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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혁 교수의 정치분석] 병목을 푸는 지혜, 정치에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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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민주주의의 작동원리

스톡홀름 8월 초의 뜨거운 햇살 아래, 나는 예기치 않은 교통 혼잡을 마주했다. 두 개의 도로가 하나로 만나는 삼거리, 그곳엔 신호등도 없고 교통경찰도 없었다. 다만 긴 차량 행렬 속에서 질서 정연하게 '하나씩 번갈아 들어가는' 운전자들의 암묵적 협력이 풍경처럼 펼쳐졌다. 처음엔 긴 줄이 늘어서 있었던 국도의 차량들이 어느 순간부터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며 차량은 물 흐르듯 흐르기 시작했다. '먼저 진입한 차량이 한 대 지나가면, 기다리는 줄에서 한 대가 끼어드는 방식', 이 간단한 협력은 병목을 풀었다. 놀랍게도 모두가 더 빨리, 모두가 만족해 하며, 더 효율적으로 문제가 해결된 것이다.

이 장면을 보며 나는 로버트 악셀로드(Robert Axelrod)의 실험을 떠올렸다. 그는 『협력의 진화(The Evolution of Cooperation, 1984)』에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Tit for Tat" 전략—상대가 협력하면 나도 협력하고, 배신하면 다음에는 응징하는 방식—이 장기적 상호 이익을 창출하는 최선의 전략임을 증명했다. 이 실험이 보여주는 교훈은 간단하다. 반복되는 관계 속에서 신뢰를 바탕으로 한 상호 호혜적 협력이 장기적으로 모두에게 유익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의 세계는 이 단순한 진리를 종종 망각한다.

다수결은 민주주의의 완성인가, 파괴의 시작인가

대한민국 국회는 최근 여당의 다수 의석을 기반으로 방송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했다. 겉으로는 '언론의 공정성 제고'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그 안에는 비판 언론을 견제하려는 정치적 계산이 엿보인다. 이 법안은 이미 헌법적 위헌 요소를 내포하고 있음이 다수 헌법학자들에 의해 지적되었고, 사법부의 제동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문제는 이것이 비단 방송법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데 있다. 다수결로 밀어붙인 입법은 과거에도 위헌 판결로 폐지된 전력이 있다. 대표적으로 2014년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기민당 중심의 다수당 연합이 밀어붙인 선거법 개정안을 "비례성과 평등의 원칙을 침해한 위헌"이라며 폐기했다. 프랑스에서도 2010년 사르코지 정부가 다수결로 강행한 연금법 개정은 헌법재판소의 제동을 받았고, 결국 내용조정을 통해 야당과의 합의를 거쳐 수정되었다.

미국 역시 마찬가지다. '오바마케어'로 알려진 건강보험개혁법은 처음엔 다수당 주도로 강행되었지만, 이후 연방대법원의 판결과 정치적 타협 속에서 수정과 보완을 거듭했다. 다수결은 법률 제정의 형식일 뿐, 민주주의의 정신은 합의와 공존에 있다.

다수결 민주주의의 착각과 민주적 제도의 불균형

정치권력은 쉽게 '다수결'이라는 도구를 민주주의의 정당성으로 착각한다. 그러나 아렌드 레이파트(Arend Lijphart)는 36개국의 비교연구인 『민주주의의 모델(Patterns of Democracy, 2012)』에서 분명히 밝히고 있다. 다수제 민주주의(majoritarian democracy)는 갈등을 유발하고, 사회적 분열을 심화시킬 수 있으며, 특히 분절된 사회일수록 취약하다. 반면 협의민주제 (consociational democracy), 특히 비례대표제 기반의 제도는 포용성과 협력의 토대를 만든다.

레이파트는 비교민주주의 연구를 통해 네덜란드, 스웨덴, 독일 등의 다당제-비례대표 국가가 갈등 조정, 여성과 소수자의 정치 참여, 경제정책의 일관성, 복지의 지속성 등에서 '효율적 민주주의'를 구현하고 있음을 수치로 입증했다.

그는 경고한다.

"다수결의 신화는 민주주의의 정신을 오도할 수 있다. 정작 국민이 원하는 것은 빠른 결정이 아니라 '옳고 공정한 결정'이다." (Lijphart, 2012)

대한민국 정치도 마찬가지다. 선거제 개편 논의는 이 거대한 민주주의의 병목을 풀 수 있는 '협력의 기회'임에도 불구하고, 정파적 이해관계로 인해 좌초된 경험이 숱하게 존재한다. 단순히 의석 수를 늘리거나 줄이는 문제가 아니라, 협력을 유도할 수 있는 제도적 설계의 근본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민주주의의 진화는 '협력할 수 있는 제도'에서 시작된다

앞서 말한 로터리의 풍경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신호 하나 없는 교차로에서도 질서를 만들어낸 힘은, 인간 내면의 '협력의 본능'에서 비롯되었다. 그것이 진화하고 축적될 수 있는 조건은 단 하나, 상호 신뢰를 전제로 한 반복적 관계와 제도적 보장이다.

