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정부가 5일 생활상품 규제비용을 짚으며 상품별 규제여권 도입을 제안했다.
- 규제여권은 AI를 활용해 상품 신원·위험·적용제도·증빙·변경이력을 한 ID로 연결하는 디지털 규제지도다.
- 목표는 규제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상품 중심 정보연결로 중복절차를 줄이고 출시경로 예측·규제준수율을 높이는 데 있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첫 단계부터 막히는 '내 상품의 규제 분류'
제품 하나에 여러 인증·법령이 중첩
정보는 늘었지만 출시 경로는 여전히 분산
규제 목록보다 필요한 '상품별 안내지도'
출시 경로와 변경 이력을 잇는 AI '규제 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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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규제개혁을 말할 때 국민이 체감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규제는 상품 안에 들어 있다. 막걸리 한 병, PC 한 대, 장난감 하나, 선크림 하나가 시장에 나오기까지 기업은 인증·표시·신고·검사 절차를 통과한다. 뉴스핌은 [AI로 읽는 경제ㅣ숨은 규제] 기획시리즈 8부작을 통해 생활상품을 통해 보이지 않는 규제비용이 중소기업의 개발 속도와 소비자 선택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짚어본다. 이재명 정부가 123대 국정과제로 제시한 '신산업 규제 재설계'와 '디지털플랫폼정부 구현'이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돼야 하는지에 대한 제언이기도 하다. [AI로 읽는 경제ㅣ숨은 규제] 기획시리즈 8부작 |
[세종=뉴스핌] 정성훈 경제부장 = 중소기업이 새 제품을 만드는 장면을 떠올려보자. 개발자는 시제품을 완성했고 영업팀은 출시일을 잡는다. 포장 디자인도 나왔다. 회의가 끝날 무렵 누군가 묻는다. "이 제품은 어떤 인증을 받아야 합니까." "온라인으로 팔 때 신고가 더 있습니까." "부품을 바꾸면 다시 시험해야 합니까." 제품 개발이 끝났는데 규제 탐색은 그때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앞선 1~7편의 상품은 서로 달랐다. 막걸리는 제조면허와 제조방법, 주질감정, 상표, 판매 방식이 얽혔다. PC는 전파와 전기 안전, 변경신고와 파생모델 판단이 따라왔다. 어린이 장난감은 안전인증·안전확인·공급자적합성확인과 모델 구분이 중요했다. 선크림은 기능성 심사·보고와 표시·광고 기준을 함께 봐야 했다.
그런데 사례를 겹쳐보면 공통 질문이 하나 남는다. "내 상품이 어느 제도에 해당하고, 무엇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가." 기업은 규제를 피하려는 것이 아니다. 출시 순서를 알고 싶어 한다. 무엇을 설계 전에 확인해야 하고, 무엇을 출고 전에 끝내야 하며, 무엇을 판매 전에 신고해야 하는지 예측하고 싶은거다.
문제는 법령이 없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법령과 고시, 인증제도, 민원 안내, 시험기관 정보는 이미 많다. 문제는 이 정보가 기업이 경험하는 '상품의 시간순서'가 아니라 행정이 관리하는 '제도별 구조'로 배열돼 있다는 데 있다. 정부는 법령 단위로 규제를 관리하고, 기업은 상품 단위로 규제를 경험한다. 8편의 출발점은 이 간극이다.
| 정보는 이미 많다…그러나 '상품 한 개의 지도'는 흩어져 있다 |
한국의 규제·인증 정보 기반은 약하지 않다. e나라 표준인증은 국가표준, 인증제도, 부처별 인증제도 현황, 기술기준과 해외 인증·기술규제 정보를 제공한다. 국가기술표준원은 현재 운영 중인 정부 인증제도 정보를 e나라 표준인증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제품안전정보센터(Safety Korea) 제품안전정보센터는 전기용품·생활용품·어린이제품 등의 인증정보를 검색할 수 있고, KC인증정보와 국내·국외 리콜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오픈 API(Open API)도 제공한다. 인증 데이터를 기계가 읽고 다른 서비스가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이 이미 존재한다는 의미다.

