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정권의 최고 충복(忠僕) 조직 중 하나로 평가되는 민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이 유럽에 대한 사보타주(파괴공작) 공격에서 중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서방 정보 당국이 판단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15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바그너그룹은 '푸틴의 요리사'라는 별병으로 불릴 정도로 푸틴의 신임을 받던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지난 2014년 창설한 용병 조직이다.
시리아·리비아·수단 등 전 세계 분쟁 현장에 개입해 혼란 확산과 함께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를 꾀했으며, 크림반도 강제 병합과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국면에서도 크게 활동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바그너그룹은 프리고진이 지난 2023년 6월 무장 반란을 일으켰다가 두 달 만에 비행기 사고로 사망한 이후 잠시 혼란을 겪었지만 이후 푸틴 정권의 장악력이 커지면서 다시 러시아 정부·군의 '전위 용병' 역할을 활발하게 수행하고 있다.

FT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 오지·시골·교도소 등에서 젊은 남성들을 설득해 전쟁터로 보내는 데 특화돼 있던 바그너그룹의 모집책들이 최근 새로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유럽의 정보 당국자들은 "경제적으로 취약한 유럽 내 젊은이들을 모집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영토 내에서 폭력 행위를 저지르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FT는 "러시아 국내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FSB)과 군 정보기관인 총정찰국(GRU)은 모두 유럽 국가들 내부에서 혼란을 조성하기 위해 소모용(disposable) 요원들을 모집하는 데 매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년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서방 국가들의 결의를 약화시키고 사회적 불안을 조성하기 위해 유럽 전역에서 교란 및 사보타주 캠페인을 확대해 왔다.
유럽연합(EU) 각국이 잇따라 외교관 추방에 나서면서 유럽 내 은밀한 공작 요원이 크게 줄어들자 러시아 정보기관들은 점점 더 대리 세력(proxies)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그너 그룹에 포섭돼 임무를 받은 이들은 정치인의 차량 방화, 우크라이나 지원 물자가 보관된 창고에 대한 방화 공격, 나치 선전가로 가장하는 활동까지 다양한 범죄를 수행하고 있다.
한 예로 지난 2024년 3월 영국 런던 동부에서 한 창고에 대한 방화 혐의로 21세 딜런 얼이 체포됐다. 그는 2023년 말 바그너 그룹에 합류했고, 이후 추가 가담자 4명을 끌어들인 뒤 범행을 저질렀다. 그는 법원에서 23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바그너그룹은 현지 행동대원들과 직접 연락하지 않고 최소한 두 단계 이상의 차단막(cut-out)을 둔다고 한다. 범행이 발각되거나 범인이 체포됐을 경우 자신들의 배후 사실을 언제든 부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다만 바그너그룹이 포섭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민간인이기 때문에 단점도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FT는 "바그너그룹이 유럽 각국의 현지 '아마추어' 사보타주 요원을 모집함에 따라 규모와 비용 면에서는 이득을 얻었겠지만 그만큼 전문성과 보안성은 떨어진다"며 "지금까지 성공한 공격보다 저지된 공격이 더 많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