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상 권한없고 국민 대다수 반대 돈바스 양도 불가
협상안 걷어차면 트럼프 분노 다시 살 위험 감수해야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만날 예정인 가운데,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어려운 선택에 직면했다는 평가다.
이 날 오후 1시(한국시간 19일 새벽 2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의 안전보장을 대가로 러시아에 영토를 내주거나, 영토를 지키되 러시아를 상대로 힘겨운 전쟁을 계속 끌고가야 하는 선택의 갈림길에 놓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지난 3년 반 동안의 전쟁 기간 줄곧 영토 포기에 단호히 반대해 왔지만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를 다시 살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더 어려운 처지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의 지난 주 훈훈한 만남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더 가까워졌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은 더 큰 압박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2월 백악관 방문 때 트럼프 대통령과 JD 밴스 부통령으로부터 공개적인 질책을 받았던 재앙적인 경험을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
문제는 영토와 종전을 맞바꾸는 선택은 젤렌스키 대통령으로선 정치적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는 가장 중요한 양보, 즉 우크라이나가 아직 통제하는 일부 지역을 포함해 동부 돈바스 전체를 러시아에 넘겨줄 권한 자체가 없다. 우크라이나 헌법에 따르면 영토를 외국에 양도하기 위해선 국민투표를 거처야 하는데 현재 대다수 우크라이나 국민은 러시아에 대한 영토양도에 단호히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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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2월 28일 백악관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을 가졌다.[사진=로이터 뉴스핌] |
트럼프의 분노가 가져올 재앙적인 후과를 두려워하는 건 유럽 동맹국들도 마찬가지다. 엠마누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포함해 다수의 유럽 지도자들이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별도 회담을 위해 이 날 백악관으로 모인 배경 중 하나다. 우크라이나와의 연대를 과시하고 유럽의 이익을 방어하기 위해 모인 유럽 지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오벌 오피스 단독회담이 끝난 이후 함께 실무 오찬 및 확대회담을 이스트 룸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유럽 고위 관계자들은 푸틴 대통령을 멈춰세우지 않으면 궁극적으로 더 많은 유럽 영토를 무력으로 차지하려 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우크라이나전 종전 방식이 향후 푸틴의 영토 야욕에 맞선 유럽의 강력한 경고가 돼야 한다는 것.
NYT는 다만 한 가지 희망적인 부분은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으로 전쟁 종식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안전보장에 지지를 표명했다는 점을 꼽았다. 다만 세부 내용이 여전히 불분명하고 모호한 상태여서 구체적인 안전보장 방안 마련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다.
자신과 푸틴 대통령, 젤렌스키 대통령 등 세 정상이 함께하는 회담 가능성을 오랫동안 언급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 일정을 잡겠다고 밝힌 상태다. 백악관 측은 오늘 회담이 우크라이나전 종식을 위한 한 획을 긋는 역사적인 만남이 될 것이는 희망 속에 다자회담 직전 트럼프 대통령이 각국 지도자들과 함께 단체사진을 찍는 시간도 따로 마련했다.
이 날 백악관 회담이 열리기 몇 시간 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와 자포리자에 대한 러시아의 공습으로 어린이 1명을 포함해 최소 10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부상을 입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을 향한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압박이 안전보장과 공습강화라는 각자의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4년째에 접어든 우크라이나전쟁을 끝내기 위한 각국의 수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dczoom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