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혈액검사로 다중 암 조기 진단
SYMPLIFY 연구, 양성 예측도 84.2%
위양성 사례 감소, 암 진단 예측력 증명
FDA 승인 준비중, 승인 후 매출 가속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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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현영 기자 = 미국 생명공학 기업 그레일(종목코드: GRAL)이 바이오테크 업계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주 삼성물산과 삼성전자의 투자 소식에 국내에서도 큰 관심을 끌었던 그레일의 주가는 20일(현지시간) 103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주가는 연초 대비 414.57%, 최근 1년 사이 533.89% 급등하며 놀라운 성과를 보이고 있다. 현재 시가총액이 33억 1000만 달러에 달하는 그레일은 혁신적인 암 진단 기술로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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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일 로고 [사진 = 업체 홈페이지 갈무리] |
이러한 주가 상승은 단순한 시장의 열기가 아닌, 구체적인 성과와 전략적 투자에 기반한다. 특히 20일에는 SYMPLIFY 연구의 긍정적인 장기 결과 발표와 3억 2500만 달러 규모의 사모 자금 조달 성공이 투자 심리를 크게 개선시켰다. 여기에 삼성의 1억1000만 달러 전략적 투자까지 더해지며, 그레일은 글로벌 암 진단 시장의 다크호스로 부상 중이다.
◆ 기술력이 증명한 의료 혁명 가능성
2015년 설립되어 미국 캘리포니아주 먼로파크에 본사를 두고 있는 그레일의 핵심 경쟁력은 '갤러리(Galleri)' 다중 암 조기 진단(MCED) 검사에 있다.
이 검사는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Sequencing)과 머신러닝 기술을 결합해 혈액 샘플만으로 50여 종의 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혈액 속 암 관련 미세 DNA 조각(cfDNA)을 선별하고 AI 기반 유전체 데이터 기술로 분석해 암 발병 유무 뿐 아니라 암이 발생한 장기 위치까지 예측한다. 기존 암 검진이 특정 장기에 국한됐다면, 갤러리는 한 번의 혈액 검사로 다양한 암을 동시에 스크리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혁명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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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일의 다중 암 조기 진단(MCED) 검사 [자료 = 업체 홈페이지] |
기술의 우수성은 구체적인 수치로 입증되고 있다. 그레일과 옥스퍼드대학교가 실시한 SYMPLIFY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갤러리 검사의 양성 예측도는 84.2%로 상승했다. 초기 분석에서 75.5%였던 정확도가 24개월의 추적 관찰 후 크게 개선된 것이다. 더욱 주목할 만한 점은 암 위치 예측 정확도가 96.4%에 달한다는 사실이다. 암 진단을 받은 28명의 환자 중 27명에서 검사가 암의 위치를 정확히 예측했다.
◆ 위양성의 역설이 만든 의학적 돌파구
SYMPLIFY 연구는 의료계에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초기에 위양성(본래 음성이어야 할 검사 결과가 잘못되어 양성으로 나온 경우)으로 분류됐던 참가자의 35.4%가 24개월 이내에 실제 암 진단을 받은 것이다. 이는 단순한 오류가 아니라, 갤러리 검사가 기존 진단 방법으로는 포착할 수 없었던 초기 암 신호를 감지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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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일의 '갤러리' 다중 암 조기 진단 검사 [사진 = 업체 홈페이지] |
이러한 발견으로 위양성 사례는 79건에서 51건으로 대폭 감소했다. 옥스퍼드 대학교 너필드 일차 의료 건강 과학부의 브라이언 D. 니콜슨 부교수는 "위양성 결과가 암 진단으로 전환된 것은 양성 MCED 결과에 대한 사전 예방적 추적 관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고 평가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재분류된 암 중 57.1%가 등록 후 9개월 이내에 진단됐고, 나머지 42.9%도 10~24개월 사이에 확인됐다는 사실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러한 사례의 절반 이상에서 암이 환자의 초기 증상과 전혀 다른 부위에서 발견됐다는 점이다. 이는 갤러리 검사가 의사의 임상적 판단을 넘어서는 예측력을 갖고 있음을 시사한다.