국가기술표준원과 관련 기관이 운영하는 원스톱 국내 인증지원단도 서비스 안내, 다수인증 정보와 시나리오, 제품별 인증정보, 인증상담 기능을 제공한다. 규제정보포털에는 규제신문고와 규제샌드박스 등 규제 개선·특례 채널이 연결돼 있다.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에는 인공지능(AI) 법령검색이 도입돼 일상적인 질문으로 법령정보를 찾고, AI 추천조문과 지식그래프를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에 정보가 없다'는 진단은 맞지 않는다. 오히려 다음 단계가 남아 있다. 표준·인증 정보, 제품안전 정보, 법령 그래프, 민원 절차, 부처별 신고와 표시 의무를 상품 하나의 생애주기 안에서 연결하는 일이다.
예를 들어 '어린이용 무선 스피커'를 만든다고 입력해보자. 현재 기업은 어린이제품인지, 전기용품인지, 방송통신기자재인지부터 따져야 한다. 배터리가 있으면 안전기준을 추가로 확인하고, 무선기능이 있으면 전파 적합성평가를 봐야 한다. 사용연령과 표시문구도 확인해야 한다. 각 정보는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제품은 이 순서로 확인하라'는 하나의 출시 경로로 묶여 있지 않다면 탐색비용은 여전히 기업 몫이다.
문제는 정보 부족이 아니라 연결 부족이다. 규제 디지털화의 다음 단계는 문서를 온라인에 올리는 것이 아니라 상품을 중심으로 데이터를 연결하는 것이다.
| 정부는 246개 인증을 다시 본다…이제 '제도 정비'에서 '상품 경험'으로 |
정부도 인증제도의 누적 부담을 공식 과제로 보고 있다. 산업통상부 국가기술표준원은 2026년 1월 3주기 적합성평가 실효성검토 결과를 발표하면서 정부 인증제도 246개를 2025~2027년에 걸쳐 검토한다고 밝혔다. 2025년 검토 대상 79개 가운데 67개 제도, 85%에 대한 정비방안을 마련했다. 실효성이 미흡한 23개 제도는 폐지하고, 유사 제도 1개는 통합하며, 존속이 필요하지만 개선이 필요한 43개 과제를 손보기로 했다.
정비 방향도 앞선 기사에서 짚은 병목과 맞닿아 있다. 국표원은 유사 민간인증 결과 인정, 소요기간 단축, 유효기간 확대, 신규·파생모델 동시 등록 등을 통해 인증 시간과 비용을 낮추는 방안을 제시했다. 반면 자동차·부품 인증과 어린이제품 안전인증 등 민생·안전에 필수적인 12개 제도에는 존속 의견을 냈다. 안전은 유지하고 불필요한 절차비용은 줄이겠다는 방향이다.

이는 중요한 진전이다. 다만 실효성검토의 기본 단위는 '인증제도'다. 기업이 체감하는 기본 단위는 '상품'이다. 한 제도가 합리화돼도 상품 하나에 적용되는 다른 인증, 신고, 표시, 판매 의무가 연결되지 않으면 체감 부담은 남는다.
막걸리 제조자는 주류 관련 절차만 보는 것이 아니라 표시와 판매 채널을 함께 본다. PC 제조자는 적합성평가만 보는 것이 아니라 전기 안전과 조달 일정, 부품 변경을 함께 본다. 화장품 기업은 기능성 심사만 보는 것이 아니라 표시·광고와 온라인 판매 문구를 함께 본다. 기업의 규제 경험은 항상 복합적이다.
규제개혁도 이 복합성을 따라가야 한다. 제도를 하나씩 없애고 합치는 방식이 '세로형 정비'라면, 상품 하나에 붙는 절차를 가로로 연결해 보는 '가로형 정비'가 필요하다. 상품별 규제 여권은 그 가로형 지도를 만드는 제안이다.
| '규제 여권'은 규제를 없애는 문서가 아니다 |
규제 여권이라는 표현은 자칫 규제를 통과했다는 면허증처럼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이 기획이 제안하는 규제 여권은 새로운 인증서가 아니다. 또 AI가 '이 제품은 합법'이라고 최종 판정하는 자동 허가 시스템도 아니다. 상품의 규제 경로와 증빙, 변경 이력을 한 곳에서 관리하는 디지털 안내·기록 체계다.
여권의 첫 번째 페이지는 '상품 신원정보'다. 제품명과 용도, 주요 사용대상, 제조·수입 여부, 전기 사용 여부, 배터리 유무, 무선기능, 인체 접촉 여부, 어린이 사용 여부, 주요 원료·재질, 판매 채널을 입력한다. 법령명을 알 필요는 없다. 기업은 자기 상품의 사실관계만 설명한다.
