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방침에 따라 '교육 자료'로 전환 가능성↑
1학기 전국 학교 채택률 32.3% 불과해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 초반부터 정책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된 교육 정책의 '연속' 추진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특히 도입 과정에서 학교 현장과 갈등을 빚었던 AI 디지털교과서(AI 교과서)가 존폐 위기에 처할 것으로 예상된다.
5일 더불어민주당의 정책 공약집을 살펴보면 대선 후보 시절 이 대통령은 AI 디지털 교과서 정책 전면 개편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AI 디지털 교과서를 교육 자료로 규정하고 학교의 자율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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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지난해 9월 2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4 에듀테크 코리아 페어에서 열린 AI 디지털교과서 프로토타입 시연수업에서 한 학생이 문제를 풀고 있다. |
교과서는 모든 학교에서 의무 도입해야 하지만 교육 자료는 도입 여부를 학교장 재량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가 성급하게 AI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하면서 발생한 교육 현장의 혼란을 해소한다는 취지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주요 정책으로 추진했던 AI 교과서는 AI를 활용해 맞춤형 학습을 하고 사교육비를 경감한다는 취지로 도입했지만 현장의 반응은 차갑다. 교육 단체들은 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교육 공약에 AI 교과서를 교육 자료로 바꾸고 이를 활용하는 것도 교사들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안을 포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AI 디지털 교과서 채택률도 낮다. 전국 초·중·고교 중 32.3%(2월 기준)만 AI 교과서를 채택했다. 이들 학교 대부분에서는 가입 오류로 현장에서 AI 교과서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국회에서는 AI 교과서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 자료로 규정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해 폐기됐다. 정부가 바뀌면 입법 과정을 통해 AI 교과서가 교육 자료로 격하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 정책에 따라 AI 교과서가 교과서 지위를 잃을 시 개발 등에 수십억 원에서 많게는 수백억 원을 투자한 교과서 업계의 반발이 예상된다. 일부 업계는 AI 교과서로 인해 관련 부서 인력을 줄이거나 사업을 철수하면서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교과서 업체들의 대규모 소송전도 예상된다. 과거에도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벌여 승소한 바 있다. 앞서 2014년 교육부의 교과서 가격 조정 행정명령에 불복한 교과서 회사들이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을 상대로 손해 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교과서 출판사들이 교육부의 가격 인하 명령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이 출판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국회 교육위원장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4월 열린 교육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2014년 당시 교과서 가격 조정 행정명령에 불복한 교과서 회사들이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을 대상으로 손해 배상 소송을 걸어 2019년도 대법원이 무려 2327억 원을 정부가 교과서 회사에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며 "당시 교육부와 17개 교육청에서 n분의 1로 나눠서 이를 부담하게 됐다"고 우려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AI 교과서의 교과서 지위를 박탈하면 관련 교과서 업체는 새로운 정부에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 때 이 부총리의 무리한 정책으로 박근혜 정부 때 소송이 진행됐고 결국 문재인 정부 예산에 막대한 손해를 입혔다"고 지적했다.
한편 학교 안팎에서도 AI 도입은 피할 수 없는 대세이지만, 교과서에 적용할지 여부는 따져봐야 한다는 분위기다. 교육계의 한 인사는 "AI 교과서가 보조 자료로 전락하는 순간 대규모 소송전에 휘말릴 것"이라며 "그렇다고 전 정부의 교과서 정책을 그대로 쓸 수 없는 '진퇴양난' 상황"이라고 말했다.
aaa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