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반 다국어 번역 및 민원 답변 지원
국민신문고, 지난 6월부터 시범 운영 中
외부 용역 없이 권익위 주무관 직접 개발
[세종=뉴스핌] 양가희 기자 = "처음에는 그냥 막연했어요. 고민하다 보니 악성 민원으로 공무원 인명사고도 발생하고, 지나치게 반복되는 민원도 많고. 인공지능(AI)으로 효율화할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바야흐로 AI 대전환, 인공지능 전환(AX) 시대다. 대통령이 이끄는 국가AI전략위원회가 출범했고, AI 정책을 관장하는 대통령의 참모직이 생겨났다. 정부는 AI 생태계 조성에 100조원 투자도 약속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운영하는 정부 민원접수 시스템 국민신문고는 이미 AI 기능을 이식했다. 발빠른 변화의 주역은 권익위 국민신문고과의 손이규 주무관. 생성형 AI 기반 민원 답변 지원 및 다국어 번역 서비스를 직접 개발한 주인공이다.
손 주무관은 지난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뉴스핌>과 인터뷰를 통해 "업무를 어떻게 자동화, 효율화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이게 안 되면 권익구제가 시급한 국민한테 도움이 닿지 않는다"며 AI 서비스를 개발하게 된 이야기를 밝혔다.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2015년 1월 국민권익위원회로 들어왔다. 현재 국민신문고과에서 국민신문고 이용 기관 확대를 주 업무로 맡고 있다. 직전에는 민원정보분석과에서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 구축 사업을 했다.
-국민신문고가 지난 6월부터 민원 답변 지원 및 다국어 번역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어떻게 개발하게 됐는지
▲요새 챗GPT를 이용한 바이브 코딩이 유행한다. GPT에게 '내가 무엇을 할 건데 이 작업을 위한 코드를 만들어 줘'라고 한 다음에 (GPT 결과를) 직접 돌려가면서 오류를 찾고 디버깅하는 과정을 거치는 작업이다. 이걸 통해 국민신문고에 맞춰 하나씩 변경하면서 기능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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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핌] 양가희 기자 = 손이규 국민권익위원회 주무관이 지난 9일 정부세종청사 권익위에서 <뉴스핌>과 인터뷰하고 있다. 2025.09.14 sheep@newspim.com |
시범 운영 중인 기능은 민원 답변 지원, 다국어 번역인데 답변 지원은 권익위 민원만 가능하다. 권익위에는 청탁금지법 등 여러 질의가 많이 들어온다. 답변은 형식이 정해져 있어 크게 4개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1번은 인사부, 2번은 민원 요약, 3번은 민원에 대한 실제 답변, 4번은 담당자 성명과 소속이다. 3번을 제외한 나머지는 반복되는 구조다. AI 학습만 하면 민원 요약 정도는 나올 것으로 생각해서 개발했다. 오픈 AI 모델 플랫폼 허깅 페이스에 공개된 고려대 AI 모델 KLLM3을 활용했다.
다국어 번역은 전 기관 민원 대상이다. 페이스북 AI 모델 NLLB-200을 활용했다. 국민신문고에는 16개 언어로 된 외국어 민원이 접수되는데, 페이스북은 다양한 인종이 많이 사용하지 않나. 번역 모델이 잘 되어 있는데 이 모델이 공개되어 있다.
-개발을 결심하게 된 배경이 있다면
▲ 전국 지자체가 243개인데, 모든 곳이 국민신문고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주 업무가 신문고 이용기관 확대인 만큼 전국 팔도를 돌아다니며 지자체 공무원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민원이 들어오면 처리해야 하기에 공무원들이 가장 싫어하는 시스템이 국민신문고다. 지난해에는 악성 민원으로 공무원 인명 사고도 발생했다. 반복 민원이 너무 많은데 AI로 자동화, 효율화하지 않으면 권익구제가 시급한 국민들에게 도움이 닿지 않을 수도 있다. 외국어 민원도 접수되는데 번역을 외부에 맡기면 민원 내용이 외부로 나갈 우려도 있었다.
