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박민선 기자] "몇몇 종목에 집중된 투기적 거래의 위험성을 시장은 망각하고 있다"
미래에셋그룹 박현주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강조한 말이다. 시장은 박 회장의 이 발언이 소수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투자자문사들의 투자패턴을 꼬집음으로써 그의 '소신'인 분산투자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박 회장의 '분산투자'는 자산별 비중의 고른 분산과 다양한 상품에 대한 '분산'의 개념에도 해당하지만 한 상품당 50~70개의 종목을 담는 펀드에 대해서도 해당되는 개념이다.
즉, 소수 종목에 집중하는 자문형 랩보다는 다양한 종목에 분산투자를 하는 펀드가 가입함으로써 상대적인 저리스크 관리를 하라는 얘기다.
하지만 최근 자산운용업계의 흐름을 보면 펀드의 분산 투자 전략이 상당부분 도외시 되고 있어 경계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자산운용사들이 내놓은 신상품들의 60~70% 가량은 목표전환형펀드 및 압축형 펀드가 차지할 만큼 이들 상품에 대한 집중도가 높다. 일부 자산운용사들은 최근 압축 펀드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인사개편을 단행하는 등 집중투자형 상품 개발에 대한 기조를 유지해나간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8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재 목표전환형펀드는 총 106개로 1조 1581억원의 설정액을 기록 중이다.
현재 한국투자신탁운용이 판매중인 '한국투자 압축포트폴리오 프리미어 목표전환형펀드'도 집중 투자를 통한 초과수익률 달성을 추구하는 상품이다. 24개 내외의 포트폴리오 집중을 통한 수익 구조를 갖고 있어 일반 펀드 대비 절반 이하의 종목수를 중심으로 운용한다.
또 지난해 8월 출시된 '산은2020펀드'도 압축펀드의 하나로 주력제품 기준 내수시장 점유율 30% 이상 또는 해외시장 점유율 5위권 이내 업체를 투자대상으로 한다. 편입 종목수는 평균 30개 수준.
그외 '하나UBS 포커스 포트폴리오 주식펀드', 'JP모간 코리아 트러스트 주식펀드', 'FT포커스펀드', '삼성코리아소수정예펀드' 등도 이에 속하며 편입종목은 적게는 20개, 많게는 30개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미래에셋자산운용 역시 이같은 흐름에서 자유롭지 못한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해 5월, 1년만에 선보이는 신상품으로 '미래에셋 엔터프라이즈 주식형펀드'를 선택했다. 이 펀드는 거래소시장 혹은 코스닥시장에서 직전년도 말 기준업종 내 시가총액이나 매출액 기준 상위 5위 이내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상품으로 편입 종목수 역시 다른 펀드들과 유사하다.
◆ '닮은꼴 랩', 현명한 선택일까
운용업계 관계자들은 이들 펀드가 실제 자문형 랩과 운용상의 특성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데 동의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랩 상품에 대한 대응 성격으로 나온 상품들이기 때문에 사실상 펀드와 랩의 기본적인 차이를 제외하고는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운용시장에서 자문형 랩이 인기를 끌었고 운용사들이 이를 본 따서 압축형 상품을 만들었다"며 "이후에는 자문사들이 목표전환형펀드를 본 따서 스팟형을 출시하는 등 양쪽 시장이 서로 모방하는 흐름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운용사 관계자도 "이들 상품은 압축의 정도가 랩보다 덜 하다는 정도 외에는 펀드의 기본 성격인 다양한 종목 투자라는 부분은 많이 약해진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지속적인 유출로 몸살을 앓아온 운용업계에서는 최저가입금액의 한도 때문에 자문형 랩에 가입하지 못하는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압축형 상품 시장이 그나마 숨통을 틔여줄 틈새시장이라는 판단인 것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자산운용사들이 시장의 흐름과 랩 상품의 여파에 일정부분 '항복'한 셈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증시가 2000선까지 오르는 과정에서 펀드의 수익률이 랩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었는데 이유를 따져보니 결국 가는 종목들을 더많이 편입하지 못하는 포트폴리오에 있었다"며 "지난해 28조원 가량이 국내펀드 시장에서 빠져나가는 타격을 입으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평가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펀드와 랩의 투자층 성향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최근 분위기로는 랩에 대한 열풍이 강했기 때문에 기존 것만 고수하고서만 변화를 넘기기에는 운용사들로서도 부담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한 투자자문사 관계자는 "펀드는 많은 종목을 편입시킴으로써 시장 수익률을 일정 수준 반영하는 특징이 있었지만 압축형 상품의 경우 오히려 운용 능력에 따른 수익률 경쟁의 살얼음판으로 한발 더 나오게 된 셈"이라며 "'고육지책'이었겠지만 운용 성과가 누적될수록 운용사에게는 이전보다 리스크가 커지는 독이 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덧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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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박민선 기자 (pms071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