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변명섭 기자] 신한금융지주의 최고경영자(CEO) 연봉이 금융권의 전반적인 삭감추세에도 불구하고 1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금융위기가 발발한 지난 2008년 연봉이 오히려 급격히 늘어났고 지난해 삭감되긴 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08년, 향후 연봉 삭감을 대비해 미리 연봉 수준을 올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배영식 의원이 각 금융회사들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신한지주 라응찬 회장은 지난해 급료와 성과급 활동수당을 포함해 연봉이 10억 5200만원에 달했다.
현재 직무정지 중인 신상훈 사장 역시 9억 8200만원을 기록했다.
최근 5년간 연봉이 가장 높았던 시기는 2008년으로 라응찬 회장과 신상훈 사장은 급료와 성과급, 활동수당을 포함해 13억 7500만원과 12억 8500만원을 각각 수령했다.
라응찬 회장의 경우 2007년에 비해 2008년에 급료가 35.7% 급증했고 성과급은11% 증가했다. 활동수당은 소폭 줄어든 정도다.
신상훈 사장 역시 2007년과 비교할 때 2008년 급료는 37.6% 크게 늘어났고 성과급은 12.4% 늘었다.
이들은 2009년들어 금융위기 여파로 인해 실적이 부진해 성과급이 줄고 연봉을 자진해서 30%를 삭감했지만 연봉수준이 여전히 10억원을 넘어서거나 육박해 지나치다는 평가다.
실제로 라 회장과 신 사장은 연봉이 2005년부터 2007년까지 3년간 급료가 동결되고 성과급이 줄어드는 등 2008년 임금인상 요인이 발생했다.
그렇다하더라도 2007년 중후반부터 감지된 미국발 서브프라이 모기지 사태 등 금융위기 등에 충분히 대처하지 못하고 2008년 과하게 CEO 연봉수준을 올렸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배영식 의원측은 향후 연봉 삭감 등에 대비해 2008년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연봉을 미리 대폭 올렸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008년 국책은행 금융기관 CEO의 연봉이 지나치게 높다고 판단해 연봉 50%를 삭감하기로 결정했고 산업은행장의 경우 2007년 기본급 3억 5000만원에서 2008년 1억 6000만원으로 54.3%나 줄었다.
국책은행장의 연봉이 대폭 삭감되는 추세 등 시중은행의 경우도 삭감추세에 동참했던 시기에 맞춰 향후 줄어들 연봉을 감안해 2008년 연봉을 미리 올려놓았다는 것이 배 의원측 주장이다.
배영식 의원실 관계자는 "2008년 연봉수준이 전년에 비해 크게 올라갔는데 이는 금융권 연봉 삭감추세를 감안해 미리 올려놓았을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아직 조사 중에 있지만 신한지주를 비롯해 시중은행 CEO 등의 연봉이 과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중소기업 등에는 지나치게 높은 대출금리를 적용하면서 금융 CEO가 이같은 연봉 수준을 기록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반면 신한지주는 연봉수준은 연초에 결정되는 것이어서 연봉을 미리 올려 놓았다는 것은 결과론적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신한지주 관계자는 "연봉은 이미 연초에 결정되는 것으로 삭감을 감안해 미리 올려놓는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라며 "2008년 하반기에 발발한 금융위기를 미리 알고 연봉을 결정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임금이 동결돼 2008년에는 연봉을 올려야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변명섭 기자 (bright071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