두 번째 페이지는 '위험 신호 지도'다. 7편에서 제안한 네 개의 위험축인 인체·소비자 안전, 전기·화재, 전파·기능, 표시·사용조건에 세금·유통 축을 추가할 수 있다. AI는 입력된 상품 정보에서 어떤 위험축이 작동하는지 분류한다. 막걸리는 인체·표시·세금·유통 축이 켜지고, 무선 어린이 장난감은 인체·전기·전파·표시 축이 동시에 켜지는 방식이다.
세 번째 페이지는 '적용 제도 그래프'다. 위험 신호를 바탕으로 법률, 시행령·시행규칙, 고시, 인증, 신고, 검사, 표시 의무, 판매 제한을 연결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법령 목록을 길게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설계 전 확인', '제조 전', '출고 전', '판매 전', '변경 시', '갱신 시'로 순서를 바꾸는 것이다.
네 번째 페이지는 '증빙 지갑'이다. 시험성적서, 인증번호, 제조방법 승인자료, 제품 사양서, 부품목록, 라벨·포장 문안, 신고서와 처리결과를 상품 ID에 연결한다. 6편에서 제기한 반복 제출 문제를 줄이려면 이미 유효한 자료가 무엇인지 시스템이 기억해야 한다. Safety Korea가 KC인증정보와 리콜정보 Open API를 제공하듯, 공공 데이터의 연결 가능성을 넓혀야 한다.
다섯 번째 페이지는 '변경 이력'이다. 기업이 제품을 바꾸면 기존 여권과 새 사양을 비교한다. 색상 변경인지, 부품 교체인지, 배터리 변경인지, 기능성 표현 변경인지 차이를 찾아낸다. AI는 어떤 위험축이 달라졌는지 표시하고, 기존 증빙 가운데 재사용 가능성이 높은 자료와 다시 확인해야 할 항목을 구분한다.

규제 여권의 목적은 규제를 줄여주는 것이 아니다. 기업이 규제를 빠뜨리지 않게 하고, 정부가 중복 절차를 발견하게 하며, 변경이 생겼을 때 무엇을 다시 봐야 하는지 예측하게 하는 것이다. 제대로 설계하면 규제 준수율과 기업의 출시 속도를 동시에 높일 수 있다.
| 유럽의 디지털 제품 여권이 보여준 것…"제품에 정보를 붙인다" |
해외 비교 기준으로 유럽연합(EU)의 디지털 제품 여권(Digital Product Passport·DPP)은 참고할 만하다. 다만 먼저 분명히 해야 할 점이 있다. EU의 DPP는 한국 기업의 인허가·인증 경로를 안내하는 '규제 여권'과 같은 제도가 아니다. EU의 DPP는 2024년 지속가능제품 에코디자인 규정(ESPR)의 핵심 도구로, 제품의 지속가능성·내구성 등 환경 관련 정보를 저장하고 공유하는 체계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DPP가 소비자, 기업, 관계 공공기관이 제품 관련 정보를 이용하도록 하고 합리적 의사결정을 돕는 장치라고 설명한다. 2025년 공개한 설명에서는 지속가능성 정보 외에 제품 사용설명이나 적합성 문서 같은 추가 정보도 담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이 그대로 베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이 기획이 주목하는 것은 데이터 설계의 방향이다. 행정기관별 파일에 제품정보를 흩어놓는 것이 아니라 '제품'이라는 공통 식별점을 중심으로 필요한 정보를 연결한다는 생각이다. 제품에 디지털 신원을 부여하고, 이해관계자별로 필요한 정보를 꺼내 쓰게 한다.
