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7호 대법정 퇴정길, "힘내세요" 지지자 외침에 尹 옅은 미소
[서울=뉴스핌] 박민경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내란우두머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19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지귀연 재판장은 선고 과정에서 "이 사건의 핵심은 군을 국회로 보낸 데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이날 오후 3시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 417호 대법정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조지호 전 경찰청장 등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기소된 군·경 지휘부 7명도 함께 선고를 받았다.
417호는 청사 내 가장 넓은 법정이다. 150석가량의 방청석이 가득 메워졌고, 피고인석과 검사석까지 긴장감이 팽팽했다. 법정 입구에서는 경위들이 방청권을 일일이 대조하며 통제를 반복했다. 복도까지 사람들로 붐벼 숨소리마저 묵직했다.

머리가 희끗한 윤 전 대통령은 수용복 대신 흰 와이셔츠에 짙은 남색 정장을 입고 입정했다. 왼쪽 가슴에는 '3617'이 적힌 수인번호 명찰이 달려 있었다. 법정에 들어서며 재판부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곧 검은 법복 차림의 지귀연 재판장이 입정하자, 웅성거리던 법정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지 재판장은 낮은 톤으로 판시를 시작했다가 한 대목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이 사건 사실관계의 핵심은 군을 국회로 보낸 것입니다."
그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며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윤 전 대통령은 정면을 응시한 채 표정을 굳혔다가, 이 대목에서 천천히 고개를 떨궜다.
재판장은 이어 "피고인 윤석열은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포고령을 발령한 뒤 군을 국회에 투입했다"고 전제한 뒤, 문장을 크게 읽었다. "국회 의사당을 봉쇄하고 주요 인사를 체포해 국회의원들이 의결하지 못하게 하려는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에 충분하다."
윤 전 대통령은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잠시 허공을 응시했다.
법리 판단 부분으로 넘어가자, 재판장의 어조가 낮아졌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자체는 내란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사법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잠시 정적이 흐른 뒤, 지 재판장은 다시 목소리에 힘을 줬다. "다만, 헌법이 설치한 기관의 기능을 상당 기간 저지하거나 마비시키려는 목적이라면, 이는 권한 행사라는 명목 아래 실력행사를 하려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형법 제91조 제2호가 적용되는 국헌문란 목적 내란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국헌문란' 대목에서는 음절마다 끊어 또렷이 읽었다. 이어 "성경을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을 훔칠 수는 없습니다"라는 비유를 들 때는 단호함이 묻어났다. 윤 전 대통령은 잠시 눈을 감았다가 다시 뜨며 고개를 숙였다.
양형 이유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재판장의 목소리는 더욱 낮고 무거워졌다. "내란죄는 국가의 존립과 헌법적 기능을 파괴하는 범죄입니다."
그는 "이 사건으로 군과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됐고, 우리 사회는 극한의 대립 상태로 치달았다"며 "그 사회적 비용은 산정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하다"고 말했다. '어마어마하다'는 표현을 읽을 때는 음절마다 눌러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의 얼굴은 굳은 채 변함이 없었다.
또 군·경 관계자들을 언급하며 목소리를 낮췄다. "일부는 구속돼 있고 가족들도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이 또한 우리 사회의 큰 아픔입니다."
약 1시간가량 이어진 판시가 끝나자 재판장은 주문을 읽기 전 말했다. "피고인들은 자리에서 잠시 일어나달라." 윤 전 대통령이 꼿꼿이 일어나 정면을 응시했다. "피고인을 무기징역에 처한다." 그는 미동 없이 선 채 표정 변화 없이 선고를 들었다. 순간적으로 얼굴이 굳었지만 동요는 없었다.
법정 뒤편에서는 "이게 재판이냐", "대통령님 힘내세요", "윤어게인" 등의 외침이 터졌다. 윤 전 대통령은 고개를 돌려 방청석을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오후 4시 6분, 법정을 나설 때는 허탈한 표정이었다. 청사 5번 출입구 앞에서는 일부 지지자들이 "전과 4범 이재명부터 잡아라", "지귀연 판사!"를 외치며 소란을 빚었다. 법정 경위들이 제지에 나서며 현장은 다시 긴장감에 잠겼다.
pmk145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