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장
올해 들어 성홍열(猩紅熱, scarlet fever)이 전국적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5년 1월부터 5월까지 성홍열 환자 수는 약 38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배 이상 늘었습니다.
특히 전체 환자의 85% 이상이 0~9세의 어린아이들입니다. 성홍열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처럼 아이들이 함께 생활하는 공간에서 쉽게 퍼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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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재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장(의정부 튼튼어린이병원장) |
-성홍열이란 무엇인가요?
▲성홍열은 A군 베타용혈성 연쇄구균이라는 세균이 만들어내는 독소 때문에 생기는 급성 감염병입니다. 주로 5세에서 15세 사이의 어린이에게 발생하며, 감염된 사람의 침, 기침, 손 등을 통해 전염됩니다. 요즘처럼 아이들이 집단생활을 많이 하는 시기에는 감염이 빠르게 확산될 수 있습니다.
-주요 증상은 무엇인가요?
▲성홍열은 감기처럼 시작하지만, 특징적인 증상들이 있습니다. 갑작스런 고열과 인후통, 얼굴은 붉지만 입 주위는 창백한 홍조 양상, 딸기혀(strawberry tongue: 혀가 빨갛고 돌기가 도드라짐), 병이 진행되면 손과 발바닥을 제외한 몸 전체에 좁쌀 같은 발진이 나타남, 3~4일 후에는 발진이 가라앉고, 손이나 발의 피부가 벗겨지기도 함, 아이가 두통, 구토, 복통 등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반드시 병원에 가야 하는 경우는요?
▲열이 38도 이상 지속되며 목이 아프다고 할 때, 전신에 붉은 발진이 퍼지기 시작할 때, 혀가 붉고 오돌토돌해지거나, 딸기처럼 보일 때, 기운이 없고 구토나 복통을 자주 호소할 때는 가까운 소아청소년과 병원을 바로 방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치료는 어떻게 하나요?
▲성홍열은 다행히도 항생제로 잘 치료되는 병입니다. 주로 페니실린이나 아목시실린 같은 항생제를 사용하며, 빠르게 치료를 시작하면 대개 수일 내에 호전됩니다. 전염성을 줄이기 위해 항생제 치료 후 최소 24시간 동안은 등원·등교를 중단해야 합니다.
-치료하지 않으면 생길 수 있는 합병증은?
▲성홍열은 치료가 늦어질 경우 다음과 같은 합병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중이염, 부비동염, 폐렴, 림프절염 등의 세균자체의 의한 화농성 합병증이 있고, 소변 색이 붉거나 콜라색으로 변하거나(혈뇨), 눈 주위나 얼굴, 발의 부종(부기), 소변량이 줄어들거나, 소변보는 횟수가 감소하고 혈압 상승,두통, 피로감, 식욕저하 증상을 동반하는 급성 사구체신염, 류마티스열 같은 세균이 내뿜는 독소에 의한 비화농성 합병증도 있습니다.
특히, 류마티스 열은 관절염(관절통 및 붓기), 심장염(심근염, 심내막염, 심막염) 등 다섯 가지 증상 중 2개 이상이 함께 나타나면 진단됩니다.
발열과 함께 숨이 차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기운이 없다고 하고 심장 잡음이 들릴 수 있고, 심장 초음파에서 이상이 확인될 수 있습니다. 치료하지 않으면 나중에 심장 판막질환(류마티스 심장병)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무도병 (Sydenham chorea) 증상이 생기기도 합니다. 의지와 관계없이 손발이 떨리거나 덜덜 움직이고, 얼굴 근육이 실룩거립니다.
글씨를 삐뚤게 쓰거나, 숟가락을 잘 못 든다, 이유 없이 정서적으로 불안해진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보통 감염 후 수 주~수개월 후에 나타날 수 있습니다. 유행성 홍반(erythema marginatum: 몸통이나 팔, 다리에 핑크색 고리 모양 발진)이 나타납니다. 간지럽지는 않습니다. 피하결절(subcutaneous nodules: 팔꿈치, 무릎, 척추 부위에 작은 콩알만 한 딱딱한 멍울)이 만져질 수 있습니다. 통증은 거의 없습니다. 고열, 피로감, 식욕부진 등 일반적인 염증 반응이 동반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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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의정부튼튼어린이병원] 어린이 성홍열 증상 정리 |
-류마티스열은 왜 중요할까요?
초기에 발견해 항염증치료 및 예방적 항생제를 시작하면 대부분 회복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심장판막에 염증이 생기면, 수년 후까지 후유증(류마티스 심장병)이 남을 수 있어 조기 진단과 치료가 매우 중요합니다. 진단을 받은 아이는 보통 수년간 예방적 항생제(페니실린 등)를 주기적으로 맞아야 재발을 막을 수 있습니다.
꼭 기억하세요
성홍열이나 인후염 후, 2~4주 뒤에 관절이 붓고 아프거나, 이상한 몸짓, 숨이 찬 증상이 보이면 반드시 소아청소년과에서 진료받아야 합니다.
조기에 발견하면 대부분 잘 회복되며, 아이의 건강한 성장에 큰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고혈압, 심장판막이상이 생길 수 있고 매우 드물게는 독성 쇼크 증후군, 괴사성 근막염 같은 중증 침습성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 감기일 거야" 하고 넘기기보다는, 조기에 진료를 받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아이 건강을 지키는 첫 걸음입니다.
-가정과 유치원에서의 예방법
성홍열을 예방하는 백신은 아직 없습니다. 대신, 다음과 같은 생활 속 예방수칙이 중요합니다.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손 씻기, 기침할 때 소매로 가리기, 마스크 착용 습관, 개인물품(수건, 컵, 식기 등) 공유하지 않기, 발열·인후통이 있는 아이는 등원·등교 중지 후 병원 방문입니다.
또한,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등 집단생활을 하는 공간에서는 장난감이나 문고리 같은 접촉이 많은 표면을 자주 소독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끝으로, 요즘처럼 유행이 반복되는 시기에는 부모님의 세심한 관찰과 빠른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성홍열은 무섭기만 한 병이 아닙니다. 증상을 알고, 예방하고, 조기에 병원을 찾으면 대부분 잘 치료되는 감염병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게 웃으며 자랄 수 있도록,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와 전국 소아청소년병원들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최용재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장(의정부 튼튼어린이병원장) 소아청소년 환자들이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소아의료환경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2021년 8월부터 경기북부 달빛어린이병원에 지정돼 야간 소아진료와 지역 소아 응급의료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경기도의정부시로부터 아동학대 전담 의료기관으로 지정돼 아동학대 예방에도 전념을 다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는 24시간 코로나 재택치료 상담센터와 24시간 확진 환자를 케어하며 코로나 19 위기 극복에 일익을 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