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상용 기자 = 프랑스의 내각 붕괴가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정국 혼란으로 프랑수아 바이루 총리가 추진하던 재정 건전화 정책도 상당 기간 표류 혹은 후퇴할 가능성이 커졌다. 유럽 채권 시장에선 프랑스의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될 것이라는 우려도 고개를 들었다.
현지시간 8일 로이터에 따르면 이날 오후 예정된 프랑스 의회의 내각 신임 투표에서 바이루 내각이 과반 득표에 성공할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주말 동안에도 바이루 총리는 충분한 우군을 확보하지 못했다.
긴축 예산안 통과에 내각의 존립을 걸겠다며 신임 투표를 실시하기로 한 (바이루) 총리의 발상 자체가 애시당초 무모했다.
지난달 25일 기자회견에서 바이루 총리는 "국가 재정 상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며 "긴축 예산안 통과를 위해 신임 투표를 실시하겠다"고 승부수를 띄웠다. 과반 의석을 점하지 못한 상황에서 여야 모두 반대를 예고했던 터라 이는 정치적 자살에 가까웠다.
로이터는 "이제 바이루 내각 붕괴는 예정된 수순으로 보인다"며 "여야를 막론하고 야당 지도자들은 바이루 총리 불신임에 표를 던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강경좌파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의 대표 장뤼크 멜랑숑은 "바이루 내각은 붕괴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우파 진영의 목소리도 대동소이하다.
재정 건전화의 길로 매진하겠다며 바이루가 내민 카드는 결과적으로 프랑스의 부채 관리 능력에 더 타격을 가하게 생겼다.
프랑스 국채에 대한 위험 프리미엄을 보여주는 CDS(크레딧 디폴트 스왑) 스프레드는 빠르게 확대된 상태. 채권 시장 일각에서는 신용등급 강등을 걱정해야 할 판이라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시티그룹의 유럽 채권 부문 수석 전략가인 아만 반살은 "이번 신임 투표가 실패로 끝난다면 재정긴축에 대한 정치권의 의지는 거의 사라질 것"이라며 신용등급 하향 조정의 위험이 커졌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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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신용평가사들의 프랑스 국가 신용등급 평정 일정 [사진=로이터] |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 가운데 2곳(피치, S&P)은 이미 프랑스의 국가 신용등급에 대해 '부정적' 전망을 피력한 상태다.
당장 피치는 오는 9월12일 프랑스 신용등급(현재 AA-)에 대한 리뷰에 들어간다. 뒤이어 무디스와 S&P글로벌의 등급 평정도 10월과 11월로 예정돼 있다.
단스케 뱅크의 옌스 피터 소렌센 수석 애널리스트는 "최대 위험은 프랑스 내각 붕괴가 재정적자 감축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와 피치의 등급(프랑스 국가 신용등급) 강등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핀란드와 오스트리아의 국가 신용등급 평정에서도 피치가 강경한 스탠스(등급 강등)를 취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바클레이즈의 유로 금리 전략 헤드인 로한 카니는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경제 대국인 프랑스의 신용등급을 낮추는 게 쉬운 일은 아니"라고 신중론을 폈다. 모간스탠리도 피치의 프랑스 등급 강등은 너무 이른 감이 있다고 했다.
한편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바이루 내각이 붕괴되더라도 작년과 같은 의회 해산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지난해 조기 총선에서 집권 중도 연합이 과반 의석을 상실하면서 프랑스는 한바탕 정치적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로이터는 다수 전문가들의 경우 마크롱 대통령이 이번에는 중도좌파 사회당(PS) 출신 인물을 총리 후보로 지명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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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8월25일(현지시간) 기자회견 하는 프랑수아 바이루 프랑스 총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
osy7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