2024년도에 실제 정보화 사업 구축 전 밑바탕을 그리는 정보화전략계획(ISP) 수립을 통해 국민신문고 AI 활용 방안 일곱 가지 목표를 세웠다. 기획재정부 예산을 따기 힘들어 직접 할 수 있을 것 같은 작업부터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시작했다. 한다고 하고 막상 잘 나오지 않으면, 좀.(웃음) 업무망을 사용해야 해서 올해 2월부터 6월까지 퇴근하지 않고 새벽에 일했다. 낮에는 본연의 업무를 해야 하니까. 저희 과장님이 '요새 AI가 뜬다는데 멋진 것 한번 만들어 봐라'라고 지나가듯 말하신 적이 있다. 미션을 완성시키고 싶다는 도전의식이 강했다.
-AI 서비스 운영하면서 느낀 점이나 보완할 점은
▲아직 시범 운영이고, 완벽한 단계가 아니다. 실제 답변 내용까지 자동화할 수 있도록 전문가와 현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다국어 번역도 외국어에서 한국어는 제공하지만 한국어를 외국어로 하는 작업은 전문 업체와 같이 해야 한다. 공공 분야의 문체와 용어를 학습시키는 과정은 홀로 하기 어렵다. 향후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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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신문고 외국어 번역 화면 예시 [자료=국민권익위원회] 2025.09.14 sheep@newspim.com |
-서버 보강도 필요한지?
▲해야 한다. 지금 있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서버 두 대로는 권익위 민원만 답변 초안을 지원할 수 있다. 하루 평균 권익위 민원은 지난해 기준 215건, 지난달 기준 272건이다. 지금도 초안문 결과를 받으려면 30초 정도 걸린다. 전체 기관으로 넓히면 매일 3~4만건, 연간 1000만건의 민원이 발생한다. 서버가 감당할 수 없다. 외국어 번역 기능은 하루에 약 200건밖에 들어오지 않아 전 기관에 서비스를 제공한다.
-직전 민원정보분석과에서도 빅데이터 분석 관련 업무를 맡았나
▲당시는 AI 초기 단계였는데,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시스템 구축 사업) 하면서 업무 효율화를 위해 혼자 프로그램을 만드는 등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그때 했던 작업에는 AI 개념, 자연어 처리 기술이 살짝 들어갔다. 모든 키워드를 보는 것은 아니고 중요한 데이터만 따로 뽑아 군집 분석하는 것이다. 어떤 민원이 많고 전체 현황은 어떤지 등을 자동 식별하는 작업이었다. 그때는 데이터에 대한 중요성을 다소 간과해 많이 놓친 게 있었다. AI가 잘 되는 것을 판가름하는 게 데이터다. 이제는 항상 데이터에 대한 중요성을 말하고 다닌다.
-코딩은 언제부터 했는지
▲원래 민간에서 개발자로 있다가 공무원이 된 케이스다. 개발자로 3년간 일했고 코딩을 원래 좋아했다. 계속 (개발 일을) 하고 싶었는데, 당시만 해도 시니어 개발자 수명이 짧았다. 안정적인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공직에 들어왔다.
-직접 개발해 외부 용역비용 2억~3억원을 절감했다고 들었다
▲인건비일 것이다. AI 영역은 프로그램 제작, 학습 데이터 구축, 데이터 전처리 등 해야 할 일이 많아 인건비가 상당히 많이 든다. 넉달간 했으니 인건비 산정 기준에 따라 2억~3억원 정도다. 외부 용역을 맡기면 더 많이 나올 수도 있다.
-현재 시범 운영 서비스 2종 모두 아직까지는 공무원만 이용하는데. 주변에서 들은 서비스 이용 소감이 있다면
▲저희 과에 외국어 민원 담당기관 배정 업무를 맡으신 분이 있다. 원래 외국어 민원을 번역하려면 그걸 복사해서 번역해야 하는데, 업무망에 있는 민원 내용을 외부망의 번역 프로그램으로 옮겨야 하니 복잡했다. 이제는 바로 (번역)되니까 일이 빨라졌다고 하시더라.
