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택담보대출 만기 짧고 일시상환·변동금리 위주 흡사
- "빚 비중, 중상위층이 70%넘더라도 외부충격엔 속수무책"
[뉴스핌=한기진 기자] 가계 빚 규모가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755조원에 이르자 총액도 총액이지만 부채구조 자체가 1930년대 미국 대공황 발발 직전과 흡사하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가계 빚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이 단기(5년 만기), 대부분 변동금리, 만기 일시상환 등의 구조가 비슷하다는 것이다. 심지어 LTV(담보인정비율) 50%인 것도 그때와 유사한 점으로 꼽힌다.
왜 이 같은 상황이 우려해야 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설사 당시와 같은 대공황 만큼은 아니더라도 태풍급 위기가 닥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경제시스템 전체가 일시적으로 큰 충격을 받아 신용경색이 유발되면 차환(Refinacing) 그물구조가 붕괴되면서 가계 도산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질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저소득층 중심의 부실화 가능성이 있고 외부충격시 차환 위험에 약 60%가 일시상환 위험에 노출될 것이란 지적이 나올 정도다.
◆ 원금·이자 같이 갚는 사람 2할 뿐, 나머지는 빚 이고 살아
20일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 빚의 65%(2009년말 기준)를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의 만기는 2009년말 현재 13.7년(약정만기 기준)이다. 미국 27.4년, 일본 25.6년보다 훨씬 짧다. 같은 기간 원리금 상환방식은 만기일시 상환방식 비중이 42.8%다. 변동금리부 비중은 92.7%로 미국 16.8%, 일본 34.2%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잔액 273조원(6월말 기준) 가운데 원금과 이자를 함께 분할상환 중인 금액은 55조원으로 20.2%에 불과했다. 전체의 79.8%에 달하는 217조원은 만기 일시상환 중이거나 거치기간이어서 원금을 한 푼도 갚지 않고 있는 대출금이었다. 이 가운데 만기 일시상환 대출액은 115조5000억원으로 42.3%, 거치기간인 대출액은 102조4000억원으로 37.5%를 차지했다.
특히 만기 일시상환 대출의 만기연장률은 6월말 현재 94.4%여서 대부분 대출자들이 만기가 도래하거나 거치기간이 끝나도 만기를 연장하는 방식으로 대출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가격이 장기간 하락시, 은행들이 만기 연장을 해주지 않을 경우 가계 빚이 일시에 위험해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금융연구원 장민 연구실장은 “미국의 경우도 전체계층이 아니라 일부계층에서 발생한 위기가 확대된 것”이라며 “DTI는 중소득계층에 많은 영향을 주므로 규제 완화로 가계부채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 “만기 장기화 등 주택금융 선진화 시급”
이처럼 짧은 만기, 변동금리, 일시상환(43%), 낮은 LTV 구조는 대공황 직전의 미국 모기지 시장의 모습과 크게 닮아있다.
당시도 모든 대출이 5년 만기의 단기대출, 만기 일시상환 구조에, 대부분 변동금리로 LTV도 50%가 적용됐었다. 모두 차입자가 금리 및 주택가격 변동 위험을 모두 떠안는 형태다. 대공황이 불어 닥치자 리파이낸싱이 불가능해지면서 가계의 도산이 속출했다. 당시 주택자산의 10%가 압류당했다.
이에 따라 신용대출 비중이 30% 내외로 경기부진 장기화, 소득불균형 악화시 저소득층 및 저신용등급 중심의 부실화 가능성이 있고 외부충격에 따른 차환 위험에 약 60%(일시상환) 노출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 김현정 연구실장은 “금융기관의 낮은 연체율과 LTV비율 및 4~5분위 소득계층이 부채의 70% 이상을 보유하는 등 외형적인 안정성에도 외부충격에 취약한 구조”라며 “만기 장기화, 원리금 분할상환 방식 보편화 등 주택금융 선진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물론 우리나라 금융감독당국이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참여정부 시절 금융감독기구는 앞장서서 주택담보대출 만기 장기화와 변동금리부 축소 등을 독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새 정부 들어서는 이런 노력을 기울일 겨를 없이 신용도가 약한 중소기업대출 확대에 이어 서민 신용대출 확대를 위해 재원을 동원하는 구조로 흐르면서 신용도 하위층에까지 빚 규모 증가가 확산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