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8일(현지 시간) 제프리 엡스타인과의 관계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엡스타인의 섬에 간 적이 없으며, 초대도 거절했다"며 관련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또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한 '외설적인 여성 그림 축하 편지'에 대해서도 "나는 여성을 그리지 않는다"라고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의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나는 그 섬에 간 적이 없으며, 실제로 초대를 받았지만 거절했다"라며 "그건 내 인생에서 아주 좋은 판단 중 하나였다"라고 말했다.
엡스타인은 미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위치한 개인 섬에서 정·재계 인사들을 초대해 파티를 벌여왔으며, 그 과정에서 미성년자 성착취 및 인신매매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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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트럼프 대통령은 또 엡스타인과 관계를 끊게 된 계기로 "그가 내 직원을 빼가려 했다"라며 "두 번이나 그런 일이 있어, 나는 그를 '페르소나 논 그라타(기피 인물)'로 선언하고 내 공간에서 내쫓았다"라고 말했다. 백악관 공보국장 스티븐 청도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엡스타인을 '소름 끼치는 인물'로 여겨 관계를 끊었다"라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보수층 및 자신을 지지해 온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으로부터 엡스타인 사건 관련 수사 자료 공개 압박을 받아왔다. 엡스타인은 2019년 고위층을 상대로 한 아동 성매매 혐의로 기소돼 수감 중 자살한 채 발견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 기간 자신이 당선되면 관련 수사 자료를 모두 공개하겠다고 약속해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관련 자료 공개를 미뤘고, 과거 엡스타인과 친분을 가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WSJ이 최근 트럼프가 엡스타인에게 2003년 생일 축하 편지를 보냈으며, 외설적인 여성 그림도 그려 보냈다는 의혹을 보도하면서 논란은 더 증폭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가짜 뉴스라고 강력히 반박하며 WSJ와 루퍼트 머독 사주를 상대로 100억 달러 규모의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그림 논란에 대해서도 "나는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 특히 여자 그림은 절대 아니다"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사람들이 자선 행사에서 '건물 하나만 그려달라'고 하면, 그냥 선 네 개 그리고 지붕 하나 얹는 정도"라고 설명하며 자신이 진지하게 그림을 그린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자선 행사에 기부한 그림이 2017년 경매에 출품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림을 그린 적 없다'는 해명에 대한 논란도 여전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엡스타인 수사 기록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서도 "그 파일들은 지난 4년 동안 민주당 정부가 관리했다. 그들이 나를 공격할 무언가가 있었다면 이미 썼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나는 그 파일을 관리한 사람들, 즉 조 바이든 (전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전 부통령)와 맞붙었고, 내가 우세했던 당시 그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 증거"라고 주장했다.
kckim10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