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금융자산 시가를 제대로 계산하는 일은 단순하게 시장가치를 적용하는 계산 뿐만은 아니다. 과연 모든 금융자산을 시가로 평가하는 것이 올바른가부터 시작해서, 평가할 때 어떤 정보를 중시해야 하는가가 문제가 된다.
20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지는 이번 주 스위스 대형은행 크레디쉬스(Credit Suisse)가 트레이더의 자산가치 산정 오류 때문에 28억 5000만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자산가치를 장부에서 삭감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시가평가 문제가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 동안 금융사들은 자산의 시가평가에 상대적으로 안이하게 대처해왔지만, 갈수록 현재가치 평가에 따른 손실 상각 및 대손충당 요구가 늘어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업체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고 크게 늘어나는 손실 때문에 구제금융을 요청하기에 앞서, 시장의 현실에 좀 더 잘 대응할 수 있는 평가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 시가 평가의 어려움
하지만 현재 가격을 참조한다고 해도 제대로 된 참조 가격이 없다보니 어떤 식으로 시가 평가를 해야 할지 전문가들도 난감한 상태.
시장가치 평가 방법을 지지하는 입장은 이런 식으로 해야 지난 1990년대 일본이 경험했던 위기가 재연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투자자들조차 금융기관들이 잠재적 손실을 너무 과도하게 평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의 눈초리를 던지고 있고, 기업들도 이 같은 방식이 실적을 왜곡하고 금융위기를 가속화하는 것이 아닌가하고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같은 자산 가치평가 쟁점은 단순히 학계의 논쟁을 넘어서는 것이다.
주요 금융업체들의 1500억 달러를 넘는 손실이 주로 시가평가에 의한 것이며, 또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연방 검찰은 일부 업체들이 보유 주체가 회사인지 아니면 고객인지에 따라 동일한 증권에 대해 서로 다른 시장 가치를 적용하고 있지 않았는지에 대해 조사하고 있는 중이다.
시가평가 방식을 활용하는 것이 잠재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 있고 특히 심각한 금융시장의 위기 국면에서는 더욱 그러하다는 것은 대부분 동의하는 사실이지만, 그래도 이런 방식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불확실한 쟁점이 있다고 해도 반드시 필요한 현실점검에 부응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와 관련 마크 올슨(Mark Olson) 미국 상장기업 회계감독위원회(Public Company Accounting Oversight Board) 의장은 "시가평가에 대해 논할 때 처음 나오는 반응은 '난 시장이 주는대로 받는다는 말이 싫다'는 것이지만, 그래도 시장이 지시하는 것을 결코 무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린 터너(Lynn Turner) 전 SEC 회계주임은 현실적인 시장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궁극적으로는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역설한다.
그는 "시장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면, 뜨뜻미지근한 가격이 아닌 정확한 가치를 내놓으면 경영진도 현실을 직시하고 좀 더 상황에 빨리 대처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시가평가와 다른 대안적인 방식들은 그 자체로 문제를 가지고 있다. 어떤 자산항목을 그 장부가격이나 원가에 기초해 도출한다면 지금 발생한 문제점과 같은 것에 대해서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 위험이 크다.
또 현재 가치보다는 장기 가치에 근거해서 자산 가격을 평가하게 한다면, 이 역시 오용될 가능성이 크다. 바로 엔론(Enron Corp.)이 존재하지도 않는 장부상의 이익을 계상한 것이 여기서부터였다.
◆ 과도한 시가평가 가능성
물론 적절하게 활용한다고 해도 시장 가치는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 시가는 투자자들의 판단을 반영한 것으로 현실적인 경제적 기초를 무시할 가능성이 있다.
데이먼 실버스(Damon Silvers) 노동조합총동맹-산업별회의(AFL-CIO)의 법무담당 부실장은 "일례로 부동산대출이 실행되어 있고 별다른 문제가 없이 수익을 내고 있는데도 시가가 하락하면 마치 손실을 내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시가평가는 "마친 모든 자산을 항상 매물로 내놓은 것처럼 평가하고 거기서 어떤 이익이 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이처럼 적절한 시장 가치 평가 방법이 무엇이냐는 논쟁 외에도 시장 가격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또다른 해결해야할 과제가 존재한다.
무엇보다 이를 위해서는 채권이나 대출을 매일 매일 가격이 변하는 주식과 같은 방식으로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더욱 어려운 것은 지금 대손상각 처리를 했는데, 나중에는 시장가치가 변해서 자산가치 평가익을 계상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난 주 36억 달러 규모의 잠재적 손실 발생을 경고한 AIG(American International Group)는 하루 뒤 투자자들에게 이 같은 잠재적인 손실은 실제로 발생한 것이 아니며 실제 평가한 것보다 더 높은 가치가 계상될 수도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지난 연말 시티그룹(Citigroup)도 투자자들에게 수십억 달러 규모의 대손상각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동일한 의구심을 제기한 바 있다.
당시 개리 크리텐덴(Gary Crittenden) 최고재무담당이사는 "회계상의 타격을 입었지만, 지금부터 1년, 2년 혹은 3년 뒤에 이런 증권들로부터 얼마의 돈을 받을 수 있을지가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