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배터리 핵심 소재
인니 공급 과잉 단기 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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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스테인리스강의 주원료로 통하는 니켈이 인공지능(AI)과 전기차 시대를 맞아 다시 태어나는 모양새다. 에너지 전환의 핵심 소재로 위상이 재정립된 것.
전기도금과 반도체, 충전식 배터리 소재로 부상하면서 니켈의 존재감이 크게 확대되는 한편 관련 광산주들 역시 월가의 조명을 받고 있다.
최근 2~3년 사이 인도네시아발 공급 과잉과 이에 따른 가격 하락으로 단기 모멘텀이 여전히 취약하지만 구조적인 수요 확대를 겨냥한 매수 열기가 본격 점화되는 양상이다.
AI와 전기차 시대는 고에너지 밀도와 고출력이라는 공통의 기술적 요구를 갖고 있는데 이 두 가지를 만족시키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고니켈 양극재다. NMC(니켈·망간·코발트) 및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계열 배터리는 니켈 비중을 높여 에너지 밀도를 끌어올리고, 같은 팩 무게에서 더 긴 주행거리와 높은 출력, 빠른 충전 및 방전을 가능하게 해 전기차뿐 아니라 AI 데이터센터용 UPS(무정전전원공급장치)와 대규모 ESS(에너지저장시스템)에도 적합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와 주요 컨설팅 업체들은 2030년 전 세계 전기차(EV) 배터리 수요가 2023년의 4.5배 이상으로 늘어나 3500GWh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니켈을 포함한 배터리 금속 수요가 공급 여력을 시험할 정도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전기차용 배터리에 들어가는 니켈 소비는 2020년대 초반 전체 니켈 수요의 한 자릿수 비중에서 2030년경에는 15~20% 수준까지 오를 수 있고, 일부 시나리오는 배터리용 니켈 수요가 2030년까지 3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추정한다.

AI 인프라도 간접적으로 니켈 수요를 자극하는 축이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 서버와 데이터센터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중요하기 때문에 대형 UPS와 그리드 연계 ESS 도입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고에너지 밀도와 긴 수명, 높은 출력 특성을 요구하는 이 시장에서도 고니켈계 배터리가 중요한 옵션으로 자리 잡고 있다.
결국 전기차와 재생에너지, AI 데이터센터라는 세 축이 모두 장기적으로 니켈 수요를 끌어올리는 구조적 배경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니켈 수요에 대한 전망을 흐리게 하는 요인도 없지 않다.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의 급부상과 지역별 전기차 침투 둔화가 특히 단기적으로는 니켈 수요 둔화와 가격 압력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LFP는 니켈과 코발트를 쓰지 않으면서도 가격 경쟁력이 높고, 중국을 중심으로 생산과 기술이 빠르게 확대되며 보급형 승용차와 일부 상용차, ESS에 빠르게 침투하는 모습이다.
인도네시아 니켈 업계에서 2030년이 되더라도 배터리용 니켈 수요 비중이 전체의 20%를 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할 정도로 최근 2~3년간 배터리용 니켈 수요 증가율은 예상보다 둔화된 면이 있다. 실제로 FINI(인도네시아 니켈 산업 포럼)는 2020~2022년 사이 배터리용 니켈 수요가 10% 늘었지만 이후 증가율이 둔화됐고, LFP와 글로벌 경기 둔화가 수요를 제약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국제기구와 IB들은 구조적 수요 확대와 단기 사이클 조정 사이에서 장기적으로 전기차와 ESS, AI 인프라 수요에 의해 니켈 시장이 다시 타이트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고급 승용 전기차와 장거리 주행차, 상용 전기차, 항공 모빌리티, 고출력 ESS 등에서는 여전히 고니켈계가 유리하고, 해당 시장 비중은 중국 LFP 중심의 보급형 시장보다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제시돼다.
니켈 가격은 2020년 이후 극단적인 변동성을 경험했다. 2020년 초 LME 니켈 가격은 톤당 1만3000달러 안팎에서 출발했지만 코로나 이후 유동성과 전기차 기대감이 겹치며 2021년과 2022년 초까지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IEA는 니켈과 코발트 가격이 2021년 3월부터 2022년 5월 사이 두 배 이상 뛰었다고 집계했는데, 이는 전기차 배터리 수요 기대와 공급 병목이 겹치면서 나타난 전형적인 공급망 쇼크였다.