한국의 규제 여권도 같은 원리를 적용할 수 있다. 기업에는 출시 절차와 증빙 상태를 보여주고, 인증기관에는 기존 시험자료와 변경 이력을 보여주며, 담당 부처에는 적용 법령과 사전판정 이력을 보여주는 식이다. 소비자에게는 공개 가능한 인증·안전·리콜 정보만 제공하면 된다. 하나의 상품 ID를 두고 권한에 따라 다른 정보를 보는 구조다. EU DPP가 환경정보의 연결 문제를 제품 중심으로 풀려 한다면, 한국은 인증·신고·표시의 연결 문제를 제품 중심으로 풀 수 있다.
| AI는 '허가 버튼'이 아니라 규제 경로를 그리는 내비게이션이어야 한다 |
규제 여권에서 AI의 역할은 분명히 제한해야 한다. AI가 법적 구속력이 있는 허가·인증을 자동 결정해서는 안 된다. 최종 판단과 행정처분은 법률상 권한을 가진 부처와 기관이 맡아야 한다. AI는 앞단에서 상품 정보를 구조화하고 적용 가능성이 있는 제도를 찾아 경로를 제시하는 내비게이션 역할을 해야 한다.
이미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의 AI 법령검색은 일상적인 질문으로 법령정보를 찾을 수 있게 하고, AI 추천조문과 관계법령·상하위법을 연결하는 지식그래프 기능을 제공한다. 법령명을 정확히 모르는 국민도 질문에서 출발해 관련 법령을 탐색할 수 있는 기반이다. 규제 여권은 이 방식을 상품 영역으로 확장하는 구상이다.
'어린이용 충전식 무선 조명'이라고 입력하면 AI가 어린이 사용 여부, 배터리, 충전, 무선기능, 인체 접촉, 판매 채널을 추가 질문한다. 이후 어린이제품·전기용품·방송통신기자재 관련 제도를 후보로 연결하고, 기업이 확인해야 할 절차를 시간순으로 정리한다. AI가 불확실성을 발견하면 초록색·노란색·빨간색으로 나눌 수 있다. 초록색은 기존 데이터와 규정으로 절차 안내가 명확한 항목이다. 노란색은 제품 세부사양이나 담당기관 확인이 필요한 항목이다. 빨간색은 안전·인체 위해·중대한 기능 변경처럼 반드시 전문기관의 사전판정이 필요한 항목이다.

모든 답변에는 근거 법령과 고시, 기준의 버전과 기준일을 붙여야 한다. 규정이 개정되면 해당 상품 여권 보유기업에 자동 알림을 보내고, 기존 판정과 새 기준의 차이를 보여줘야 한다. 생성형 AI가 자신 있게 틀린 답을 하는 문제를 막으려면 출처 없는 설명을 금지하고, 행정기관 확인이 필요한 구간을 명확히 표시해야 한다.
AI의 성능을 평가하는 기준도 답변의 화려함이 아니다. 적용 규제 누락률, 사전판정 전환률, 잘못된 절차 안내율, 기업의 보완요구 횟수 감소, 출시 경로 탐색시간 감소를 측정해야 한다. AI 규제지도는 챗봇 사업이 아니라 행정 프로세스 개선사업이어야 한다.
| 해법 1: 생활상품 100개로 '규제 여권'을 먼저 시험하자 |
첫 번째 대안은 전 부처 통합 시스템을 한 번에 만드는 것이 아니다. 생활밀착형 상품 100개를 선정해 규제 여권을 먼저 구축하는 것이다. 막걸리, 충전기, 멀티탭, PC, 어린이 장난감, 어린이 가방, 선크림, 미백화장품, 밀키트, 소스, 소형가전처럼 국민이 자주 사고 중소기업 참여가 많은 품목부터 시작할 수 있다.
각 품목마다 현장기업 5~10곳을 붙여 실제 출시과정을 따라가야 한다. 정부가 생각하는 절차와 기업이 실제로 밟는 절차가 어디서 다른지 확인해야 한다. 법정 의무만 정리해서는 부족하다. 기업이 어떤 기관에 전화했고, 어떤 자료를 다시 만들었고, 어디서 보완 요구를 받았으며, 며칠을 기다렸는지 기록해야 한다.
결과물은 법령 해설집이 아니라 상품별 1장 경로도여야 한다. '설계 전 3개 확인→제조 전 2개 절차→출고 전 3개 확인→판매 전 2개 표시→변경 시 4개 질문'처럼 기업이 실제 업무순서에 맞춰 볼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 발견된 중복과 회색지대는 인증 실효성검토와 규제개선 과제로 다시 보내는 순환구조를 만들 수 있다.

