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6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보조금 제외해도 '선방'
삼성SDI·SK온 희비 갈릴까…생산기지·포트폴리오가 관건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가 상반기 각기 다른 실적 흐름을 보이며 배터리 업계의 지형 변화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이 시장 기대를 웃도는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아직 실적을 공개하지 않은 삼성SDI와 SK온의 성과에 대한 주목도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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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 미국 공장 전경 [사진=LG에너지솔루션] |
9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 5조5654억원, 영업이익 4922억원의 잠정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7%, 직전 분기 대비 11.2% 감소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각각 152%, 31.4% 늘며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상 생산세액공제(AMPC)를 제외하고도 1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보조금 효과를 제외한 기준으로도 6개 분기 만에 흑자를 달성했다. 북미에서 안정적인 수요처를 확보하고, IRA 수혜 요건에 맞춰 생산능력을 선제적으로 확대한 점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GM은 2분기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4만6280대를 판매해 1분기(3만1886대) 대비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LG에너지솔루션의 선방에 따라 이달 말 실적 발표를 앞둔 삼성SDI와 SK온의 2분기 성과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SK온은 직전 분기 대비 적자 폭을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조지아 공장 등의 가동률 상승으로 고정비 부담이 완화됐다. SK온 생산라인의 75%를 차지하는 현대차그룹이 미국 신공장에서 아이오닉5, 아이오닉9 등 전기차를 본격 생산한 것도 실적에 호재로 작용했다. SK온은 현대차그룹이 미국에서 생산하는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유일한 기업으로 전체 매출의 50% 이상이 현대차그룹에서 나온다.
하반기에 포드와의 조인트벤처(JV) 공장인 블루오벌SK(BSK) 켄터키 공장의 생산까지 시작되면 실적 개선 폭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송윤주 KB증권 연구원은 "3·4월 SK온의 공장 가동률은 100%로 추정된다"며 "3분기까지도 미국 설비를 90% 이상 가동할 시 적자가 대폭 축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삼성SDI는 BMW·스텔란티스 등 주요 고객사의 판매 부진과 글로벌 불확실성, 엔트리급 전기차 판매 증가 등으로 실적 전망이 상대적으로 어둡다. 하이엔드급 전기차 중심의 포트폴리오와 유럽 중심 생산 구조가 단기 실적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삼성SDI는 글로벌 시장에서 배터리 판매량도 줄어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삼성SDI는 올해 1~5월 글로벌 전기차 시장 내 배터리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8.8% 역성장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LG에너지솔루션은 11.5%, SK온은 18.1% 증가해 삼성SDI만 유일하게 판매량이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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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 미시간 홀랜드 공장에서 직원이 배터리 생산 공정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
업계에서는 3사의 실적을 가른 배경으로 고객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생산기지 분산도를 지목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중심의 다양한 고객사와 JV를 통한 공급망을 갖췄고, SK온 역시 JV를 중심으로 북미 등에서 구조적인 성장 기반을 확보했다. 반면 삼성SDI는 BMW·포드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유럽 중심 생산 구조가 단기 실적에 부담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구조적 요소는 향후 전기차 배터리 업계 구도 재편에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근 글로벌 전기차 수요 정체와 재고 부담, 수익성 악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의 실적 반등은 업계에서 '바닥을 찍은 것 아니냐'는 신호로 해석된다. 특히 북미 중심의 AMPC 수혜 구도가 뚜렷해지면서 향후 미국 현지 생산 능력 확대 여부가 배터리 3사의 중장기 경쟁력에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불확실성이 크긴 하지만, 만약 올해 하반기부터 글로벌 전기차 수요가 점진적으로 회복세에 들어설 경우 북미 내 선제적으로 투자한 업체들이 본격적인 성과를 누릴 수 있다"며 "세제혜택 대응력, 고객사 다변화, 생산 효율성 강화 등이 K-배터리 업계의 새로운 구도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a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