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서영 기자 = 1년 만에 국회로 돌아왔다. 다시 출입하게 된 이곳에서 어떤 글을 써야 할까 고민하다, 몇 해 전 썼던 기자수첩을 찾게 됐다. 2023년 11월, '혁신위는 시끄러워야 성공한다'는 글이 눈에 띄었다.
당시 김기현 대표 체제에서 탄생한 '인요한 혁신위'가 끊임없이 싸우고 부딪히길 바란다는 출입기자로서의 바램이 담겨있었다. 용퇴론 압박에 버티기로 맞대응 중인 지도부의 결단이 필요하다고도 지적했다. 바램이 무색하게도 인요한 혁신위는 김기현 지도부 벽에 부딪히며 50여일 만에 해산했다.
2025년. 그로부터 두 해가 넘어갔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혁신'의 강을 건너지 못했다. 대선 참패 이후 고강도 쇄신을 예고하며 '김용태 비대위'를 내세우고도 당은 초선 의원이 던진 5대 혁신안을 받아주지 않았다. 이어 당내 비주류에 속하는 안철수 의원에게 바톤이 넘어가 혁신의 물꼬가 트이나 싶었으나 이마저도 좌초됐다.
![]() |
정치부 박서영 기자 |
지도부가 인적청산을 받아주지 않았다는 게 이유다.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번에도 안 의원이 요구한 혁신을 거절했다. 안 의원은 대선 당시 후보 교체 시도를 주도한 '쌍권'(권영세·권성동 의원) 출당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친윤(친윤석열)계의 반발이 이어졌고 계파 갈등만 불이 붙었다.
일각에선 차기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주자들이 기싸움에 들어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선 패배 한 달이 넘도록 국민의힘이 쇄신은커녕 당권 싸움에만 매몰됐다는 비판에 힘이 실린다.
얼마 전 누군가 기자에게 물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탄핵되어 구속 기로에 놓여있는 상황에서도 어떻게 '친윤'은 여전히 공고할 수 있느냐고. 할 말이 턱 막혔다. 국민의힘에서 친윤은 곧 영남권이자 기득권이다. 구 주류라고 바꿔 불린다 하여 친윤의 세력이 쇠하지 않음은 인요한과 김용태 그리고 안철수의 좌초가 증명한 바다.
김용태 전 비대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임기를 마치며 "기득권 구조를 혁파하지 못하면 미래가 없다"고 단언했다. 수 없이 거쳐 간 비대위와 혁신위의 패인은 기득권 카르텔로 귀결된다. 당내 몇 안 되는 청년 자산이자 비주류인 그가 마지막까지 쏘아올린 외침에 국민의힘 미래가 담겨있는 듯 하다.
2023년 작성한 기자수첩의 내용이 2025년 인물만 바꿔 반복됐다. 당시 썼던 기자수첩 첫 문장으로 글을 마친다. "'혁신'은 항상 시끄럽다. 태생이 그렇다." 이날 출범한 윤희숙 혁신위가 부디 시끄럽게 성공하기를 바란다.
seo0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