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G파트너스, 비올 인수 후 자진 상폐
루트로닉, 제이시스메디칼 등도 사례
상폐 후 공시의무 없어...경영 감시 피해
"국내 의료기기 시장 성장에 마이너스"
[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사모펀드(PEF) 운용사 VIG파트너스(VIG)가 미용·의료기기 업체 비올의 지분 확보에 나섰다. VIG는 코스닥 상장사인 비올 지분에 대해 공개매수 후 상장폐지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국내외 PEF들이 루트로닉과 제이시스메디칼 등 국내 유망 의료기기 기업들을 인수한 후 상장폐지한 사례들이 있어 PEF의 상폐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VIG는 비올의 최대주주 지분(34.76%)을 인수한 뒤, 지난 18일부터 비올 지분 공개매수에 나서고 있다. 자사주(1.15%)를 제외한 나머지 주식 전량을 공개매수 방식으로 사들일 예정인데, 매수 단가는 주당 1만2500원으로 총 매수 규모는 최대 4680억원에 달한다.
업계는 이를 두고 전형적인 상장폐지 목적의 공개매수로 보고 있다. 미용·의료기기 업계에서 비슷한 사례가 반복돼 왔기 때문이다.
앞서 국내 최대 PEF 운용사 한앤컴퍼니는 지난 2023년 6월 의료기기 기업 루트로닉을 인수하고 같은 해 10월 주식 공개매수를 통해 자진 상장폐지했다. 작년에는 프랑스 PEF 운용사 아키메드가 제이시스메디칼을 인수한 뒤 같은 해 11월 상장폐지했다. 의료기기 기업 이루다는 클래시스에 인수된 뒤 상장폐지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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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주요 PEF들이 미용·의료기기 인수 기업을 주식시장에서 빼내는 건 의사결정을 보다 신속하게 하고 정보공개 의무나 주가 관리 부담 등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비상장사가 되면 주주환원에서 자유로운 데다 공시 의무가 없어 당국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상장사 대주주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사모펀드는 원하는 대로 배당과 감자 등을 결정할 수 있게 된다. 특히 K뷰티 열풍과 함께 미용의료기기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금력이 풍부한 사모펀드 입장에서 미용의료기기 업체는 매력적인 투자처다.
다만 국내 주요 미용의료기기 업체의 성장성과 유망성을 감안하면 상장폐지 결정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은 클 수밖에 없다.
자진 상장폐지로 투자자 선택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고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으면 장외거래를 해야 해 주식 거래가 번거로워지는 문제도 있기 때문이다. 상장폐지로 접근이 어려워진 기업 상당수가 'K뷰티'를 대표할 유망 기업으로 주목받던 곳들이다.
이와 관련 VIG 관계자는 "비올의 상장폐지 목적 공개매수가 새 정부에서 도입을 예고한 의무공개매수제도에 선제적으로 발맞춰 소액주주에게도 최대주주와 똑같은 프리미엄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VIG는 공개매수 후 루트로닉, 제이시스메디칼 등의 사례와 같이 현금 교부 방식의 주식의 포괄적 교환 절차를 통해 상장폐지 계획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기기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수한 기술력으로 회사를 설립하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하기 위한 발판으로 투자를 받거나 상장을 택하는 기업들이 많다"며 "상장을 통해 마련된 자금으로 연구개발이나 제품확대 등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기업들이 경영권 매각이나 상장폐지와 같은 수순을 밟는 건 결국 국내 의료기기 시장 성장에는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