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팎 비판에 5개월 만에 사실상 폐기
비현실적 '흡수통일' 자꾸 거론 말아야
"'핵 포기' 어렵다며 비핵 목표도 문제"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통일부가 3일 이재명 정부의 대북정책을 홍보하는 책자를 발간하면서 핵심 중 하나인 'END 이니셔티브'라는 표현을 포함시키지 않아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북한과의 교류(Exchange)와 관계 정상화(Normalization), 비핵화(Denuclearization)'의 이니셜을 딴 END는 지난해 9월 이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에서 처음 공개된 정부 대북‧통일 정책 구상이다.

통일부는 이번에 발간된 '이재명 정부의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 홍보 책자에서 3대 목표로 ▲남북 간 평화공존 제도화 ▲한반도 공동성장 기반 구축 ▲전쟁과 핵 없는 한반도 실현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직접 밝힌 END라는 말은 어디에도 싣지 않았다.
이를 두고 'END'라는 용어가 종말이나 죽음을 의미하는 부정적인 의미가 강해 북한은 물론 국제사회에 거부감을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점을 의식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통일부 당국자는 "관계 부처와 전문가 의견 수렴 과정에서 (결정) 한 것이고, END라는 용어는 없지만 내용은 다 그대로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이 납득할 만한 논리적 설명 없이 통일부가 이재명 정부의 통일정책 기조를 망라한 책자에서 누락시켜버림으로써 이 대통령이 국제사회에 공언한 'END 이니셔티브'는 5개월 만에 수명을 다하고 사실상 폐기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통일부가 책자에서 한반도 평화공존의 3대 원칙으로 ▲북한 체제 존중 ▲흡수통일 불추구 ▲적대행위 불추진을 설정한 것을 두고도 비판이 나온다.
일방적인 체제 흡수나 인위적 방식의 통일이 아닌 평화 공존을 바탕으로 한 통일을 추구하겠다는 취지이지만 그 배경이나 맥락에 문제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성훈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전 통일연구원장)은 "통일부는 자꾸 독일 통일 사례를 '흡수 통일'로 간주해 그런 방식을 남북 간에 적용하지 않겠다고 주장하는데, 독일 통일은 동독 국민들이 투표에 의해 서독과의 통합을 결정한 것이지 흡수방식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전 연구위원은 또 "통일은 정부가 하고 말고를 결정할 일이 아니고 그런 상황이 오면 국민투표에 의해 결정하는 것으로 우리 헌법에 규정돼 있다"며 "이런 방안 제시나 관련 논의‧논란 자체가 무의미해 보인다"고 말했다.

통일의 기회가 온다면 정부가 국민의사를 물어 국민동의 여부에 따라 진행을 하면 될 사안을 마치 이재명 정부와 통일부가 결정권을 쥔 것처럼 말하는 건 월권이란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 연구기관의 박사는 "북한이 핵 보유를 공언하고 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체제를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 라고 지칭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가 '흡수통일 불추구'를 천명하는 게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지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반발을 자초하는 건 물론이고 국제사회에서도 설득력을 잃을 것이란 우려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현실적으로 북한이 핵을 포기하겠느냐"며 비핵화보다 군축협상에 무게를 실은 상황에서 통일부가 3대 목표 가운데 하나로 '핵 없는 한반도'를 내세운 점을 두고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대북 전문가는 "END구상 중에 D(비핵화)는 언제 될지 대통령과 정부가 밝히지 못하고, 국민 90% 가까이가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핵화는 정책목표가 되기 어렵다"며 "하나의 비전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yjlee@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