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바름 기자 = 국회에서 순서를 정리할 때 가장 기준이 되는 조건은 선수(選數)다. 초(初)선보다는 재(再)선이, 재선보다는 삼(三)선이, 삼선보단 사(四)선이 대접 받는다. 다선 의원들을 '중진'이라 부르며 당의 중심으로 치켜세우는 이유 역시 선수 문화의 영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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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바름 정치부 기자 |
정당별로 원내대표 등 당직이나 상임위원장에 일정 선수 이상을 선출하는 관례도 마찬가지다. 전국 단위 선거를 여러번 치른 경험과 연륜의 '중진'이 정당을 이끌어간다는 말은 적어도 국회 내에서 과언이 아니다.
지난달 15일 지명돼 49일간 국민의힘을 이끈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0일 임기를 마쳤다. 퇴임 기자회견의 첫 마디는 다름아닌 '사과'였다. 그는 "국민과 당원 여러분들께 사과와 다짐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당이 국민 앞에 지난 불법 계엄사태에 대해서 계속 사과를 드리는 것은 앞으로 보수가 다시는 그와 같은 길을 조금이라도 가까이 가지 않겠다는 다짐"이라고 덧붙였다.
되짚어보면, 국민의힘은 지난해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참패했다. 헌법개정을 제외한 모든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마음대로 처리할 수 있게 했다. 올해 실시한 제21대 대통령선거에서도 졌다. 여당에서 야당으로 입장이 바뀌면서 예산편성권 등 그마나 남아 있던 권력까지 잃었다. 소수야당 신세다. 모두가 국민의힘의 탓이다.
1990년생 초선 의원이 비대위원장으로 분해 전국을 돌며 당원들을 다독이고, 대국민사과를 할 동안 국민의힘은 여전히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원내대표 선거에서 당 쇄신 방안으로 혁신위원회 설치를 공언한 송언석 원내대표의 약속은 기약이 없다. 인사청문회 역시 맹탕이고, 법제사법위원장 요구 역시 '허공의 메아리'에 불과하다.
친윤(친윤석열)이니 친한(친한동훈)이니, 그저 모두가 공천이라는 은혜에 결초보은(結草報恩)하는 예의범절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누구는 서울 출신, 누구는 대구경북(TK) 등 갈라치기도 변함 없다. 일부 의원들은 내년 예정된 전국동시지방선거 출마설까지 나돌고 있다.
모두가 초선보다 못하다. '국민의힘에는 중진이 없다'는 당직자들의 자조 섞인 뒷말이 씁쓸하다.
righ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