-서비스 개발 이후 겪은 변화가 있나. 최근 전 부처 적극행정 우수사례 상위 4위로 뽑히기도 했는데
▲한국IT서비스학회 춘계 학술대회에서 진흥형 국민소통 플랫폼 구축을 주제로 발제했다. 적극행정 우수사례 국민 투표가 이뤄진 국무조정실 블로그도 가 봤다. 댓글 하나하나 읽었는데 제 사례 뽑아주시면서 어떤 것 때문에 좋다고 적어주셔서 댓글 보고 많은 감동을 받았다. 이런저런 기사가 나가면 그간 만난 지자체 공무원분들도 연락하시고 일할 힘이 난다.
-향후 목표는
▲지난 7월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처 민원 자동 답변을 추진하고 있다. 식약처 민원은 질의성 민원이 많아서 적합하다. '내가 지금 너무 억울하다. 누구를 처벌해 달라' 이런 내용의 민원은 자동 답변이 어렵다. 사람이 판단해야 할 여지도 있고, 민원인이 원하는 것은 경청일 수 있는데 사무적 답변이 나가는 것은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질의성 민원 자동 답변이 현재 목표다.
최근에는 행정안전부의 공무원 대상 AI 챔피언 인증도 참여했다. 블루·그린 등 등급이 있는데 블루 등급을 받으면 개발·기획·데이터 분석이 가능한 공무원이라고 인증하는 제도다. 이걸 따서 후배들을 끌어가는 등 좋은 사례를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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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신문고 민원 답변 초안 지원 서비스 예시 [자료=국민권익위원회] 2025.09.14 sheep@newspim.com |
- 이런 일을 하는 공무원이 많아질 수 있겠다
▲인센티브가 많아져야 한다고 본다. MZ 세대 특징이 효율이다. 효율을 추구하기에 인센티브가 생긴다면 많이 하지 않을까.
- 중장기 계획도 있나
국민신문고는 완전 대화형으로 가려고 있다. 현재는 민원인이 단계별로 해야 하는 작업이 있다. 대화형의 경우 GPT처럼 민원인이 글을 쓰면 (시스템이) 알아서 민원으로 보낼 내용은 민원으로 보내고, 제안으로 보낼 내용은 제안으로 보내는 그런 방식이다. 아직 ISP가 필요하다.
지금은 아주 간단한 질의조차 답변을 받으려면 7일을 기다려야 한다. 간단한 질의는 바로 답변을 제공하고, 사람이 필요한 민원은 AI가 부서와 담당자를 배정하는 형식이다. AI가 간단한 민원과 간단하지 않은 민원을 판별하기 위해서는 학습 데이터가 중요하다.
- 아무리 학습을 잘 시킨다고 해도 확인 절차나 검수할 사람이 필요하지 않나. AI 답변이 '성의 없다'는 반응을 받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맞다. 단년도에 끝날 작업은 아니고 단계적으로 3개년 정도 필요할 것이다. AI 기술 변화가 빨라 그때 기술이 어떻게 발전되어 있을지 모르겠다. 답변이 잘못 나가 피해 보는 사람이 나와서도 안 되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ISP나 BPR 할 때 많이 고민해 봐야 한다.
민원인에게 선택권을 드리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AI 도움을 받지 않고 공무원이 직접 처리했으면 좋겠다'고 체크한다면 그분에 대해서는 직접 (공무원이) 답변하면 된다. AI 답변을 먼저 받고 '사람이 필요할 것 같다'고 하면 답변을 다시 요청할 수도 있다. 민원 10건을 8건으로 줄이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
-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면
▲AI 개발하는 전산직 공무원이고 개발자 출신이지만 AI가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분명히 사람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 이를 생각하지 않고 'AI는 다 돼' 'AI가 모든 것을 다 해 줄 거야' 막연하게 기대한다면 위험하다. 예를 들어 학습 데이터 관리, 잘못된 데이터 보정 등은 사실상 사람이 하는 일이다. 가장 고생하는 일이기도 하다. AI가 하나부터 열까지 가능하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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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세종청사 국민권익위원회 2022.11.08 |
shee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