다수 의석을 등에 업은 정당이 법을 밀어붙이며 스스로에게 환호하고 핵심지지층들은 만족시킬지 모르지만, 그 결과는 공동체의 불신과 분열, 사법적 무력화, 그리고 정치 혐오로 돌아올 것이다. 결국, 일반시민은 피곤해지고, 정치는 일방통행식이 되고, 민주주의는 퇴행한다.

대한민국 정치는 지금 갈림길에 서 있다. 협력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제도로 진화할 것인가, 아니면 숫자의 횡포에 굴복하는 '민주주의의 쇠퇴'를 방관할 것인가.

우리는 로터리에서 배운다.
먼저 가는 것보다, 함께 가는 것이 더 빠르다.
정치도 그래야 하지 않겠는가?

이 글은 다음 문헌을 참조해 작성되었음
Robert Axelrod, The Evolution of Cooperation (1984)
Arend Lijphart, Patterns of Democracy: Government Forms and Performance in Thirty-Six Countries (2012)
독일 연방헌법재판소 선거법 위헌 판결 (BVerfG, Urteil des Zweiten Senats vom 25. Juli 2012)
Conseil Constitutionnel, Décision n°2010-101 DC, Loi sur la réforme des retraites (France, 2010)
U.S. Supreme Court, National Federation of Independent Business v. Sebelius (2012)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교 교수

