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삼표그룹 대표이사를 중처법 기소했다면 다른 결론 가능성도
아리셀은 회사 대표에게 중형 선고..."CEO·CSO 중 경영책임자 판단"
[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시행 직후 발생한 이른바 '중처법 1호' 사건에서 기소된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법원이 판단한 중처법상 '경영책임자'의 기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노동자 26명이 숨진 아리셀 화재 참사에서 대표이사에게 징역 15년의 중형이 선고된 것과는 대조적인 결과로, 두 사건의 희비는 결국 피고인이 법률상 '경영책임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서 갈린 것으로 보인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형사3단독(이영은 판사)은 전날 중처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은 2022년 1월 삼표산업 양주 사업소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3명이 토사에 매몰돼 사망한 사고로, 중처법 시행 이틀 만에 발생해 '1호 사고'로 불렸다. 또 중처법 위반 혐의로 기업 대표이사가 아닌 오너가 기소된 첫 사례이기도 하다.
정 회장이 실형을 선고받을 경우 그룹 오너로는 처음으로 중처법 실형 선고라는 오명이 남을 가능성도 있었지만, 1심 재판부는 무죄로 판단했다.
당시 검찰은 정 회장을 '실질적 경영책임자'로 보고 기소했다. 반면 삼표산업 대표이사에게는 중처법보다 처벌 수위가 낮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그러나 법원은 정 회장을 중처법상 의무 주체인 '경영책임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법안심사소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경영책임자 등'의 범위를 다루면서 기업 회장과 같이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가 언급되기는 했으나, 기본적으로는 법률상 대표권을 행사하는 대표이사를 염두에 두고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중처법상 의무 주체인 '경영책임자'는 기본적으로 대표이사를 의미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대표이사가 존재함에도 대표이사가 아닌 자를 경영책임자로 인정하려면, 해당 인물이 법인의 사업을 실질적·구체적으로 대표·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을 갖고 있었고, 그로 인해 대표이사가 중처법상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정 회장이 중처법상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구체적·실질적으로 이행할 지위에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김종수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이번 결정은 대표이사가 아닌 자를 경영책임자로 인정하려면 대표이사와 동일하게 구체적·최종적 지시를 했거나, 대표이사의 안전조치 이행을 현저히 방해한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인정하겠다는 취지"라며 "회장이 여러 경영상 지시를 했더라도 법인격을 넘어 대표이사가 아닌 자를 중처법상 경영책임자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만약 검찰이 대표이사를 중처법 위반으로 기소했다면, 법원의 판단이 달라졌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반면 아리셀 사건에서는 중처법 위반과 파견법 위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박순관 대표에게 징역 15년의 중형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중처법의 문제의식은 중대재해가 발생할 수 있는 구조적 환경, 즉 안전관리 시스템을 구축할 권한과 책임이 있음에도 이를 방치한 대표이사와 같은 경영책임자에게 산업재해 발생에 대한 책임을 묻는 데 있다"며 "경영책임자에게 무거운 형사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안전관리 시스템 구축이라는 구체적 작위의무를 위반한 데 대한 응당한 결과로, 자기책임 원칙에도 부합한다"고 밝혔다.
조인선 법무법인 YK 변호사는 "아리셀 사건과 최근 수원지법 여수지원의 중처법 관련 판결을 보면, 법원은 중처법상 '경영책임자'를 누구로 볼 것인지, 즉 안전보건총괄책임자(CEO)나 최고안전책임자(CSO) 가운데 누가 해당하는지를 중심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기업의 규모와 내부 의사결정 구조, 안전보건 조직에 대한 예산 편성 및 인적 구성 권한을 종국적으로 누가 행사했는지를 따져 법률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abc123@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