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배상희 기자 = 2026년 병오년 춘절완후이(春節晚會, 춘절<중국의 음력 설> 전날 밤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시청하는 CCTV 설특집 쇼 프로그램, 이하 춘완)는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의 놀라운 기술 발전을 과시하는 무대였다.
이번 무대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중국이 로봇·AI·제조를 아우르는 차세대 산업 패권을 어떻게 설계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 됐다.
중국 로봇 기술의 놀라운 발전 속도에 전세계 업계가 놀라움과 함께 경계심을 드러내는 가운데, AI 도구를 통해 중국 로봇 기술력의 현주소와 향후 발전 시나리오 등을 진단해 보고자 한다.
◆ 춘완에서 입증된 '중국의 로봇 굴기'
올해 춘완에는 유니트리(宇樹科技∙UNITREE), 매직랩(魔法原子∙MAGICLAB), 갤봇(銀河通用∙GAL BOT), 노에틱스(松延動力∙NOETIX) 등 네 곳의 휴머노이드 스타트업들이 개발한 로봇들이 춘완 무대에 참여해 무술·댄스·연기 등 고난도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유니트리의 G1·H2, 매직랩의 매직 봇(Magic Bot), 갤봇과 노에틱스의 휴머노이드 로봇은 공중제비, 무술 동작, 인간과의 합동 연기, 다수 로봇의 동기화된 군무까지 선보이며 '다관절 제어·균형 제어·다로봇 실시간 협업' 능력을 과시했다.
일부 모델은 얼굴 표정·입 모양·시선 등을 세밀하게 제어해, 인간 배우와 함께 감정 연기를 소화하는 수준에 도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춘완의 경우 유니트리 휴머노이드 로봇만 단독 출현해 시범을 보였으나, 2026년에는 네곳의 기업이 동시 투입되며 중국 휴머노이드 기술이 단일 데모 단계에서 '시스템 통합·대규모 운영 검증 단계'로 진입했음을 보여줬다.

◆ 산업·정책 측면의 '중국 로봇산업 전략'
중국 공업정보화부 산하 기관은 휴머노이드 로봇을 컴퓨터, 스마트폰, 신에너지차에 이은 차세대 전략 산업으로 규정하고, 장기적으로 글로벌 시장이 조 단위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중국정보산업발전센터(CCID)는 정부 지원과 투자 확대를 감안할 때, 자국 휴머노이드 산업 규모가 2026년 200억 위안을 넘어설 것이라고 추산하며, 2029년에는 750억 위안 수준으로 커져 전 세계 시장의 3분의 1을 점유할 수 있다고 내다본다.
중앙·지방 정부는 장비 구매 보조금, 토지·임대료 감면, 매출 목표 달성 기업에 대한 현금 인센티브 등 대규모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관련 기업과 공급망을 빠른 속도로 키우고 있다.
이 같은 정책 드라이브 속에서 중국 내 휴머노이드 제조사는 2024년 봄 110개에서 같은 해 말 200곳 이상으로 급증했으며, 정부·산업계는 2026년을 '대량 생산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위상과 파급력
글로벌 리서치 기관 옴디아(Omdia)에 따르면, 중국은 2025년 전 세계에서 출하된 약 1만3000 대의 휴머노이드 로봇 가운데 90%를 차지해, 미국 테슬라의 옵티머스 등 경쟁사를 크게 앞섰다.
카운터포인트는 2027년까지 글로벌 휴머노이드 설치 대수가 2025년의 6배 수준인 10만 대를 넘길 것으로 보며, 이 가운데 물류·제조·자동차 등 산업용이 70%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갤봇(GAL BOT)은 중국 최대 배터리 제조사 닝더스다이(CATL) 공장에 로봇을 투입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홍콩증시 휴머노이드 로봇 1호주 유비텍(優必選∙유비쉬안∙UBTECH, 9880.HK)은 지난해 국경 검문소 물류·보안 업무용 로봇을 공급하는 정부 프로젝트를 따내는 등 실사용 레퍼런스를 빠르게 쌓고 있다.
중국은 희토류·전동기·감속기·배터리·산업용 센서·제어기 등 로봇 핵심 하드웨어 공급망을 이미 상당 부분 내재화했고, 대규모 제조·원가 절감 역량을 바탕으로 로봇 조립·수출 허브로의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해외 매체와 분석가들은 "전기차에 이어 휴머노이드에서도 중국발 공급 과잉과 가격 압박이 재현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 기술·비즈니스 측면의 한계와 리스크
현재까지 상용 배치된 휴머노이드는 주로 시범 사업과 홍보 목적에 집중돼 있으며, 실제 공정에서 인간을 본격 대체하는 사례는 제한적이다.
섬세한 물체 조작, 비정형 환경에서의 오류 복구, 고장·충돌 상황에서의 안전성 확보 등은 여전히 기술적 난제로 꼽힌다.
고성능 구동계·센서·배터리 조합에 기반한 완전한 자립 보행·조작 능력을 제공하려면 상당한 단가가 필요해, 인건비 대비 경제성이 확보되기까지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또한 국유·지방 정부 자금에 크게 의존하는 현재의 투자 구조는 중복 투자·버블·수익성 악화 위험을 내포한다. 5~10년 뒤 실수요가 예상보다 늦게 풀릴 경우, 일부 기업·지역에서 과잉 설비와 부실 채무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 중국 로봇 산업 '향후 발전 시나리오'
1) 단기(1~3년): 쇼케이스→니치 상용화 단계
대형 이벤트·관광·전시·엔터테인먼트에서 휴머노이드의 홍보·경험형 수요가 확대되고, 물류센터·배터리·전자 조립 라인 등 일부 공정에서 파일럿 배치가 늘어날 전망이다.
중국 로봇 업체들은 춘완 같은 대형 무대에서 검증한 다로봇 제어·균형·안전 기술을 산업 환경에 맞게 이전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2) 중기(3~7년): '대량 생산·표준화' 경쟁
정부 보조와 민간 자본이 결합돼 연간 수만 대 규모의 양산 체제가 구축되면, 부품 단가 하락과 함께 범용 플랫폼(몸체) 위에 산업·서비스용 소프트웨어를 얹는 비즈니스 모델이 부상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감속기·모터·배터리·산업용 AI칩 등 부품·소재 업체와, 클라우드·디지털 트윈·로봇 운영체제(OS)를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기업이 동반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3) 장기(7년 이후): '글로벌 공급망 재편' 변수
중국이 전기차·태양광과 유사한 방식으로 가격·물량 공세에 나설 경우, 미국·유럽·한국·일본은 자국 내 휴머노이드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보조금·관세·규제 장벽을 동원할 수 있다.
동시에 중국산 로봇 부품·완제품이 신흥국·개도국에 대거 공급되면, 글로벌 제조·물류·서비스 현장의 자동화 속도 자체가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 입장에서는 중국을 단순 경쟁자로만 볼 것이 아니라, 부품·소재·AI칩·제어 소프트웨어 등에서 상호 보완적 포지션을 확보할 것인지, 아니면 고부가 틈새 시장(원전·방산·극한환경·의료 등)에 특화된 제품을 개발해 차별화된 로봇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적 선택이 필요할 전망이다.
pxx17@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