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흑자만에 수익악화 징후
- 부족한 협상력…가맹점간 수수료격차 빌미 제공
‘언제는 카드 쓰라더니 이젠 현금 결제하면 깎아준다고 하고,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하나’
현금구매하면 물건값을 할인해주겠다고 하고 있고, 가맹점간 수수료체계를 합리화하겠다는 이유로 수수료 인하압박강도를 더해가는 식의 시장논리와는 거리가 있는 정책이 나오고 있다.
기름값 고공행진으로 주유소들은 수수료부담이 커졌다며 인하압박 공세를 펴자, 금융당국은 카드사 구조를 바꾸겠다고까지 한다.
신용카드사가 외톨이가 돼 가고 있다. “실제 사정은 그렇지 않다”라고 고충을 호소할 상대도 없다.
혹시 모를 여론의 역풍이 두렵고 서민경제활성화의 수단 중 하나로 수수료인하를 만지작거리는 정부의 뜻을 거스를 수는 더군다나 없어서다.
◆ 하반기부터 수익감소 예고..과당경쟁 '옛말'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용카드사들의 상반기 흑자기조가 계속되고 있고 하루 1000만건 이상 결제되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우선 수익성 악화가 뚜렷해졌다. 업계가 걱정하는 것도 이 대목으로 흑자가 난건 최근 3년 정도인데, 벌써부터 수익성이 나빠지면 곤란하다는 것이다.
영업이익은 1조3461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3822억원) 대비 1.9% 감소했다.
마케팅비용, 대손상각비 등 영업비용이 1조296억원 증가해서라는 게 업계도 인정하는 바다.

하지만 최근 과당 경쟁이 줄어들고 있다는 게 업계의 해명이다.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리스크관리에 중점을 둘 수 밖에 없는 상황이고, 지난해 단행한 수수료 인하 효과가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기 때문에 업계 스스로 자제할 수 밖에 없는 게 사실.
매출이 늘어난 것도 자세히 뜯어보면 잠재부실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살림살이가 빠듯해진 사람들이 신용카드 결제를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감독기관도 하반기에는 조달비용 증가, 수수료 인하 효과 등으로 수익감소를 예고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적인 수수료 인하압박이나 현금할인제 추진 같은 것은 업계의 시름을 더 커지게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 이익단체•정부…숨쉴새없이 카드사 포위
현금할인제는 실효성 자체가 의문시되는 황당한 방안이란 게 업계 안팎의 지적이다.
우선 가맹점을 현금결제시 가격할인을 하도록 강제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상 카드 가맹점은 카드로 거래한다고 해서 물품의 판매, 용역의 제공 등을 거절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가맹점이 굳이 선택사항인 현금할인을 해줄 필요가 없는 셈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검토사항으로 올려놓았을 뿐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현금으로 결제하면 반드시 깎아주라는 식의 도입은 쉽지 않다는 것을 방증하는 셈이다.

미래에셋증권 이창욱 애널리스트는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평균 2.2%)만큼 현금결제 시 할인을 제공하는 현금결제 할인제는 신용카드 사용에 따른 편의성이나 금전적 혜택 수준을 감안하면 일시불 매출 감소규모가 미미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결국 향후 추가적인 정책 수단이 나올 수 있어 위험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업계가 크게 우려하는 것은 카드전표(카드영수증)만을 전문적으로 매입하는 회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즉 현재 카드사(발급, 전표매입), 고객, 가맹점 등 3단계 구조로 돼 있는 것을 카드전표매입사를 추가, 4단계로 만들어 근본적으로 카드산업을 바꾸는 조치인 셈.
경쟁을 유발시켜 수수료를 낮추겠다는 게 정부의 의도지만, 실제 결과는 그렇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미국의 사례를 참조한 방안인데, 현재 미국에는 카드발급사가 2800여곳, 대형 매입사는 10여곳에 이른다.
미국에 매입사가 존재하는 건 카드사가 관리하기에는 국토가 너무 넓어, 매입업무를 대신해줄 수 있는 회사가 필요해서다.
하지만 국내는 카드 발급사가 20여곳 정도고, 10여개 네트워크만 연결하면 모든 가맹점과 카드결제가 연결된다.
이에 대해 이창욱 애널리스트는 “미국 신용카드 시장과 동일한 구조로 가자는 얘기인데 이 역시 국내 현실에는 맞지 않다”면서 “신규 전표 매입사들이 규모의 경제를 갖추기 위해서는 기존 카드 발급사들이 전표매입 업무를 분리해 넘겨줘야 하지만 분리에 따른 실익이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이어 “오랜 기간 구축한 인프라를 쉽게 포기할 가능성도 없으며, 미국은 광활한 국토로 인해 전표 매입 및 가맹점 관리를 발급사가 병행하기 힘든 구조이지만 국내 시장은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만일 이 같은 방안이 시행되면 현재 가능한 회사는 비씨카드와 외국계회사인 FDC 단 두 곳이다.
따라서 효율성이 더 떨어지고 수수료인하보다는 되레 오르는 역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지적이다.
◆ 가맹점간 수수료 차이…카드사 약한 협상력도 이유
하지만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업계의 어쩔 수 없는 현실이 있다.
대형할인점과 영세 가맹점간 수수료 차이는 최대 1%까지 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상대적으로 약자인 미장원협회, 소상공인협회 등에서 수수료 인하를 강력하게 요구하는 것도 이런 이유가 있다. 여기에 주유소협회같은 강력한 이익단체까지 덩달아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통상 주유소의 수수료는 대형할인점과 비슷한 1.5% 수준이다.
금융연구원 이재연 연구위원은 “카드망은 서로 공존하는 인프라인데 고정비 차원에서 업종간 분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카드업계는 “신용도도 높고 결제도 훨씬 많이 하는 백화점이나 대형할인점의 수수료가 상대적으로 낮은 게 경쟁논리”라고 항변한다.
하지만 과거 이마트와의 수수료협상 사례서 보듯, 카드사가 많다 보니 협상력이 약해져 수수료를 낮출 수 밖에 없는 고충이 있다. 누구와 제휴를 할지는 이마트의 마음인 셈이다.
반면 미국의 경우 제휴창구가 비자와 마스터카드 단 두 곳으로 카드사의 협상력이 강해 수수료격차가 크게 나지는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