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뉴스핌] 이형섭 기자 = 도서출판 교유서가는 인류의 이동을 세계사의 중심에 놓고 재해석한 인문서 '이주사란 무엇인가?'를 출간했다고 23일 밝혔다.
이 책은 이주사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로 평가받는 크리스티아네 하르치히, 디르크 회르더, 도나 가바치아가 공동 집필한 저작으로, 국제 이주와 국경 이전의 이동을 포괄하는 글로벌 이주사 연구의 기본서로 자리매김해 온 작품이다.

책은 이주를 특정 시대의 위기나 예외적 사건이 아니라 인류 역사 전반을 관통하는 보편적 현상으로 규정한다. 인간은 본래 정착하는 존재이고 이주는 예외라는 통념에서 벗어나, 이동 자체를 인간 삶의 기본 조건으로 설정하고 세계사를 다시 읽어내는 것이 이 책의 출발점이다.
저자들은 이주를 노동력 이동이나 인구 문제에 한정하지 않고, 사회 구조와 문화 형성, 정치 질서와 정체성 변화를 이끌어 온 역사적 동력으로 분석한다.
구성 면에서 책은 먼저 이주 연구의 기존 패러다임을 비판적으로 검토한 뒤, 인류 기원기부터 현대 난민 문제에 이르기까지 장기적인 이주 흐름을 따라간다. 호
모 사피엔스의 대이동, 농업혁명 이후 인구 이동, 고대·중세 교역과 제국의 형성, 대서양 노예무역과 계약 노동, 탈식민화 이후 글로벌 이동까지를 하나의 연속된 역사로 엮어, 각 시기 이주가 사회를 어떻게 재편해 왔는지 짚어낸다. 이 과정에서 유럽 중심 서사를 벗어나 아시아·아프리카·아메리카를 포함하는 전 지구적 시야를 유지하는 점이 특징이다.
저자들은 오랫동안 이주를 설명해 온 '푸시–풀 모델'을 비판하고, 이주민을 수동적 피해자가 아니라 능동적 행위 주체로 재정의한다. 이주는 단순히 경제적 유인에 반응한 결과가 아니라 가족 구조, 젠더 관계, 사회적 네트워크, 개인의 생애 전략이 복합적으로 작동한 선택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출발지 사회와 이동 경로, 정착지 사회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분석하는 '시스템 접근법'을 통해, 개인의 결정과 거시적 구조가 맞물려 작동하는 이주 과정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세 저자는 이주사 연구를 학제적으로 확장해 온 대표 연구자들로, 회르더는 국가 중심 서사에서 벗어나 하층민과 다언어권의 시각에서 트랜스내셔널 이주사를 개척했고, 하르치히는 젠더 분석을 도입하며 비교 이주사의 지평을 넓혔다.
가바치아는 이주와 문화·음식·가족 구조의 관계를 통해 이주사의 문화사적 접근을 발전시켰으며, 이번 책은 집필 도중 세상을 떠난 하르치히의 원고를 동료 연구자들이 완성한 작업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교유서가 측은 "'이주사란 무엇인가?'는 이주를 단기 정책 현안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 역사 전체 속에 재배치하는 책"이라며, "다문화 사회를 살아가는 오늘의 독자들에게 이주를 이해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참고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출간 의의를 설명했다.
onemoregive@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