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친정 격 檢 부러진 칼날, 폐지 현실화
계엄에 등돌린 사법부...개혁 불씨 옮겨붙어
[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이 촉발한 나비효과로 2025년 법조계에는 거센 태풍이 몰아쳤다. 첫 태풍은 윤 전 대통령 부부를 정조준했고, 이후 윤 전 대통령의 친정이었던 검찰과 계엄 국면에서 아무 역할도 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은 사법부로 확산했다.
◆ 헌정사상 첫 전직 대통령 부부 동반 구속·기소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28일 김건희 특검 수사 종료를 끝으로 이른바 3대 특검이 모두 마무리됐다. 유례없이 최대 규모로 꾸려졌던 3대 특검의 수사 칼날은 정점인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를 향했다. 특검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통령 부부를 동반 구속하고 또 동반 기소했다.
3대 특검 가운데 가장 먼저 수사에 착수한 내란 특검은 신속한 수사로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으로 풀려났던 윤 전 대통령을 7월 10일 재구속하는 데 성공했다. 수사 개시 22일 만이었다.

내란 특검은 윤 전 대통령 재구속 이후 수사를 빠르게 진행했고, 7월 19일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윤 전 대통령을 3대 특검 가운데 처음으로 재판에 넘겼다.
이 사건을 심리 중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재판장 백대현)는 오는 1월 17일 1심 선고를 내릴 예정이다. 이는 3대 특검이 기소한 윤 전 대통령 사건 가운데 가장 먼저 선고되는 사례로, 특검은 지난 26일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내란 특검은 지난 15일 수사 결과 발표를 통해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목적에 대해 "군을 동원해 무력으로 정치 활동과 국회 기능을 정지시키고, 국회를 대체할 비상입법기구를 통해 입법권과 사법권을 장악한 뒤 반대 세력을 제거하고 권력을 독점·유지할 목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결론지었다.
8월 13일에는 김건희 여사가 구속됐다. 김건희 특검은 주가조작, 불법 정치자금 수수 및 금품 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김건희 특검팀은 수사 개시 41일 만에 김 여사 신병을 확보한 것이다. 이 사건의 1심 선고는 내년 1월 28일로 예정돼 있으며, 김건희 특검은 김 여사에게 각각 징역 15년과 벌금 20억 원, 추징금 약 9억 원을 구형했다.
김건희 특검은 지난 29일 수사 결과 발표에서 "사람들이 대통령이 아닌 김건희를 찾아가 청탁하고 금품을 교부했으며, 그 결과 청탁이 그대로 실현됐다"며 "대통령의 배우자가 현대판 매관매직을 일삼고, 국민의 눈길이 미치지 않는 장막 뒤에서 불법적으로 국정에 개입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매듭지었다.
◆ 검찰, 부러진 칼날...78년만에 폐지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며 가장 먼저 타깃이 된 정부 조직은 윤 전 대통령의 친정 격인 검찰이었다. 지난 9월 26일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검찰청이 78년 만에 폐지되는 것이 현실화됐다.
개정안에는 검찰청을 폐지하고 법무부 산하 공소청과 행정안전부 산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으로 기능을 분리하는 내용이 담겼다.

비상계엄 이후 검찰 내부에선 혼란이 이어졌다. 지난 3월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으로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윤 전 대통령은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으로 석방됐다. 이에 대해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즉시항고 필요성을 제기했으나, 심우정 당시 검찰총장은 즉시항고 포기를 지휘하며 검찰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키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검찰청 폐지가 결정된 이후에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문제가 도마에 올랐지만, 11월에는 검찰 지휘부가 김만배 씨 등 이른바 '대장동 일당' 일부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포기하면서 내부 분위기는 더욱 악화됐다.
이례적인 항소 포기로 정성호 법무부 장관 외압설이 제기됐으나, 법무부는 "지휘가 아닌 의견 전달이었다"며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이 과정에서 정진우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사의를 표명했고, 노만석 검찰총장 대행은 항소 포기에 대한 명확한 해명 없이 항소 포기 닷새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지난 19일 법무부와 대검찰청은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했으나, 검찰개혁에 대한 언급 없이 보고를 마쳤다. 내년 9월 검찰청 폐지를 앞두고 제도 구체화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정치적 논쟁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통령실과 검찰, 법무부 모두 관련 발언을 자제한 것으로 보인다.
◆ 비상계엄後 사법부 행보로 촉발된 사법개혁

2025년 하반기에 접어들며 민주당 중심 개혁의 광풍은 사법부로 그 불씨가 옮겨갔다. 더불어민주당이 발표한 사법개혁 과제에는 대법관 증원,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 구성 변경, 법관 평가제도 개선, 하급심 판결문 공개 확대 등이 포함됐다.
사법개혁 논의의 불씨는 비상계엄 이후 사법부의 행보에서 촉발됐다.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은 조기대선을 약 한 달 앞두고 선고됐다. 전원합의체 회부 9일 만에 유죄 취지 판결이 내려지자, 사법부의 대선 개입 논란이 불거졌다. 또 지난 3월 지귀연 부장판사가 윤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취소 결정을 내리면서 거센 논란이 일었다.
여당은 현재 사법개혁에 강한 의지를 보이며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난 24일에는 민주당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된 것도 그 일환이다. 해당 법안은 내란·외환·반란 범죄 중 정치·경제·사회적 파장이 크고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건을 대상으로 서울중앙지방법원과 서울고등법원에 각각 2개 이상의 전담재판부를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판사 3명으로 구성된 대등재판부로 운영되며, 심리 기간 동안 해당 사건만을 전담한다. 다만 무작위 배당 원칙에 위배된다는 점에서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abc123@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