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러 제재 동참과 에너지 안보 사이 일본의 딜레마
[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에 러시아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중단을 요구했지만, 일본 정부는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와의 회담에서 러시아산 LNG 수입 중단을 요구했으며, 다카이치 총리는 곤란하다는 뜻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러시아 극동 지역의 에너지 개발 사업인 '사할린 1·2'를 포함한 LNG 문제를 거론하며 "일본이 손을 뗀다면 결국 중국과 러시아가 이익을 얻을 뿐"이라며 미국 측의 이해를 구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이어가는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기 위해 주요 7개국(G7)에 러시아산 에너지 금수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이미 미국의 요청에 호응해 러시아산 LNG 수입 전면 금지를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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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도쿄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일본은 러시아산 LNG가 전체 수입 물량의 약 9%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 극동 사할린 해역에서 채굴·액화되는 '사할린 2' 프로젝트에는 미쓰이물산과 미쓰비시상사가 참여하고 있으며, 일본의 전력회사와 가스회사들이 장기 공급 계약을 맺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사할린 프로젝트에서 일본이 철수하면, 그 자리는 곧바로 중국이나 러시아 국영기업이 차지할 것"이라며 미국의 요구에 선을 그었다.
이는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되, 에너지 분야만큼은 예외를 인정해 달라는 일본 정부의 현실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이번 회담 이전에도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일본 재무상에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중단을 기대한다"고 전달한 바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 내에서는 "LNG 수입을 끊으면 겨울철 전력 수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히 크다. 일본은 원전 재가동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고, 중동 정세 불안으로 대체 수입처 확보도 쉽지 않다.
이번 논의는 일본 외교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안보 면에서는 미국과의 동맹을 중시하면서도, 경제와 에너지 분야에서는 러시아 및 중국과의 현실적 관계를 무시할 수 없는 구조다.
특히 사할린 프로젝트는 일본의 에너지 자립도와 직결돼 있어 단순히 "동맹 우선" 논리만으로는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러 압박이 강화될수록, 일본은 '동맹의 신뢰'와 '에너지 안보'라는 두 축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될 전망이다.
goldendo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