준비해 온 종이 몇장을 불쑥 내밀며 모 증권사에서 판매하고 있는 자사 상품의 최근 수익률에 대한 홍보(?)를 시작했다.
자료에는 20여개 자문사들의 최근 수익률 자료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의 말대로 이 자문사의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
이러한 경우를 최근 들어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자문형 랩 시장이 급성장세를 보였던 불과 몇개월 전과 비교했을 때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소형 자문사 대표들의 경우 주식운용은 물론 기관 등의 자금 유치를 위해 직접 영업을 감행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여기에 직접 언론을 대상으로 한 홍보까지, 역할이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그만큼 '생존'을 위한 소형 자문사들의 전쟁이 치열해졌다는 얘기일 것이다.
◆ 랩 시장 성장세 둔화...'대형사로 집중'
업계 관계자들은 이같은 상황의 배경으로 랩 시장 성장 둔화와 더불어 대형자문사로의 집중화 현상을 꼽는다.
현재 자문형 랩 시장은 지난해 연말을 기점으로 성장세가 한층 주춤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증권사들은 불과 두세달 전까지만 해도 자문형 랩에 대한 상품 다양화를 통해 새로운 수익원으로 키운다는 전략을 앞다투어 내놓았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각종 제재 강화로 인한 위축과 변동성 장세에서 수익률 방어에 실패한 자문사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특정 자문사로의 쏠림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기존에 자문형 랩을 통해 재미를 봤던 투자자들은 기존에 몇개의 자문형 랩 상품에 분산투자를 함으로써 수익률 검증을 거친 데 비추어 재가입하는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신규 고객의 증가세가 이전보다 한층 감소하면서 이들의 추세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가히 절대적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에서 판매하는 상품들의 경우 투자자마다 투자기간이 천차만별이지만 기존 고객의 재가입비중이 신규고객 증가에 비해 높은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신생사들의 경우 소위 말하는 '스타 매니저' 출신이 창업한 경우가 아닌 이상 자문형 랩 시장에서 투자자들에게 어필하기는 더 어려워졌다는 얘기들을 많이 한다"고 전했다.
또한 대형사로의 집중화 현상도 이들을 고민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언론 등을 통해 자주 노출되는 대표적 대형사들에 대한 투자자들읜 선호가 짙어지면서 자문사 시장에도 '빈익빈부익부'를 낳고 있는 것이다.
한 신생 투자자문사 운용 매니저는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투자자들과 기관 등을 대상으로 발품을 팔고 있지만 녹록치 않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또다른 자문사 관계자도 "수익률은 좋게 나타나고 있지만 인지도가 높지 않다보니 비슷한 성과일 경우 증권사 창구에서 판매할 때 대형사에 비해 밀린다고 하더라"고 말해 인지도 향상에 '고군분투'할 수밖에 없음을 호소했다.
실제 브레인투자자문의 경우 계약잔고가 4조원대에 육박해 자문형 랩 전체 시장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케이원투자자문, 창의투자자문, 레이크투자자문 등 상위권 자문사들을 포함하면 전체의 80% 이상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자문사들이 머지않아 옥석 가리기에 들어갈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현재 금융위원회에 등록된 투자자문사는 140개를 훌쩍 넘긴 상황.
업계 한 관계자는 "워낙 자문사가 많이 생기다보니 창업부터 시장의 이목을 이끌 이슈를 생성해내지 못하는 이상 고객층을 추가로 확대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큰 것이 사실"이라며 "이러한 현상이 결국 자연스럽게 수익률과 재무건전성 등으로 이어져 시장이 정리되는 상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이 관계자는 "랩 시장의 경쟁에 함께 뛰어들기보다는 헤지펀드 시장에 대한 준비 등으로 다음 패턴을 대비하는 것 역시 하나의 방안이 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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