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인 투자라고는 하지만 당분간 뾰족한 대책이 없어 '무모한 투자' 또는 '국부 손실', 더 나아가 '국부펀드'로서 자격이나 수준을 갖췄느냐는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Temasek)의 투자 손실도 이미 20억 달러가 넘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상당수 나라들의 국부펀드나 기관의 투자 손실액이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주가 하락에 따라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태다.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상업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메릴린치의 보통주를 자사주 0.8595주 비율로 전환하는 통합 절차를 완료했다.
이에 따라 KIC가 보유하고 있던 메릴린치 보통주도 모두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보통주로 전환되었다.
KIC는 지난해 메릴린치에 대한 20억 달러 투자로 보유하던 우선주를 주당 27.5달러에 보통주로 전환, 모두 7224만 3217주를 보유하고 있는 상태였다. 공사 측은 당시에 보도자료를 통해 "배당수익을 제외한 KIC의 메릴린치 투자 손익 분기점은 기존의 주당 27.5달러로 낮아졌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번에 0.8595주의 뱅크오브아메리카 주식으로 전환하면 모두 6209만 3045주가 된다. 지난 8일자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뉴욕시장 종가는 13.54달러. KIC의 보유주식 시가 평가액은 약 8억 4074억 달러 정도다.
이는 지난해 전환 당시인 7월 25일자 종가 27.5달러를 적용한 메릴린치의 지분 가치 총 19억 8669억 달러와 비교할 때 약 11억 4600억 달러의 시가평가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9일 서울 외환시장 거래 결과 산출된 기준환율 1329.30원을 적용할 때 원화로 1조 5233억원에 달한다.
뱅크오브아메리카가 메릴린치를 인수한다고 밝혔을 때 시세보다 70%나 높은 주당 29달러에 인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일부 KIC 관계자나 여타 투자자들은 같은 조건에 뱅크오브아메리카에 메릴린치의 지분을 넘기면 주당 1.5달러의 시세 차익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상황은 급격하게 변화됐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주가는 지난해 9월에 30달러 선을 훌쩍 넘어서며 10월 급락 직전까지 40달러 선에 더 가깝게 오르기도 했지만 이후 폭락에 폭락을 거듭해 11월에는 10.01달러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 "우리 결정 밖의 일.. 뾰족한 수 없어"
상황이 이런데 기획재정부 산하 기관으로 정부와 한국은행의 외화자산을 위탁운용하고 있는 KIC의 입장은 어떤 것일까.
KIC 진영욱 사장은 지난해 취임 이후 9월 기자간담회에서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주당 29달러 선에서 주식을 매입하기로 했다는 기사가 나기도 했는데 이는 아직 확실치 않고 주당 29달러로 할지 3개월 주가 평균으로 할지 결정되지 않았다"며 "어느 조건으로 교환하느냐에 따라 수익률 등이 달라지고 우리로서는 어떻게 결정될 지가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그 이후 KIC는 별다른 '전략적 협상'을 못하고 그대로 메릴린치 지분을 보유하다가 이번에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주총 결정을 따라 0.8595주 비율로 주식을 전환하게 된 것이다.
이와 관련 KIC 관계자는 "뱅크오브아메리카 주식으로 약 6200만 주를 보유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해주었다.
그는 "당장 어제 주가로 시가 평가하면 그 정(11억 달러 이상) 미실현 평가 손실이 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전략적 투자이다 보니 매일 변화되고 있는 주가에 따라 손실을 계산하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보유 만기가 있거나 한 것은 아니며, 지속적으로 뱅크오브아메리카 등과 접촉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공개할 수 있는 복안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전략적 제휴라는 면에서 남아 있는 과제가 있고 메릴린치와 뱅크오브아메리카도 이제 조직적인 통합 등의 문제가 남아 있어 아직 향후 전망에 대해 뭐라 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결론만 보자면 전략적 투자이니 그냥 당분간 보고 있겠다거나 별다른 뾰족한 수가 없다는 말로 들린다.
지난해 진영욱 KIC 시장은 메릴린치에 대한 20억 달러 투자는 총 투자운용액의 10% 미만이라 큰 규모가 아니라고 하면서, "단순히 포트폴리오 투자라면 10% 투자가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메릴린치 투자는 재무적 투자가 아닌 전략적 투자라는 점에서 다르다"고 언급한 바 있다.
KIC의 메릴린치 투자는 지난해 국감에서 재정위 의원들의 질타 대상이 됐다. 그러나 당시 미실현 평가 손실액은 지금과 비교하면 절반도 되지 않았다.
한편 기획재정부는 올해 KIC에 대한 위탁 운용자산을 298억 달러로 50억 달러 더 늘리기로 했다. 또 KIC법 개정안을 통해 '위탁자산을 외국에서 외화표시 자산으로 운용해야 한다'는 조항을 없애 국내 주식과 부동산 매입도 하도록 법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