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핌=이강혁 기자] 박문덕(사진) 하이트맥주 회장은 재계에서도 손꼽히는 오너경영 대표주자다. '하이트'가 국내 수성의 주류 브랜드로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비결이기도 하다.
'하이트'란 회사가 귀에 익숙한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998년부터 하이트맥주란 사명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선 조선맥주, 크라운맥주 등이 모두 전신이다. 2005년 8월에는 국내 최대 소주업체인 진로를 인수해 하이트-진로그룹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 종합주류전문기업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하이트맥주는 현재 지주회사인 하이트홀딩스(주)를 중심으로 하이트맥주(주), (주)진로, 하이트산업(주), 하이트주조(주), 하이트주정(주) 등 국내외 23개의 계열회사로 구성되어 있다.
◆ 소비자와 눈높이를 맞춰라
업계에서는 하이트의 성공비결로 '소비자의 눈높이를 맞춘 마케팅'과 이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뛰어난 오너의 능력'을 꼽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6명이 마시는 맥주 브랜드가 바로 '하이트'다.
단적으로 하이트의 마케팅 전략은 정평이 자자하다.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집어내고 만족도를 최상으로 이끌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바로, 박문덕 회장의 '눈높이 경영' 산물이다.
국내 처음으로 지하 150m 천연암수를 맥주 제작에 도입한 것을 비롯해 맥주가 가장 맛이 좋은 온도를 찾아내는 물마크 온도계 부착, 시작장애인을 위한 점자맥주 개발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고객 선호도 변화에 따라 꾸준히 제품 리뉴얼도 해오고 있다. 원료를 더욱 보강하는 콜드존(Cold Zone) 여과공법과 산소차단 시스템(Air Blocking System) 등 새로운 공법을 도입해 품질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고 있다.
또한 한국인의 구강구조에 맞게 알루미늄 캔의 음용구를 확대한 이른바 '하마캔' 시판, 젊은층을 겨냥해 국내 최초로 마개를 돌려 따는 맥주 '엑스' 시판, 흑맥주 '스타우트' 출시, 100% 순수 보리맥주 '하이트 프라임' 시판 등 끊임없는 신제품 출시도 눈높이 경영의 결과물이다.
이런 전략은 소비자들에게 완벽하게 통했다. 단적으로 지금까지 판매된 하이트맥주의 판매수량이 이를 잘 보여준다.
출시 후 16년 8개월이 되는 지난해 말까지 하이트의 누계 판매량은 약 250억병(500㎖)에 달한다. 단일브랜드로는 주류를 포함한 국내 식음료 중 가장 많은 양이다. 250억병이란 수치는 출시 후 매월 1억2500만병, 매 초당 48병이 팔린 꼴이다.
◆ 위기에서 빛난 영업통
박 회장이 이 같은 눈높이 경영을 전개하게된 것은 그가 '영업통'이라는 점이 한 몫한다. 이는 위기의 순간에 더욱 빛을 발했다.
일례로, 박 회장이 영업담당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취임한 1991년 3월 1일, 취임과 때를 맞춰 신제품 '마일드'가 출시됐다. 그로부터 17일 후, 경쟁사를 위기에 몰아넣은 낙동강 페놀사건이 발생했다. 덕분에 마일드는 한동안 페놀사건의 반사이익을 누렸으나 다시 이전 상태로 돌아갔다.
이어 소주업계 부동의 1위인 진로가 맥주시장에 뛰어든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당시 하이트맥주 내의 분위기는 진로가 맥주업계에 진출하는 상황에서 그냥 손을 놓고 있다가는 그야말로 언제 문을 닫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팽배했다고 한다.
박회장은 급기야 총체적 위기에 빠진 하이트맥주의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회사의 사활을 건 프로젝트로 '마지막 신제품 개발'이라는 결단을 내렸다.
이에 따라 1992년 5월 처음으로 마케팅 부서를 신설하고, 신제품 개발을 위한 준비작업에 돌입했다. 하이트맥주 측은 당시의 분위기에 대해 "경쟁사와 철저히 차별화되지 않은 제품으로는 난국을 돌파하기 힘들었기 때문에 모든 것을 차별화해야 한다는 것이 최대 과제였다"고 회고했다.
이와 같은 노력의 결과 1993년 5월 회사의 운명을 바꿔놓을 '하이트'가 탄생했다. 하이트맥주는 신제품을 론칭한 3개월 후 초기 구매 실상을 파악하고 중간 수정 전략 수립에 필요한 기초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소비자 구매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약 16일간에 걸쳐 이루어진 이 조사를 통해 재구매 및 재음용율이 90%이상으로 하이트의 시장진입은 매우 성공적인 것으로 조사 분석됐다.
이에 따라 하이트맥주의 모든 임직원들은 신제품 알리기에 총력을 다했다. 전 직원이 오전에 업무를 종료하고 오후에는 팀을 구성해 서울 전역의 소매점을 일일이 방문하는 등 제품 홍보에 나섰다. 대대적인 마케팅 프로모션도 함께 진행됐다.
이후 하이트맥주는 기록적인 매출신장을 기록하며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하이트맥주의 전 임직원은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신제품 알리기에 나섰고, '계란으로 바위를 치겠다'는 각오로 경쟁사의 아성에 도전해 시장판도를 바꿔놓았다.
◆ 선대 '장인정신'과의 조화
하이트맥주는 1993년 출시 3년 만에 맥주시장 1위에 올랐다. 이후 15년째 국내 맥주 1위의 지위를 이어오고 있다. 1993년 30%에 불과했던 하이트맥주의 시장점유율은 1996년 43%, 2000년에는 53%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하이트맥주의 지난해 국내 맥주시장 점유율 60%대에 육박한다.
하이트-진로 그룹은 현재, 맥주와 소주, 양주에서 생수에 이르기까지 '마시는 물'과 관련된 모든 것을 취급하는 종합주류전문기업으로 100년 기업을 향해 가고 있다.
'장인정신' 기업가로 손꼽히는 고 박경복 명예회장의 '현장주의'와 마케팅을 강조하는 '영업통' 박문덕 회장의 경영능력이 조화를 이룬 것이 이 같은 하이트 성공의 중요한 비결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1950년대 동양맥주(OB맥주)에 1위를 내줬던 하이트맥주가 1990년대 후반 재역전에 성공한 것은 33년을 한결같이 현장경영과 마케팅을 강조한 오너의 힘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이트맥주 한 전직 임원은 "박 명예회장의 경우 30년 넘게 서울본사와 홍천, 마산, 전주 공장을 1주일 단위로 거르지 않고 찾아다닌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며 "박 회장은 이런 선대의 현장주의를 이어받고, 여기에 마케팅부서 신설 등 마케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소비자와의 눈높이를 맞춰 나갔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