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희 "언론보도 피해 구제 늦고 배상엑 비현실적"
[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정기국회 첫날인 지난 1일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하는 언론중재법 논의에 착수했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언론개혁특별위원회는 전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언론보도 피해자 보호 강화를 위한 언론중재법 개정방안 마련 토론회'를 개최하고 전문가와 언론계 당사자의 의견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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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08.26 pangbin@newspim.com |
언론개혁특위 위원장이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인 최민희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2005년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정을 통해 잘못된 보도에 대한 정정 보도·반론보도·손해배상 제도가 마련된 후 20년이 지나도록 피해자 구제 장치에 대한 비판적 시선은 여전하다"면서 "피해 구제 절차는 늦고 배상액은 비현실적이며 모든 책임을 국민에게 떠넘기는 비정상적 구조"라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언론개혁특위는 허위·조작 보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신속하고 실효적인 피해 구제 절차를 제도화해 우리 사회가 건강한 민주주의로 나아갈 수 있도록 뒷받침 하겠다"고 했다.
특위 부위원장이자 과방위 여당 간사인 김현 의원은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근간이지만 자유와 함께 반드시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며 "그동안 잘못된 보도와 악의적인 왜곡으로 인해 국민이 입은 피해는 실로 막대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언론중재법 개정의 가장 큰 목적은 '피해자 보호'"라며 "아울러 허위와 악의적 오보에는 합당한 책임과 제재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론인 출신이자 특위 간사인 노종면 의원은 "언론중재법 개정의 목표는 언론 전체를 적대시해 손보려는 게 아닌, 잘못된 보도로 피해를 본 국민을 제대로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오보가 고의 또는 중대 과실 때문으로 인정되면 배상액을 높이는 게 정의 부합이자 상식"이라고 말했다.
발제자인 채영길 한국외대 교수는 언론보도에 대한 손해배상 인용 청구 자료를 제시하며 "징벌적 손해배상제에서 가장 큰 논란으로 제기되는 정치·경제 권력자에 대한 위축효과(Chilling effect)는 실제로는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인, 공직자 등 공적 인물의 손해배상 청구가 예상만큼 높은 비율을 차지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채 교수는 "(손해배상) 인용율과 인용액이 전반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러 구제와 제재의 실질적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특히 손해배상은 구제청구 유형 중 압도적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실제 인용된 금액은 피해자의 정신적·경제적 손실을 온전히 보상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고 짚었다.
그는 손해배상 인용율이 높지 않은 까닭으로 법원이 손해배상 인용 시 공익성을 중요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채 교수는 "언론의 자유와 책임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며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시민의 권리와 공공성 보장을 제도적으로 강화해 언론의 자유를 '시민을 위한 언론의 자유'로 재정의하고 그것을 책임 있는 자유로 전환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언론구제 제도의 개혁은 더 이상 언론 보도로 피해를 입은 개인을 수동적으로 구제하는 수혜적 제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헌법과 방송·언론 관련 법이 보장하는 시민들의 알권리, 표현의 자유, 참여권 확대와 연대, 그리고 개인정보보호 등 기본권의 실질적 확립에 기여하는 제도로 재설계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언론중재법의 민주적 재구조화를 통한 한국 언론공론장의 구조 개혁은 앞서 언급한 원칙들보다 더욱 근본적으로, 언론중재위원회와 언론중재 과정의 '민주적 거버넌스'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와 직결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언론중재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은 지금보다 훨씬 다양하고 독립적이며, 투명하고 개방적인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방송 3법(한국방송공사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을 통과시킨 민주당은 9월 정기국회에서는 언론개혁의 일환으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후속과제로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언론계는 언론중재법 개정에 우려를 표하는 상황이다. 언론의 권력 감시 역할이 위축돼 시민의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조 등 언론 현업단체 10곳은 지난달 29일 성명을 통해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과연 입법 취지대로 순기능만 할지는 의문"이라며 "무엇이 '악의적 보도'인지 법률에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으면 향후 어떤 권력이든 자신에게 불편한 비판 보도를 억압하는 도구로 악용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heyj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