◆ SYMPLIFY 연구가 제시한 새로운 표준
SYMPLIFY 연구는 암 진단 분야에서 획기적인 의미를 지닌다. 이는 일차 진료 환경에서 의뢰된 유증상 환자를 대상으로 다중 암 조기 진단 검사를 대규모로 평가한 최초의 연구다. 영국과 웨일스에서 암 증상으로 진단 검사를 위해 의뢰된 18세 이상 환자 6238명이 참여했으며, 국가 암 등록부를 통해 24개월간 추적 관찰이 이뤄졌다.
연구는 그레일이 자금을 지원하고 옥스퍼드 대학교가 주관했으며,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잉글랜드, NHS 웨일스, 국립 보건 및 의료 연구소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이러한 공신력 있는 기관들의 참여는 연구 결과의 신뢰성을 더욱 높여준다. 갤러리 검사는 현재 암 위험이 높은 성인, 특히 50세 이상에게 권장되며 의료 제공자의 처방이 필요하다.
◆ 삼성과의 전략적 제휴, 아시아 시장 공략 본격화
10월 16일 발표된 삼성과의 전략적 협력은 그레일의 글로벌 확장 전략에서 중요한 전환점이다. 삼성물산과 삼성전자는 주당 70.05달러로 총 1억 1000만 달러를 공동 투자하며, 갤러리 다중 암 조기 진단 검사의 주요 아시아 시장 진출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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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일에 대한 삼성의 투자와 사모 자금 조달 [자료 = 그레일 홈페이지] |
이번 협력의 핵심은 시장 접근성 확보다. 삼성물산은 우선 한국에서 갤러리 검사를 상용화하기 위한 그레일의 독점 파트너로 활동하며, 일본과 싱가포르로의 확장 가능성도 열려 있다. 검사는 노스캐롤라이나에 있는 그레일의 임상 실험실에서 수행될 예정이며, 양사는 2026년 초에 최종 계약을 협상하고 즉시 상업 운영을 시작할 계획이다.
그레일의 하팔 쿠마르 해외 사업 및 바이오 제약 부문 사장은 "삼성의 지분 투자는 우리의 대차대조표를 강화하고, 미국과 주요 국제 시장에서 갤러리 검사의 보험 적용을 위한 주요 이정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추가 현금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협력은 단순한 자금 조달을 넘어선다. 양사는 유전체 기반 라이프스타일 임상 연구 지원 및 삼성의 건강 데이터 플랫폼과 그레일 기술 통합을 포함한 잠재적 전략적 파트너십도 모색 중이다. 이는 기술 시너지를 통한 장기적 가치 창출을 목표로 한다.
투자는 최종 협력 계약 체결 및 통상적인 마감 조건, 규제 승인을 거쳐 2026년 초에 완료될 예정이다. 발표 직후 그레일 주가는 16일 장중 89.57달러까지 올랐다가 전일 대비 14.42% 상승한 86.41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 재무 건전성 강화로 장기 성장 기반 마련
그레일은 20일 약 3억 2500만 달러 규모의 사모 증권 매입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주당 70.05달러에 보통주 또는 선불 워런트 463만9543주를 발행하는 이번 자금 조달은 21일 마감된다.
이번 라운드에는 딥 트랙 캐피털, 패럴론 캐피털 매니지먼트, 힘스 앤드 허스, 브레이드웰 LP를 포함한 신규 및 기존 기관 투자자들이 참여했다. 3개의 생명 과학 투자 회사와 기술 및 생명 과학 중심의 패밀리 오피스도 동참하며 투자자 구성의 다양성을 보여줬다.
회사는 조달한 자금을 상업 활동 확대, 부채 상환, 운영 자본 및 일반 기업 목적에 사용할 계획이다. 그레일은 이번 자금 조달과 삼성의 1억 1000만 달러 투자를 통해 2030년까지 계획된 운영에 충분한 자금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는 장기적인 연구개발과 시장 확대에 필요한 재무적 안정성을 확보했음을 의미한다.
▶②편에서 계속됨
kimhyun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