| 해법 2: 상품 ID 하나에 인증·시험·신고 이력을 연결하자 |
두 번째 대안은 상품 ID 기반 증빙 재사용이다. 지금은 인증번호, 모델명, 사업자정보, 시험성적서 번호, 신고번호가 제도별로 관리된다. 상품 여권은 이 정보를 하나의 제품 식별정보 아래 연결해야 한다. 기존 시스템을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연결키를 만드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Safety Korea는 이미 KC인증정보와 리콜정보를 Open API로 제공한다. e나라 표준인증은 인증제도와 기술기준 정보를 제공한다. AI 법령검색은 법령 간 관계를 그래프로 보여준다. 원스톱 국내 인증지원단은 제품별 인증정보와 상담 기능을 갖고 있다. 필요한 조각은 상당 부분 존재한다. 문제는 조각 사이의 데이터 표준과 연결 규칙이다.
상품명은 기업마다 다르게 쓸 수 있다. 같은 제품도 '무선 조명', '충전식 램프', '어린이 수면등'으로 불릴 수 있다. 따라서 품목분류, 용도, 위험요인, 핵심 부품, 판매대상 같은 공통 메타데이터를 정해야 한다. 국가데이터처와 국가기술표준원, 법제처, 관계부처가 데이터 표준을 공동 설계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최종 규제 판단 권한은 각 소관부처에 그대로 둔다.
증빙자료에는 유효기간과 적용 범위를 함께 저장해야 한다. 시험성적서가 살아 있는지, 어떤 모델과 부품에 적용되는지, 변경으로 인해 어느 항목이 영향을 받았는지를 기록해야 한다. 그래야 6편에서 제기한 "같은 서류를 왜 또 내야 하나"라는 질문에 시스템으로 답할 수 있다.

| 해법 3: 노란색 구간은 사람에게 넘기고, 사전판정에 신뢰를 붙이자 |
세 번째 대안은 AI와 사람의 역할을 분리하는 것이다. 규정과 데이터만으로 명확한 절차는 AI가 즉시 안내한다. 반면 품목 분류가 애매하거나 위험도가 달라질 수 있는 변경은 담당기관 또는 인증기관의 사전판정으로 넘긴다. 기업이 여러 기관에 다시 설명하지 않도록 AI가 정리한 상품정보와 위험축, 기존 인증이력을 함께 전달해야 한다.
사전판정에는 7편에서 제안한 '행정 신뢰'가 필요하다. 기업이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제출했고 이후 중대한 변경이 없다면, 안내받은 경로를 성실히 따른 점을 행정상 고려하는 원칙을 검토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이 사전판정 결과를 믿고 생산과 납품 일정을 짤 수 있다.
처리시간도 성과지표로 관리해야 한다. 상품별 규제 탐색에 걸린 시간, 사전판정 평균 응답시간, 보완 요구 횟수, 중복서류 재사용률, 출시 지연일수, AI 안내 후 사람 판정으로 넘어간 비율을 공개해야 한다. 규제개혁은 몇 건을 폐지했는지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기업이 답을 얻는 시간이 얼마나 줄었는지를 봐야 한다.

| 다만, 규제 여권도 만능은 아니다 |
규제 여권 구상에도 넘어야 할 현실이 있다. 첫째, 가장 큰 벽은 기술이 아니라 거버넌스다. 상품 하나에 걸린 절차는 여러 부처와 인증기관에 나뉘어 있고, 각자 다른 법령·시스템·예산을 갖고 있다. 이를 하나의 상품 ID로 잇는 일은 강한 컨트롤타워 없이는 어렵다. 국무조정실·국가데이터처 수준의 조정과 관계부처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
둘째, AI 안내의 정확성과 책임 문제다. AI가 적용 규제를 누락하거나 잘못 안내했을 때 그 책임을 누가 지느냐가 분명하지 않으면, 기업은 여권을 받고도 결국 기관에 다시 확인하게 된다. 사전판정에 부여하는 '행정 신뢰'가 실효를 가지려면 법적 근거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 셋째, 데이터 연결은 곧 정보 집중이다. 상품의 사양·부품·시험 데이터가 한 곳에 모이면 그 자체가 기업 영업비밀이자 보안 위험이 된다. 접근 권한과 정보 보호 설계가 시스템 성패를 가른다.
