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손지호 기자 = 프로축구 K리그1 포항 스틸러스 베테랑 미드필더 기성용이 기존 팀원들의 경기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덩달아 팀도 후반기 부진을 끊어내고 상승세를 달렸다.
박태하 감독이 이끄는 포항은 25라운드까지 마친 현재 11승 5무 9패로 4위(승점 38)에 올라있다. 최근 12실점으로 3연패 늪에 빠져 파이널B에 해당하는 7위까지 밀려날 뻔했으나 지난 24라운드 대구FC 원정을 시작으로 2연승을 거둬 7위 광주FC와 격차를 승점 6점 차까지 벌리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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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손지호 기자 = 프로축구 K리그1 포항 스틸러스 기성용.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2025.08.14 thswlgh50@newspim.com |
포항의 연승 행진은 두 달 만이다. 무실점으로 2연승을 달린 건 올 시즌 처음이다. 기성용은 FC서울에서 포항으로 이적한 후 세 번째 경기에서 첫 승을 맛봤다. 합류하자마자 2경기에 나서 새로운 팀에 적응을 마친 기성용은 팀원 전체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보이며 반등을 이끌었다.
수준급 패스 실력과 경기 조율 능력을 가지고 있는 기성용은 선수 생활이 막바지로 향하면서 기동력과 경기장에서 에너지가 상대적으로 부족해 주변 팀원들에게 경기 내내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이에 박태하 감독이 기성용을 품은 것도 굉장한 모험이었다.
합류 직후 포항이 전북 현대, 수원FC에 연패하면서 기성용 영입에 대한 의문 부호가 커졌다. 그러나 포항은 이어진 대구와 경기에서 1-0으로 이겼다. 이어 25라운드 광주전에서는 단단해진 경기력으로 또 한 번 1-0 승리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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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손지호 기자 = 프로축구 K리그1 포항 스틸러스 미드필더 기성용.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2025.08.14 thswlgh50@newspim.com |
기성용의 장점은 기존 포항의 주축 중앙 미드필더인 오베르단이 더 맘껏 움직일 수 있게 도왔다. 서로 정반대의 축구 스타일을 갖고 있으나 각자의 장단점을 서로 보완했다.
기성용은 한 발 뒤로 빠져 정확한 패스로 공격 방향을 설정하고, 전방으로 한 번에 연결되는 날카로운 침투 패스를 직접 연결했다. 강한 슈팅도 갖고 있어 상대 수비수들은 기성용의 발끝을 견제하기 위해 달라붙을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동료 오베르단에게 공간이 생겼다.
많은 활동량과 미드필더임에도 공격 본능이 높은 오베르단의 장점이 배가됐다. 공간이 생겨 공격 기여도가 높아지고, 수비 시엔 기성용이 후방에서 버티는 동안 오베르단이 수비 전환하는 시간을 벌어 중원을 지켰다.
기성용과 오베르단이 처음 합을 맞춘 24라운드 대구전에서 기성용의 패스 성공률은 93.2%였고 오베르단도 90.5%를 기록했다. 전진패스 역시 38개를 합작했다. 그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기성용과 오베르단은 각각 획득 8개, 6개를 기록했다. 오베르단은 인터셉트와 클리어 모두 3개, 차단 2개로 수비 지표에서도 두각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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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손지호 기자 = 프로축구 K리그1 포항 스틸러스 미드필더 오베르단(왼쪽).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2025.08.14 thswlgh50@newspim.com |
기성용과 오베르단의 합작 시너지는 주변 선수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오베르단의 활동 반경이 자유로워지자, 수비에 집중하던 측면 수비수인 어정원, 강민준 등이 더 적극적으로 공격 가담을 할 수 있게 됐다. 이에 측면 수적 우위를 챙긴 포항은 측면 공격수들도 공간 침투와 측면 돌파 등 여러 선택지를 마련할 수 있었다.
베테랑 기성용 보유 효과는 어린 선수들에게도 매우 긍정적이다. 올 시즌 박태하 감독은 어린 선수들을 꾸준히 활용하는데 기성용은 이들의 '멘토' 역할로 훈련장 안팎으로 경험 전수에 열중했다. 공격수 홍윤상(23)이 가장 크게 효과를 봤다.
박태하 감독은 기성용의 정확한 롱패스와 홍윤상의 순간 스피드를 조합한 전술 변화로 시너지를 극대화했다. 기성용이 한 발 뒤로 빠져 패스로 공격 방향을 전환하고 침투 패스를 전방으로 배달하면, 홍윤상이 순간 스피드로 상대 수비라인을 뚫고 들어가는 구조다.
홍윤상의 변화는 극적이다. 올 시즌 전반기 공격포인트 제로에 그치며 성장세가 둔화한 모습을 보였고 이적을 심각하게 고려했다. 그러나 홍윤상은 기성용 합류 후 후반기에만 3골 1도움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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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손지호 기자 = 프로축구 K리그1 포항 스틸러스 홍윤상(오른쪽)이 득점 후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2025.08.14 thswlgh50@newspim.com |
기성용의 포항 데뷔전 당시 홍윤상은 올 시즌 첫 골과 함께 1도움을 올렸다. 홍윤상은 "(기)성용이 형이 자기가 오니까 네가 살아나는 것 같다고 하는데 진짜 그렇다"며 "내 축구력이 좀 올라간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박태하 감독도 기성용이 오면 그가 가진 롱패스와 홍윤상의 순간 스피드가 잘 어우러질 거라고 예상했다. 박태하 감독은 "홍윤상은 내가 아는 K리그 선수들 중에 순간적인 움직임이 가장 뛰어난 선수 중 한 명"이라며 "기성용 선수가 와서 팀 경기력이 더 나아지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기성용이 부상으로 보름 정도는 결장할 것으로 보여 상승세에 제동을 걸 수 있어 아쉬움이 크다. 기성용은 광주전 전반 민상기, 이강현과 잇따라 충돌하며 넘어졌고 정밀 검진을 받은 결과 갈비뼈 미세 골절로 진단받았다. 오는 15일 FC안양전은 출전이 어려우나 경기장 밖에서 그의 베테랑 면모는 계속된다.
thswlgh5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