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에서 드러난 동물에 대한 태도, 사람에 대한 온도
동물을 대하는 태도는 사람을 대하는 온도와 완벽히 일치하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한 건, 동물을 학대하거나 함부로 대하는 사람 중 약자에게 공감하는 이를 찾는 것은 어렵다. 학대견을 구조했던 경험이 있는데, 학대 주도자에 대한 주위 평판은 '사람도 잔인하게 대한다'였다. 동물 학대와 같은 폭력은 아동과 여성 등 사회적 약자를 향한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다수 존재한다. 이번 대선에서도 마찬가지다. 각 후보의 동물권 공약을 살펴보면 그들이 담고 있는 정치철학과 사회적 감수성을 가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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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조승진 기자 |
그 대표적인 예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다. 이준석 후보가 내세운 동물 관련 공약은 '목줄 미착용 등 반려동물 관리 의무 위반 사례를 줄이기 위한 동물관리지도원 제도 도입'뿐이다. 물론 관리 의무를 위반한 반려인들의 책임을 묻는 건 중요하다. 하지만, 이 공약은 유독 반려인을 특정해, '단속'과 '처벌'에만 방점이 찍혀 있다. 그간 남녀, 세대, 장애 유무 등으로 편을 나눠 갈라치기를 일삼던 그의 이력은 동물 관련 공약에서도 반려인과 반려동물이 없는 사람을 가르는 행태로 이어졌다.
이번 대선에서 이 후보는 사람과 동물 모두에게 공감 없는 태도로 일관했다. 그는 최근 생방송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여성의 특정 신체 부위를 언급하며 성폭력 행위를 구체적으로 묘사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 후보의 발언을 두고 언론에서는 '시정잡배나 쓸 법한 저속한 표현', '인간 존중부터 배워야 할 정치인' 등의 혹평을 쏟아냈다. 정치권에서는 이준석 후보에 대한 의원 제명 추진 움직임이 일었고, 시민사회는 비판 성명을 냈다. 자당에서는 탈당 사례가 이어지는 등 국민들도 이 후보의 행위에 등을 돌렸다.
이는 결국 '사회적 공감 감수성' 부족이라는 점에서 결코 무관하지 않다. 반려인을 규제 대상으로만 보고, 여성 혐오 발언을 내뱉은 것은 그 연장선이다. 이에 반해 해외 여러 선진국에서는 동물권 존중이 정치인의 중요한 자질로 평가된다. 2023년 독일인의 90%가 농업 동물의 복지 향상을 요구했고, 2021년 프랑스 국민의 95%가 동물복지와 동물권에 민감하다고 답했다.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벨기에 등 국가에서는 동물보호를 헌법에 국가 의무로 명시하고 있는데, 국가 의무인 만큼 정치인은 자연스럽게 신경 쓸 수밖에 없다.
다행스러운 것은 다른 대권 주자들이 동물 보호에 관심을 기울이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유일하게 10대 공약에 동물 내용을 포함했고, 동물학대자의 동물사육 금지 등을 발표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유기동물 입양 가구에 진료비 지원, 길고양이 중성화 지원 확대 등을 내세웠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민법상 동물의 법적 지위를 개선하는 것과 헌법에 동물보호 의무 명시를 약속했다. 새로운 정부에서는 사람과 동물이 함께 존중받는 사회로 나아가기를 바라며, 동물권을 실천하는 대통령을 기대해 본다.
chogi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