넷째, 규제 여권이 '보이게' 만든 중복과 병목을 실제로 '없애는' 것은 다시 각 부처의 몫이다. 여권은 진단 도구이지 그 자체가 개혁의 완성이 아니다. 진단 결과가 인증 실효성검토와 규제개선으로 환류되는 순환구조가 없으면, 잘 만든 지도 한 장에 그칠 수 있다. 그래서 규제 여권은 기술 프로젝트가 아니라 행정 프로세스 개혁으로 접근해야 한다.

| 규제개혁의 질문을 바꾸자…"법이 몇 개인가" → "상품이 몇 번 멈추는가" |
지난 7편에서 막걸리, PC, 어린이 장난감, 선크림을 따라가며 확인한 사실은 단순하다. 규제는 대부분 이유가 있다. 술은 세금과 품질을 관리해야 하고, 전자제품은 전파와 전기 안전을 확인해야 한다. 어린이제품은 더 엄격해야 하고, 기능성화장품은 효능을 검증해야 한다. 안전규제를 없애는 것은 해법이 아니다.
문제는 안전을 확인하는 과정과 반복 행정에서 생기는 비용이 섞여 있다는 점이다. 기업은 무엇이 핵심 안전규제이고 무엇이 절차비용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정부도 법령과 인증제도별로 관리하면 상품 하나에서 여러 절차가 겹치는 지점을 놓칠 수 있다.
AI가 필요한 이유는 규제를 자동으로 풀기 위해서가 아니다. 수백 개 인증제도와 법령, 고시, 제품정보, 변경 이력을 사람이 한 번에 겹쳐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AI는 공통 패턴을 찾고 누락 가능성을 경고하며, 기존 증빙과 변경 전후 차이를 비교할 수 있다. 사람은 안전과 법적 책임이 걸린 최종 판단에 집중하면 된다.
한국은 이미 디지털 기반을 갖고 있다. 인증제도 정보 허브가 있고, 제품안전 인증정보와 Open API가 있으며, 규제 개선 포털과 AI 법령검색도 있다. 정부는 246개 인증제도의 실효성을 다시 검토하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 조각들을 기업의 언어로 다시 배열하는 일이다.
기업은 법률을 만들지 않는다. 상품을 만든다. 규제 안내도 상품에서 출발해야 한다. "어느 부처 소관인가"를 기업에게 먼저 묻기보다 "무엇을 만들고, 누가 쓰며, 무엇이 바뀌었는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 그 답을 바탕으로 필요한 법과 인증, 신고, 표시를 정부가 찾아주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

규제개혁의 성과를 측정하는 질문도 달라져야 한다. 규제를 몇 건 없앴는가가 아니라 상품이 시장에 나오기까지 몇 번 멈췄는가. 같은 정보를 몇 번 냈는가. 변경 후 답을 얻는 데 며칠이 걸렸는가. 개발을 포기한 제품은 왜 포기했는가를 물어야 한다.
상품별 규제 여권은 완성된 제도가 아니다. 이 기획이 제안하는 정책 아이디어다. 그러나 방향은 분명하다. 법령 중심에서 상품 중심으로, 사후 문의에서 사전 안내로, 반복 제출에서 증빙 재사용으로, 모든 변경의 재검토에서 위험이 바뀐 부분의 재확인으로 규제 행정을 옮겨야 한다.
막걸리 한 병에서 시작한 질문은 결국 한국 규제 시스템의 구조로 이어졌다. 상품의 가격표에는 규제비용이 적혀 있지 않다. 하지만 상품이 멈추는 시간과 기업이 포기하는 개발에는 그 비용이 남는다. 규제를 보이게 해야 줄일 수 있다. 그리고 규제를 가장 정확하게 볼 수 있는 단위는 법령 목록이 아니라 시장에 나오려는 상품 하나다.
■ 한 줄 요약
상품 규제개혁의 본질은 개별 규제를 몇 개 없애느냐가 아니라 기업이 상품의 출시 경로와 변경 영향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느냐에 있으며, 해법은 AI 기반 규제지도와 상품별 '규제 여권'을 통해 인증·신고·표시·증빙을 상품 생애주기 안에서 연결하는 데 있다.
* [AI로 읽는 경제]는 AI 어시스턴트가 분석한 내용을 바탕으로 기자가 정리한 내용입니다. ChatGPT, Google Gemini, Perplexity, Claude AI 모델이 적용됐습니다. 상단의 'AI MY 뉴스' 로그인을 통해 뉴스핌의 차세대 AI 콘텐츠 서비스를 활용해 보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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