*필자 최연혁 교수는 = 스웨덴 예테보리대의 정부의 질 연구소에서 부패 해소를 위한 정부의 역할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스톡홀름 싱크탱크인 스칸디나비아 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매년 알메랄렌 정치박람회에서 스톡홀름 포럼을 개최해 선진정치의 조건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그 결과를 널리 설파해 왔다. 한국외대 스웨덴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스웨덴으로 건너가 예테보리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런던정경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쳤다. 이후 스웨덴 쇠데르턴대에서 18년간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버클리대 사회조사연구소 객원연구원, 하와이 동서연구소 초빙연구원, 남아공 스텔렌보쉬대와 에스토니아 타르투대, 폴란드 아담미키에비취대에서 객원교수로 일했다. 현재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 교수로 강의와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민주주의의가 왜 좋을까' '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 '스웨덴 패러독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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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사웨, 마라톤 '2시간 벽' 깨다 [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마라톤 풀코스 42.195㎞ '2시간의 벽'이 공식 대회에서 처음으로 무너졌다. 케냐의 사바스티안 사웨(30)는 26일(한국 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2026 런던 마라톤 남자부에서 1시간 59분 30초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2023년 켈빈 키프텀(케냐)이 시카고 마라톤에서 작성한 종전 세계기록 2시간 00분 35초를 무려 65초나 지운 역대급 레이스였다. 인류가 공식 공인 마라톤 레이스에서 '서브 2'에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웨는 초반부터 흔들림이 없었다. 선두 그룹에서 안정적으로 레이스를 이끌며 5㎞를 14분 14초에 통과했다. 당시 페이스만으로도 2시간 00분 3초가 예측되는 살인적인 속도였다. 하프 지점도 1시간 00분 29초로 통과했다. 세계기록 페이스를 유지하면서도 표정에는 여유가 남아 있었다는 현지 중계진의 평가다. [런던=뉴스핌] 박상욱 기자=사바스티안 사웨가 26일(한국시간) 2026 런던 마라톤 남자부에서 1시간 59분 30초에 결승선을 골인한 뒤 자신의 신발을 들어보이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4.26 psoq1337@newspim.com 승부는 30㎞ 이후였다. 사웨는 1시간 26분 03초로 30㎞ 지점을 찍은 뒤 페이스를 다시 끌어올렸다. 요미프 케젤차(에티오피아)가 옆에서 따라붙자 오히려 속도를 더 올리며 양자 구도를 만들었다. 결승선을 약 1.7㎞ 남기고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다. 사웨는 체중이 하나도 남지 않은 듯 가볍게 치고 나갔고 케젤차는 그 스퍼트를 끝내 버티지 못했다. 버킹엄궁 앞 스트레이트에 들어설 때 승부는 이미 끝나 있었다. 사웨는 두 팔을 번쩍 치켜들며 1시간 59분 30초를 찍었다. 2시간 벽을 깨기 위한 수십 년 도전이 한순간에 결실을 맺는 장면이었다. 그는 결승점에서 "정말 행복하다. 잊지 못할 날이다. 초반부터 페이스가 좋았고 결승선에 가까워질수록 몸 상태가 더 좋아지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런던=뉴스핌] 박상욱 기자=사바스티안 사웨가 26일(한국시간) 2026 런던 마라톤 남자부에서 1시간 59분 30초에 결승선을 골인하고 있다. 2026.4.26 psoq1337@newspim.com 2위로 골인한 케젤차 역시 1시간 59분 41초에 완주하며 인류 역사상 두 번째 '서브 2' 기록을 남겼다. 3위 제이컵 키플리모(우간다)는 2시간 00분 28초로 골인해 종전 세계기록을 앞질렀다. 인류가 한 번도 넘지 못했던 장벽이 한 레이스에서만 세 번이나 뛰어넘어진 셈이다. '2시간의 벽'은 오랫동안 인간 한계의 상징이었다. 엘리우드 킵초게(케냐)가 2019년 비엔나 특설 코스에서 1시간 59분 40초를 찍긴 했다. 하지만 이는 레이저 유도차량, 대규모 페이스메이커, 특수 설계 코스가 동원된 이벤트 레이스로 공식 기록으로는 인정받지 못했다. '인간의 다리만으로, 공인 조건에서 2시간을 깰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여전히 열린 채 남아 있었다. 사웨는 그 물음에 '가능하다'는 답을 내놓았다. 사웨는 이미 예고된 '차세대 괴물'이었다. 2024년 발렌시아 마라톤 데뷔전에서 2시간 02분 05초로 우승한 뒤, 2025년 런던 마라톤에서는 2시간 02분 27초로 정상에 올랐다. 메이저 마라톤 풀코스 4전 전승이다. 그는 대회를 앞두고 "세계 신기록은 시간문제다. 언젠가 2시간 이내에 마라톤을 완주하는 첫 선수가 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런던에서 그 약속을 현실로 바꿨다. [런던=뉴스핌] 박상욱 기자=티지스트 아세파가 26일(한국시간) 2026 런던 마라톤 여자부에서 2시간 15분 41초에 결승선을 통과한 뒤 감격하고 있다. 2026.4.26 psoq1337@newspim.com 여자부에서도 세계기록이 쓰였다. 에티오피아의 티지스트 아세파가 2시간 15분 41초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지난해 같은 대회에서 자신이 작성한 2시간 15분 50초를 9초 줄인 기록이다. 여자 선수만 뛰는 레이스 기준 세계 최고 기록이 다시 한 번 교체됐다. 2위 헬렌 오비리와 3위 조이실린 제프코스게이(이상 케냐)도 각각 2시간 15분 53초, 2시간 15분 55초를 찍으며 사웨의 레이스 못지않은 하이 레벨 경쟁을 펼쳤다. 세계육상연맹은 여자 도로 레이스 기록을 '혼성 경기'와 '여자 단독 경기'로 나눠 집계한다. 남자 선수들이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는 혼성 레이스와 여자들만 뛰는 레이스의 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혼성 마라톤 여자 세계기록은 루스 체픈게티(케냐)가 2024년 시카고 마라톤에서 작성한 2시간 09분 56초다. 이번 런던에서는 여자 단독 레이스 기록이 다시 쓰였다. 마라톤은 인간 한계를 시험하는 스포츠다. 그 종목에서 가장 단단해 보이던 벽이 무너졌다. 사웨는 레이스 뒤 "오늘 이 자리까지 오직 기록 단축만을 위해 달렸다. 인간에게 한계가 없다는 걸 보여줘 기쁘다"고 말했다. psoq1337@newspim.com 2026-04-27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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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대구시장 후보에 추경호 확정 [서울=뉴스핌] 박서영 기자 = 6·3 지방선거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에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26일 확정됐다. 박덕흠 중앙당 공천관리위원장은 이날 오전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추 의원이 후보 경선에서 유영하 의원을 상대로 승리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이 26일 대구광역시장 후보로 추경호 국회의원이 최종 확정됐다고 26일 발표했다. [사진=뉴스핌DB]    이로써 추 의원은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와 맞붙게 된다. 추 의원이 후보로 확정되면서 대구 달성군은 보궐선거가 열리게 된다. 이날 공관위는 경기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 후보로 유의동 전 의원을 단수공천했다. 국민의힘이 26일 경기도 평택을 재선거 후보로 유의동 전 국회의원을 단수공천했다. [사진=뉴스핌DB]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후보자는 추가 공모를 받기로 했다. seo00@newspim.com 2026-04-26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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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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