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9 남북 군사합의 복원 선 긋기
휴전선 '국경선화' 공식화 가능성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담화를 통해 무인기 침투 사안을 국제법상 영공 침해에 해당하는 엄중한 주권 침해 사건으로 규정하고 향후 재발 땐 무력 대응을 시사했다.
이번 담화는 한국 정부의 책임을 공식화하는 동시에 남북 특수관계를 전제로 한 기존 합의 체제를 사실상 부정하고 '적대적 두 국가' 구도를 제도화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9일 "김여정 담화는 한국 측 도발 행위에 대한 공식 인정과 유감 표명을 고리로 사건의 귀책 사유를 남측에 고착화하고 이를 국제사회에 대한 외교적 공세의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홍 연구위원은 김여정이 담화에서 '공화국 령공' '주권 침해' '신성불가침 주권' 표현을 반복 사용하며 이번 사안을 정전협정 위반이나 남북 합의 위반이 아닌 국제법상 영공 침해 문제로 규정했다. 이는 남북 관계의 특수성을 전제로 한 상호주의적 접근을 배제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지속적인 재발 방지 요구를 통해 한국군의 대북 정찰 활동과 접경지역 전술 행동을 심리적·정치적으로 위축시키려는 의도"라고도 봤다.
특히 재발을 무력 대응의 트리거로 설정함으로써 향후 대응 행동에 대한 정당성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주권 국가로서의 사법권 행사 명분을 축적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설명이다.
북한은 무인기와 대북 전단 풍선 등 공중 침투 수단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이번 담화 역시 영공 방어의 허점을 보완하며 재발 방지 확약을 압박하는 동시에 대남 위협 체계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실리적 목적을 병행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홍 선임연구위원은 "기존의 선언적 적대적 두 국가 기조를 물리적·군사적·법적 행동 조치로 구체화하고 정전협정을 전면적으로 무력화하는 국경 관리 체제로의 전환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국경의 불가침성과 영토적 통합성을 규정한 빈 협약, 영공에 대한 배타적 주권 원칙을 명시한 시카고 협약, 유엔해양법협약(UNCLOS) 등 국제 규범을 근거로 국경 관리 원칙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한국 정부가 제안해 온 9·19 군사합의 복원과 같은 특수관계 기반 합의에 대해 사실상 선을 그었다고 평가했다. 9·19 군사합의는 4·27 판문점 선언을 모합의로 하며 남북 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는 잠정적 특수관계로 전제해 왔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담화는 남북 합의 체제의 무력화를 분명히 하고 오직 국가 대 국가 차원의 냉혹한 국경 관리 체제만이 존재한다는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라며 "휴전선을 영토 완정을 위한 최전방 국경선으로 선포하고 기존 요새화 조치를 강화하는 군사적·행정적 조치에 착수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hyun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