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내달부터 미국이 한국산 제품에 25%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하면서, 미국 내 'K-뷰티' 시장에도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한국의 대표 수출품은 자동차와 전자제품이지만, 지난해 미국이 가장 많이 수입한 화장품도 한국산이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따르면, 2024년 미국의 한국산 화장품 수입액은 약 17억 달러(약 2조 3496억 원)로 전년 대비 54% 증가하며 프랑스를 제치고 국가별 수입 1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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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 화장품 거리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화장품을 발라보고 있다.[사진=뉴스핌DB] |
AP통신은 28일(현지시간) 보도에서 "지난 10년간 아시아 스킨케어 제품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어온 가운데, 한국의 'K-뷰티'는 드라마와 영화, K-팝 등 문화 콘텐츠 붐과 맞물려 빠르게 성장했다"고 전했다.
특히 시트 마스크, 비비크림, 달팽이 점액, 병풀, 쌀뜨물 등 특유의 성분과 합리적인 가격이 미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관세 부과가 현실화될 경우, K-뷰티의 성장세가 주춤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8월 1일부터 한국 제품에 25% 관세를 예고하자,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사재기'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에 거주하는 암리타 바신(24) 씨는 "관세 얘기를 듣자마자 시트 마스크 제품 50장를 대량 구매했다"며 "몇 달은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도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한국 화장품에 대한 '패닉바잉(panic-buying)'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하는 한 30대 여성은 관세 소식을 접하고 1년치 자외선차단제와 아이라이너를 미리 사들였다고 전했다.
틱톡 등 소셜미디어에선 'K-뷰티 사재기 목록'을 공유하는 콘텐츠가 확산 중이며, 미 패션잡지 코스모폴리탄도 지난 5월 '관세 부과 전 쟁여둬야 할 K-뷰티 제품 15선'을 소개한 바 있다.
유통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K-뷰티 전문 온라인몰 '오롤리(Ohlolly)' 측은 "최근 관세가 10% 수준일 때 재고를 미리 확보했지만, 25%가 적용되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 추가 발주는 중단한 상태"라며 "가격을 올리면 고객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관세 부과가 임박한 가운데서도 K-뷰티에 대한 충성도는 여전하다. 바신 씨는 AP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한국산만큼 만족스러운 마스크팩은 찾기 어렵다"며 가격이 오르더라도 K-뷰티 제품은 계속 쓸 것이라고 말했다.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