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2차 상법개정안, 추경안 통과
"과유불급 조심해야"…당내 자정기능 필요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윤석열 정부 당시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로 폐기됐던 노란봉투법과 상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 소위 문턱을 넘었다. 이 과정에서 야당 의원들이 반발해 퇴장하고, 여당 의원들이 단독으로 법안을 처리하는 패턴이 반복되며 국회 내 협치가 실종됐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는 전날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의 내용이 담긴 2차 상법 개정안을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의결했다.
민주당의 법안 강행 처리에 반발하며 중도 퇴장한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추가 개정이 필요하더라도 개정된 상법이 시행된 뒤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며 신중히 논의하자고 했지만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통과시켜 버렸다"고 말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상법 개정과 관련해 소위 7차례, 공청회 2차례를 거쳐 충분히 논의했고 더는 늦출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상법 개정으로) 자본시장의 공정성·투명성을 확보해 대한민국 주식시장이 제대로 평가받도록 하겠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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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검찰개혁 법안 관련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모성준 사법연수원 교수,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 교수, 양홍석 변호사, 이광철 변호사. 2025.07.28 mironj19@newspim.com |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연출됐다. 전날 환노위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는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대상을 확대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 등이 담긴 노란봉투법을 의결했다.
국민의힘 환노위 의원들이 "아직 사회적 논의가 성숙되지 않았다"며 회의 도중 퇴장하자, 민주당·진보당 환노위 의원들끼리 추가 논의를 진행한 후 법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의 교섭권을 보장하고 사용자의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해 노동 기본권을 실현하는 법안"이라며 "그런데 이번에도 국민의힘은 반대로 일관했다. 참으로 지독한 반노동의식이 아닐 수 없다"며 국민의힘을 비판했다.
이에 대해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불법 파업 보장법 또는 불법 파업 면허법이 강행된 것"이라며 "사회적 파장이 엄청난 쟁점 법안들을 아무런 사회적 숙의나 합의 없이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입법 독재"라고 지적했다.
지난 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전국민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업 등을 담은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 통과될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은 반발하며 회의장을 퇴장했고 민주당이 단독으로 추경안을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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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국민의힘 의원들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정회를 요구하며 퇴장하고 있다. 2025.06.30 mironj19@newspim.com |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식 직후 민주당·국민의힘·조국혁신당·개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대표들과 비빔밥 오찬을 가지며 협치 정치를 주문한 바 있다. 첫 시정연설에서도 "작은 차이를 인정하고 포용하면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말하는 등 협치를 강조해왔다.
그러나 정작 국회에서는 여당의 독자적 입법 추진과 야당의 거센 반발 패턴이 반복되며 협치가 실현되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현재 민주당은 윤석열 정권 때 거부권에 가로막혀 하지 못했던 것들을 다 하겠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정권 초기 언제나 조심해야 하는 것이 바로 '과유불급'이다"고 말했다.
이 평론가는 "지금 추진하는 법안들이 진리처럼 느껴지고 이대로만 하면 세상이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할텐데 아무리 잘 만들어진 법도 실제 현장에서 실행되면 꼭 부작용이 나타나기 마련"이라며 당내 자정 기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개별 의원이 각자 고심해서 판단하는게 아니라 당론을 정해 놓고 전체 의원의 의사를 규제하다 보니 대화와 타협이 없어진 것"이라며 "국회의원은 독립적인 헌법기관이자 국민의 대표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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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국회사진기자단 =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준비한 '제21대 대통령 취임 기념 오찬'에 참석해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 김재연 진보당 대표, 김선민 조국혁신당 대표 권한대행,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이 대통령, 우 의장, 김용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천하람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 2025.06.04 photo@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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