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관광객 수천명 "으랏차 삼척기줄" 한목소리… 정월대보름 공동체 축제 절정
[삼척=뉴스핌] 이형섭 기자 =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삼척 기줄다리기를 중심으로 한 2026 삼척정월대보름제가 이틀째를 맞은 28일, 삼척해변과 삼척문화예술회관 앞 광장에서 정월대보름 축제의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이날 저녁 삼척해수욕장 백사장에서는 휘영청 떠오른 달을 배경으로 낙화놀이와 달집태우기, 야간 횃불 기줄다리기가 연속 프로그램으로 펼쳐지며 정월대보름 세시풍속의 흐름을 그대로 재현했다.

삼척문화예술회관 앞 광장과 해변 일대에는 삼척시민과 전국 각지에서 찾은 관광객 수천명이 운집해 모래사장과 카페거리, 광장까지 발 디딜 틈 없이 메우며 겨울 바다를 뜨거운 함성으로 달궜다.
해변 야간 하이라이트는 단연 달집태우기였다. 기다란 대나무와 나무로 쌓아 올린 달집에 불이 붙자 순식간에 검은 하늘이 주홍빛으로 물들고, 관람객들은 두 손을 모은 채 한 해의 건강과 풍요, 가족의 안녕을 빌었다.
이어 불꽃이 비처럼 쏟아지는 낙화놀이와 버나놀이, 줄타기 공연이 어우러지면서 전통 연희마당이 즉석 야외극장으로 변했고, 가족과 연인들은 연신 휴대전화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대보름 밤'을 기록했다.
삼척 기줄다리기의 맥을 잇는 야간 횃불 기줄다리기는 삼척해수욕장 카페거리 일원에서 펼쳐졌다. 어둠을 가르며 줄 양편으로 늘어선 참가자들의 어깨 위 횃불이 물결치듯 움직이자, 관람객들은 구호에 맞춰 "으랏차 삼척기줄!"을 외치며 하나가 됐다.

삼척문화예술회관 광장에서 펼쳐진 대기줄다리기에서는 삼척의용소방대가 혼신의 힘을 다한 끌어당기기 끝에 우승을 차지하며 공동체 축제의 주인공으로 이름을 올렸다.
시 관계자는 "야간 횃불 기줄다리기와 달집태우기는 나쁜 기운을 태워 보내고 새해의 복을 맞이한다는 정월대보름의 상징적 의식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것"이라며 "삼척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 줄을 잡고, 같은 달을 보며 소원을 비는 과정 자체가 삼척정월대보름제가 지향하는 공동체 복원"이라고 말했다.
삼척시는 남은 기간에도 기줄다리기 대회와 민속놀이, 세시풍속 체험, 제례 행사를 이어가며 '전통을 당겨 미래로'라는 슬로건처럼, 지역 고유의 정월대보름 문화를 시민·관광객과 공유하는 장으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정월대보름을 앞두고 삼척해변을 붉게 수놓은 달집 불길과 불꽃비는 한 해 액운을 태워 보내고 풍년과 평안을 비는 우리 전통 세시풍속이다.

정월대보름 달집태우기는 마을 사람들이 볏짚·솔가지를 모아 원추형 달집을 쌓아 두었다가, 보름달이 떠오르면 동쪽에 낸 문으로 달을 맞이하며 불을 지르는 의식이다. 타오르는 불길과 하늘로 치솟는 연기를 바라보며 한 해 농사와 바다 일, 가족의 건강과 안녕을 비는 '제액초복' 풍속으로, 달이 꽉 찬 보름날 밤 가장 극대화된 달빛과 불빛에 공동체의 소망을 실어 보내는 행위로 전해진다.
우리 조상들은 둥근 보름달을 풍요와 완성의 상징으로, 불을 부정과 사악함을 태워 없애는 정화의 힘으로 여겼다. 달집이 고르게, 세차게 잘 타오르면 그 해 풍년이 들고 마을이 평안할 것이라 믿었고, 불길이 약하거나 도중에 꺼지면 흉년과 재앙을 염려하는 등 불길의 모양과 타는 양상으로 농사의 풍흉을 점치는 점복 기능도 함께 담겨 있다.
조선시대 이후 정월대보름 달맞이와 더불어 전국 각지에서 행해진 보편적인 마을 단위 세시풍속으로, 오늘날에는 지역 축제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재구성돼 이어지고 있다.
달집태우기와 더불어 정월대보름 밤하늘을 장식하는 '낙화놀이'도 빼놓을 수 없다. 긴 줄에 여러 개의 낙화봉을 매달아 불을 붙인 뒤 줄을 팽팽히 당겨 흔들면, 숯가루·톱밥 등이 담긴 낙화봉에서 튀어나온 불꽃이 비처럼 떨어지며 어둠 속에 불의 장막을 펼쳐 보인다. 줄에 매달린 불이 흘러내리듯 떨어지는 모습에서 '낙화놀이(떨어지는 불꽃놀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지역에 따라 '줄불놀이' '줄불이'로도 불린다.

낙화놀이는 액운과 잡귀를 쫓고 어둠을 밝히는 불의 힘을 형상화한 놀이로, 달집태우기와 마찬가지로 액막이와 풍요 기원의 의미를 함께 지닌다. 마을 간에는 누가 더 줄을 팽팽하게 당겨 멋진 불꽃을 내는지 경쟁을 벌이고, 때로는 상대 마을의 줄을 끊으러 다니는 풍습이 전해지는 등 놀이 속에 공동체 결속과 경쟁의 요소가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한국민속 자료에는 조선시대 선비들이 시회를 열 때 곁들인 줄불놀이에서 유래해 농촌 마을로 확산된 것으로 기록돼, 이후 정월대보름·백중 무렵 마을 축제로 자리 잡은 것으로 정리돼 있다.
달집태우기와 낙화놀이는 보름달과 불이 만나는 순간에 마을 사람 모두가 한 자리에 모여 그 해의 불안과 걱정을 불길 속에 던져버리고, 함께 평안과 풍요를 비는 집단 의례이자 공동체 축제로 현대 축제에서 재현되는 이 두 세시풍속은 과거 농어촌 사회의 세계관과 삶의 방식을 오늘 세대가 체감할 수 있게 하는 살아 있는 민속 자산으로 자리잡고 있다.
onemoregive@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