2022년 초에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단기 숏커버까지 겹치며 니켈 가격이 단기적으로 폭등하는 사태가 발생했고, 이후 LME는 거래 중단과 규정 변경 등 시장 안정화 조치를 취해야 할 정도였다. 하지만 당시 고점 이후 인도네시아발 공급 급증과 중국 부동산 경기 둔화, 고금리에 따른 전반적인 경기 둔화 우려가 겹치며 니켈 가격은 빠르게 하락해 2024~2025년에는 2020년대 초반 저점 수준으로 되돌아왔다.

2024년 LME 니켈 평균 가격은 톤당 1만5328달러로 2023년에 비해 7.7% 하락했으며, 2025년 초에는 1만5078달러까지 떨어져 2020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2025년 1월 초 LME 현물 가격은 1만5055달러까지 밀리며 4년 만의 저점을 찍었는데, 이는 인도네시아의 공격적인 제련 및 광산 증설과 중국 수요 둔화, 강달러, 미·중 관세 갈등 등 거시 변수의 복합 효과였다.
2025년 중반에 들어서도 니켈 가격은 1만5000달러 안팎에 머물며 약세 기조를 이어갔고, 이런 저가격 환경은 신규 광산 투자 유인을 떨어뜨려 향후 공급 부족 가능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국제 IB들과 리서치 하우스들은 현재의 저가격 구간을 향후 공급 부족의 씨앗이라는 데 한 목소리를 낸다. 한 분석에 따르면 2023~2035년 사이 니켈 공급은 연평균 4.6% 성장에 그치는 반면, 수요는 5.1% 성장해 장기적으로는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는 구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보고서는 2030년 이후 과잉 공급과 낮은 가격 환경이 점차 해소되고, 수급 균형이 타이트해지면서 니켈 가격이 우상향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배터리 금속 투자 보고서에서도 "니켈은 전통 산업금속에서 배터리·에너지 전환 메탈로 재분류되는 과도기에 있다"고 판단했다. IEA와 일부 IB는 현 수준의 낮은 가격이 2030년까지 필요한 광산과 제련 설비투자(CAPEX)를 제때 촉발하지 못할 수 있고, 이 경우 후반기에 구조적인 공급 부족과 가격 급등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환경과 인허가 규제로 선진국과 친환경 프로젝트의 리드타임이 10년 이상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투자 공백은 2030년대 초 수급 불균형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시각이다.
반면 단기적으로는 인도네시아 증설과 LFP 확산, 글로벌 경기 둔화가 지속되는 한 니켈 가격이 과거 슈퍼사이클 수준까지 재차 폭등하기보다는 1만5000~2만달러 구간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이라는 보수적인 전망도 적지 않다.
인도네시아 니켈 업계조차도 2030년 배터리용 니켈 비중이 20%를 넘기 어렵다고 보는 등 수요 측에서의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LFP·망간계·나트륨이온 등 대체 화학계의 기술 진화가 니켈 가격 상단을 제한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존재한다.
결국 AI와 전기차 시대의 니켈은 구조적인 수요 확대와 기술 및 정책 리스크가 맞물리는 금속이다. 전기차 보급 확대와 ESS·AI 인프라 확산, 에너지 전환 정책들은 2030년까지 니켈 수요를 지속적으로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인도네시아와 중국의 공격적인 증설, LFP·나트륨이온과 같은 비니켈 화학계의 진화, 재활용 확대, 각국의 환경 및 무역 정책은 수요와 공급, 가격의 경로를 크게 바꿀 수 있는 변수로 남아 있다.
IB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대목은 단기 과잉 공급과 낮은 가격이 장기 구조적 공급 부족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의 가격 수준은 일부 고비용 광산과 친환경 프로젝트에 충분한 투자 유인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2030년 전후에는 에너지 전환 메탈 전반에서 공급 병목이 재부각될 수 있다는 경고가 꼬리를 문다.
AI와 전기차 시대 니켈 투자는 결국 가격 그래프의 단기 모양보다 정책 및 기술, 설비투자(CAPEX) 사이클을 함께 읽어야 하는 장기 구조 스토리로 이해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shhwa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