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다음 달 APEC에서 미·중·러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이 커졌다
- 회담이 열리면 우크라이나 종전과 핵군축, 한반도 문제가 논의될 수 있다
- 북한의 핵보유 묵인과 한국·일본 패싱으로 안보 질서가 흔들릴 우려가 커졌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220억 달러·러 뒷배' 쥔 김정은 체급 상승… 제재 무력화에 주도권 확보
CVID 포기·ICBM 동결 '스몰딜' 우려… 한미일 공조 틈새 메울 전략 절실
미국과 중국, 러시아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여 세계질서의 향방을 논의할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다. 우크라이나 종전과 핵군축을 명분으로 내건 3자 회담이 현실화한다면 논의는 이란과 대만, 한반도 현안까지 확대될 수 있다. 강대국들이 각자의 핵심 이익을 인정하고 서로의 세력권에 대한 개입을 자제하는 이른바 '제2의 얄타회담'이 재현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는 전후 미국이 주도해 온 동맹 중심의 국제질서가 강대국 간 거래와 세력권 분할의 질서(3극 체제)로 바뀌는 첫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미·중·러 3자 담판이 부상하는 배경과 각국의 전략적 셈법, 국제질서에 미칠 파장을 짚어본다.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다음 달 중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국, 중국, 러시아 정상 간 담판이 성사될 조짐을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를 주변국들의 운명을 강대국끼리 결정지었던 과거 '얄타회담'의 판도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는다. 여기에 북한이라는 또 다른 축이 결합할 경우, 미·중·러 중심의 판세 구상이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안보 지형 전체를 뒤흔드는 파장을 형성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내 북미 대화 재개를 추진하는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회의론이 우세하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과 한국 당국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연내 회담 가능성이 낮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북미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해 북한으로부터 아무런 응답을 받지 못한 데다, APEC 정상회의가 내달 18~19일로 임박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 미국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안킷 판다 선임연구원 역시 APEC 계기 북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10% 미만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최근 사망설이 돌던 김 위원장이 중국을 전격 방문한 것을 두고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사전 조율 차원이 아니냐는 외신들의 진단도 잇따랐다. 김 위원장은 지난 24일 신압록강대교를 건너 중국 단둥을 방문, 항미원조기념관을 참관하고 중국 권력 서열 4위인 왕후닝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과 만난 뒤 당일 귀국했다.
이에 일부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중국의 지지와 협력을 확보하려 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크리스토퍼 그린 국제위기그룹(ICG) 선임 컨설턴트는 이번 방문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기 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입장을 조율하기 위한 행보일 가능성을 제기했고, 양무진 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도 AFP통신에 중국의 지지와 협력을 구하려 방문했을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북미 정상회담 일정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미·중·러 정상회담이 향후 북미 대화의 실질적인 발판을 놓을 가능성이나 APEC 무대에서의 '깜짝 회동'이라는 돌발 변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한반도 안보에 미칠 파장은 여전히 엄중하다.
◆ '몸값' 치솟은 김정은… '제재 완화' 카드도 안 먹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주요 논의 의제가 '핵군축'이 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강대국 간 핵군축 문제가 협상 테이블 위에 오를 것이라는 소식에 이란의 핵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길 원하는 북한 역시 의제에 포함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최근 김 위원장의 외교·경제적 체급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당시만 해도 김 위원장은 경제 제재로 숨이 막혀 트럼프 대통령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야 했으나, 현재는 우크라이나전 파병과 군수물자 지원 등으로 러시아와 사실상 혈맹 관계를 맺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북한이 2022년부터 2025년 사이 최대 220억 달러(약 29조 원)의 해외 수입을 늘린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가 본격화했던 4년(2018~2021년)간 수입 대비 4배에 달하는 규모다. 미국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역시 북한이 대러 무기 수출과 우크라이나전 병력 파견 대가로만 약 140억 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했다. 여기에 고도화된 가상자산 해킹, 중·러 관광객 유입, 중국과의 경제협력 확대 등도 북한의 주요 수입원이 되고 있다.
특히 중국·러시아와의 국경 통관 개통으로 국제 제재가 실질적으로 무력화되면서, 과거 미국이 가졌던 가장 강력한 협상 카드인 '제재 완화'는 이제 북한에 큰 매력이 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미국, 한국, 일본 지도자들이 대화를 원해도 김 위원장이 아쉬울 것 없이 대화의 주도권을 쥐게 된 셈이다.
여기에 북한은 우크라이나전에 파병 부대를 투입하며 드론 운용 등 현대전에 필요한 실전 경험과 첨단 군사 기술까지 대거 흡수했다. 최근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 등을 이어가며 군사적 위협을 높이는 가운데, 미·중·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미 대화의 물꼬가 트일 경우 푸틴 대통령이 북한의 입장을 적극 대변할 가능성이 크다.
◆ '비공식 핵보유국 묵인'과 한국·일본 패싱 우려
가장 큰 우려는 트럼프 행정부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실질적으로 포기하고, 미국 본토를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제한 등 '핵 동결' 수준에서 타협하며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용인해 줄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비확산연구센터 고문은 이달 초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에 기고한 '북핵 현상 유지의 위험성' 글에서 그간 CVID 접근법은 실패했고 "불편한 진실은 북한이 이미 핵무장국이라는 점"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공식적으로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할 가능성은 낮지만, 비핵화를 정상회담의 주요 목표로 삼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미국이 북한과의 공존이 장기간 불가피하다고 인정할 경우 ▲핵 동결 ▲고농축 핵물질 생산 중단 ▲ICBM 시험발사 중단 등 단계적 위험 관리에 집중하는, 한국과 일본 등 동북아 동맹의 입장에선 다소 '불편한' 접근법을 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본토를 겨냥한 ICBM 시험발사 중단 등 미국의 안보 이익만 챙기는 '스몰딜'로 타협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지난달 미중 정상회담 발표문에서 '북한 비핵화'라는 단어가 자취를 감췄고, 8월 중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대폭 축소한다고 발표하며 이를 "전적으로 부적절하고 적대적"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 역량을 평가절하하지 않는 발언을 이어가는 것도 이 같은 맥락과 무관하지 않다. 그는 지난 3일 오하이오주 중간선거 유세 연설 중 "나는 김정은과 아주 잘 지낸다. 누군가가 핵미사일 112개를 가지고 있을 때는 잘 지내는 게 좋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우크라이나는 작은 나라, 러시아는 큰 나라"라고 밝힌 트럼프 특유의 강대국 중심주의와 직결된다. 강대국들이 밀실에서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얄타회담식 서사가 아시아에 투영될 경우, 당사자인 한국과 일본의 목소리는 작아질 수밖에 없다.
한국에 제공되던 '미국의 핵우산' 신뢰도가 흔들리고, 한반도 안보 문제가 강대국들의 빅딜 속에 '패싱'되는 시나리오는 결코 터무니없는 이야기라 볼 수 없다. 일본 정부가 최근 미·중·러 3자 회동 움직임에 극도로 민감하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론 11·3 미 중간선거를 앞두고 나온 발언들인 만큼 전략적 수사일 가능성이 있고, 실제 회동 성사 여부나 파급력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번 미·중·러 회담이 중동 분쟁 확대 및 동북아 안보 지형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한국 정부가 한미일 공조의 틈새를 메우고 다각적인 전략적 대응 태세를 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wonjc6@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