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상용 기자 = 현지시간 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대로면 월가는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의 존재감이 백악관 내에서 계속 유지되기를 기대해야 할 것이다.
중심을 잡아줄 어른이 사라진 그 공간 안에서 주요 고비 때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충동적 결정과 고집을 무마하는 역할을 하는 인물이 베선트 장관이라 그렇다.
지난 두 달 뉴욕증시의 급반등을 이끈 'TACO(트럼프는 늘 겁먹고 물러난다) 트레이드'의 유통기한 역시 베선트의 '안녕'과 불가분일지 모른다.
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유예 시한을 3주 더 연장하는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선 베선트 장관의 역할이 컸다. 그는 지난 4월 초 상호관세 발표일(일명 '해방의 날') 직후 미국 자산시장이 패닉에 빠지자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 90일 유예 조치를 이끌어낸 핵심 참모이기도 하다.
지난달 말부터, 상호관세 유예 종료(7월 8일)를 목전에 두고 트럼프의 말과 글은 재차 강경해지고 있었다.
미국의 요구를 수용해 무역협정에 서명하든가 아니면 고율의 상호관세를 부과받든가 양자택일을 하라는 압박이 반복됐다. 지루한 협상을 이어갈 바에야 관세율을 일방적으로 책정해 통보하는 게 더 낫다면서 트럼프는 7월 9일의 데드라인을 거듭 강조했다.
가공할 무력으로 이란을 굴복시킨데 이어 약속한 날짜(7월4일)에 감세안을 마무리한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여세를 몰아 무역정책에서도 압도적 전과를 올리고 싶었다고 한다.
애시당초 교역상대국의 사정을 봐줄 생각이 없었던 트럼프의 마음을 돌려 세운 것은 이번에도 베선트다. 그는 "(유럽연합 및 인도 등) 일부 협상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으니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간언했고, 당장 7월9일부터 상호관세를 시행하려던 트럼프도 이를 받아들였다.
새로운 D데이(8월1일)까지 3주가량의 협상 말미는 그렇게 해서 생겨난 것이라고 WSJ는 소식통들을 인용해 전했다.
물론 그냥 유예하면 모양새가 빠지기에 한국과 일본 등 주요 교역국에 '상호관세 고지서'를 통지하는 이벤트로 트럼프는 고삐를 조이는 효과를 냈다. 이를 두고 백악관의 쿠시 데사이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최대이자 최고의 소비시장을 지닌 미국이 협상에서 주도권과 지렛대를 손에 쥐고 있음을 분명히 해왔다"고 설명했다.
이날 WSJ 기사가 어떤 연유에서 작성된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상호관세 발효(7월9일)를 목전에 두고 재차 유예 카드를 꺼내든 트럼프 대통령을 두고 '역시나 TACO'라는 말들이 시장 내 회자되는 시점에 해당 기사는 '겁먹고 물러선 주체는 트럼프가 아님을, 베선트의 충정어린 조언이 받아들여졌을 뿐임'을 은근히 설파하고 있다.
'TACO'라는 세평(世評)을 'BAPH(Besent Always Persuades Him: 베선트는 항상 그를 설득한다)'라는 인식으로 바꾸고 싶은 누군가의 의중이 투영됐는지는 어디까지나 상상의 영역이다.
베선트의 충정을 마지못해 트럼프가 수용했든, 내심 완급조절을 원했던 트럼프의 TACO 본능이 베선트의 충정(BAPH)으로 포장됐든, 시장은 트럼프의 관세 정책에 나름의 내성을 쌓고 있다.
그런 시장의 맷집만 믿고 트럼프가 용기백배해 한층 강경 일변도의 관세정책으로 나아갈 위험은 이번 '상호관세 연장전과 품목관세 추가 국면'에서도 주요 변수로 남아있다.
상대국의 협상 제안을 받아본 뒤 마음이 동하면 D데이(8월1일)를 다시 연장할 수도 있다고 여지를 남겼던 트럼프 대통령은 반나절 만에 말을 바꿔 "더 이상의 날짜 변경은 없다(유예 연장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세평(TACO)에 대한 반감이 결심을 낳고, 이 결심이 다시 빌미가 돼 TACO 효과를 증폭시키는 기묘한 순환이 8월1일로 일단락될 것인가는 역시 예단보다 확인을 요하는 물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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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사진=로이터 뉴스핌] 2025.04.28 mj72284@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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