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아이콘 故 라울 그리할바 의원 딸, 의원직 승계
5석 우위 공화당, 3 표만 이탈해도 법안 통과 못 해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23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에서 치러진 연방 하원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의 아델리타 그리할바가 후보가 승리했다. 이번 승리로 피마 카운티 수퍼바이저를 역임한 그리할바 후보는 올 해 초 별세한 아버지 라울 그리할바 의원에 이어 의원직을 이어받게 됐다.
AP 통신 예측에 따르면, 민주당 당내 경선을 압도적인 표차로 이긴 그리할바 후보는 본선에서도 소상공인 출신 공화당 후보 다니엘 부티에레스를 손쉽게 꺾었다.
그리할바 후보가 공식 취임하면 민주당의 하원 의석은 214석, 공화당은 219석으로 재편된다. 부채 한도,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 수사 관련 문서 공개 등 주요 사안에서 당내 반발에 직면해 온 공화당으로선 단 세 표만 이탈하더라도 법안을 통과시킬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미 역사적으로 적은 공화당의 하원 과반 의석이 더욱 쪼그라들게 됐다며 공화당의 다수당 지위를 추가로 약화시키는 결과라고 짚었다.
라울 그리할바 의원은 하원 내 진보코커스(Congressional Progressive Caucus)의 공동의장이자 천연자원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진보 진영의 아이콘으로 평가받았다. 그는 의회 내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에 맞서 싸운 주요 인사였다. WP는 선거 과정에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무소속·버몬트)과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 하원의원(민주·뉴욕) 등 대표적 진보 정치인들의 지지를 받은 아델리타 그리할바 의원도 아버지의 진보 노선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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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3일, 미국 애리조나주 투싼에서 유권자들을 투표소로 안내하는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다.[사진=로이터 뉴스핌] |
의회 전문지인 힐(The Hill)은 이번 선거 결과가 민주당과 공화당이 합세해 법무부에 제프리 엡스타인 관련 문서 공개를 강제하는 하원 표결을 강행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의미도 가진다고 분석했다. 공화, 민주 양당이 초당적으로 마련한 표결 부의안 청원에 모든 민주당 의원과 공화당 의원 3명이 동참했지만 여전히 한 명의 서명이 부족했는 데, 그리할바 의원의 당선으로 이 마지막 한 표가 채워지게 된 것이다. 다만 설령 청원이 성공해 하원에서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상원 통과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이 필요하기 때문에 실제 법제화 가능성은 낮은 상태다.
민주당의 이번 승리는 이달 초 버지니아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의 제임스 워킨쇼 후보가 승리한 데 이어 나온 것으로, 올해 11월4일과 12월2일 각각 텍사스와 테네시에서 두 차례 더 연방 하원의원을 뽑는 보궐선거가 예정돼 있다.
dczoom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