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우려에 이탈리아 국채와 스프레드 압착 심화...격세지감
[서울=뉴스핌] 오상용 기자 = 유로존 금융시장의 벤치마크는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다. 해당 독일 국채 금리와 이탈리아 동일 만기 국채 금리의 스프레드(금리차) 변화는 유럽 금융시장이 얼마나 안정적인지, 혹은 스트레스가 얼마나 커졌는지 진단하는 가늠자 역할을 한다.
유럽 내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독일 국채 금리와 약체국이자 만성 재정적자국인 이탈리아 국채 금리의 격차가 벌어지면 유럽의 금융시장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신호로, 고조된 리스크 회피 심리에 자금 중개 기능이 약해지고 있다는 징조로 여겨지곤 한다.
해당 스프레드의 변화는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이처럼 유로존 금융시장의 스트레스를 진단하는 측정계의 바늘 한 쪽이 머지 않아 이탈리아 국채에서 프랑스 국채로 바뀌어야할 지도 모른다. 정국 혼란과 재정 건전성을 둘러싼 우려로 프랑스의 대외 신인도가 떨어지면서 프랑스 국채가 어느새 이탈리아 신세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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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10년물 국채 금리와 프랑스 10년물 국채 금리 추이, 두 국채 금리의 스프레드 추이 [사진=koyfin] |
3년전만 해도 1.9%포인트(=190bp)에 달했던 이탈리아와 프랑스 10년물 국채 금리의 스프레드는 지난주 0.045%포인트(4.5bp)로 압축됐다. 신용평가사 피치가 프랑스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한 단계 강등한 것이 한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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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파리는 하루 아침에 로마 꼴이 난 게 아니다.
이러한 변화는 긴 시간축 하에서 지속적으로 진행됐는데, 프랑스의 GDP 대비 정부부채가 빠르게 부풀어 오르고 재정적자폭이 확대된 것과 맞물려 있다. 프랑스의 부채 수준은 꾸준히 상승하며 이탈리아의 그것을 향해 수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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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와 프랑스의 GDP 대비 부채비율 추이(1994년~2023년) [출처= IMF, 연방준비제도] |
급기야 프랑스의 민간 주요 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 금리가 동일 만기의 프랑스 국채금리를 밑도는 일도 벌어졌다.
14일 파이낸셜타임스(FT)가 골드만삭스 데이터를 인용한 바에 따르면 프랑스 주요 기업 10곳이 발행한 회사채 금리는 최근 몇 주 동안 동일 만기의 프랑스 국채 금리를 하회했다.
일례로 럭셔리 기업 LVMH가 발행한 2033년 만기 회사채 금리의 경우 최근 동일 만기 프랑스 국채보다 7bp 가량 낮게 거래됐다.
부도 위험이 낮은, 즉 상환 안전성이 높은 채권의 경우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된다는 교과서적 해석대로면 투자자들은 프랑스 국채보다 이들 민간기업이 발행한 회사채를 더 안전한 것으로 보고 있다.
osy7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