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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나미술관,청년작가 9명이 다룬 '불안'..무모해도 실행한다

기사입력 : 2024년08월08일 20:53

최종수정 : 2024년08월09일 08:14

서울 강남구 신사동 코리아나미술관 '불안 해방 일지'라는 타이틀로 청년작가들의 '불안' 테마 작업 34점 전시. 11월 23일까지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한 여성작가가 개울이 흐르는 다리 난간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무모 연작'이란 작업을 하는 이예은 작가다. 이예은은 '무모 연작' 중 '높이재기'라는 작품을 위해 직접 어느 하천 위 교각 난간에 철봉하듯 매달렸다. 교각의 높이를 자신의 키를 통해 측정하고자 젖 먹던 힘까지 쏟아붓는 중이다. 예술을 위한 것이라지만 감상자는 조마조마하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 이예은 '높이 재기'. 작가는 직접 개천 위에 설치된 교각에 매달려 다리의 높이와 길이를 재고 있다. [사진=코리아나미술관] 2024.08.07 art29@newspim.com

이예은의 이 퍼포먼스 사진은 서울 강남구 언주로의 코리아나미술관(관장 유승희)에서 개막한 '불안 해방 일지' 전에 출품된 작품 중 하나다. 

코리아나미술관은 7일부터 11월 23일까지 '불안 해방 일지'전을 개최한다. 이 땅의 청년작가 9명의 다종다기한 작품 34점으로 기획전을 꾸몄다. 참여작가는 김미루, 김지영(109), 도유진, 백다래, 신정균, 양유연, 이예은, 이원우, 조주현이다. 작가들은 불안이 지배하는 사회 속에서 예술가로서, 성인으로서 느끼는 상황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풀어낸 작품을 출품했다. 

이예은의 예를 좀더 살펴보자. 그는 교각 난간에만 매달린 게 아니다. 혹한의 날씨에 자신의 체온으로 건물의 실내온도를 높이는 '실내온도 높이기'도 시도했고, 어린아이들이 '팡팡' 뛰어오르는 트램펄린 위에 마늘을 쌓아올리는 '마늘 쌓기'같은 무모한 도전도 시도했다. 무모하고 어처구니 없는 퍼포먼스인데 작가는 자신의 경험에서 이같은 작업이 비롯됐다고 했다.

작가 이예은은 작품활동을 하면서 생계를 위해 냉동창고, 치즈공장 등 여러 공장을 전전하며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는 척박한 알바 현장에서 느낀 여러 고충들을 '무모 연작'에 슬며시 녹여냈다. 

자신의 '높이재기' 작품을 본 이들이 "저기 매달려서 도대체 뭐하는 거야"하고 힐난할 수도 있겠지만 작가는 "교각의 높이를 재는데 인간 신체를 활용하는 것도 한 측정법 아니겠느냐?"고 반문한다. 비록 티셔츠는 말아올라가고, 다리도 못 편채 온 몸에 쥐가 나고 있지만 '조금만 더 버티면 임무완수하는 거야'라며 무모한 도전을 강행 중이다.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면 어떤 도전이든 못할 게 없고, 예술이야말로 때론 '무모함'이라든가 '무의미'가 요구되는 분야라고 믿기 때문이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이원우 '당신의 아름다운 미래'. 슈퍼 미러 스테인리스 스틸, 페인트, 실크 스크린. [사진=코리아나미술관] 2024.08.07 art29@newspim.com

코리아나미술관의 이번 '불안 해방 일지'는 우리 일상에 깊이 스며든 '불안'에 포커스를 맞춘 전시다. 초고속으로 변화해온 한국 사회를 경험한 청년세댸 작가 9명은 개인 내면에 도사린 불안은 물론, 한국사회 전반을 뒤흔드는 불안을 다양한 방식으로 다루고 있다. 경제적으로 풍요로와질수록, 선진국으로 진입할수록 젊은이들은 '나만 뒤쳐지는 것 아닌가'하는 불안증이 커져간다. 유명 애니메이션에 최근 감정캐릭터 '불안이'가 새로 등장해 많은 공감을 얻고 있는 게 그 방증이다.

그런데 작가들은 불안, 그리고 불확실성을 역으로 바라보고, 성찰하며, 때론 되받아치고 있다. 미래를 점치기 어려운 독립된 아티스트로써 그 어떤 직종 보다 불안에 직면해 있고, 절벽에 선 듯 고단한 삶이지만 그들은 불안을 피해가지 않고, 각자만의 방식과 해석으로 해방일지를 써내려가고 있다. 페이소스와 위트, 반전과 희망을 꾹꾹 담아가면서 말이다.

백다래 작가는 런던을 배회하며 라이브 방송을 하는 괴물투수 캐릭터가 등장하는 영상 '인 앤 아웃'을 통해 청년 미술가가 느끼는 불안을 드러내고 있다. 영상 한켠의 댓글창에는 작가에게 악플을 달거나 응원을 남기는 이들이 교차한다. 백 작가는 투수가 '삶'이라는 공을 던지면, 우리는 끝없이 날아오는 공을 받아치는 타자라고 표현하고 있다. 저마다 주어진 삶을 어떻게 버티고, 영위하는지를 영상을 통해 은유하고 있는 것.

기이하면서도 독특한 퍼포먼스를 펼쳐온 김미루 작가는 이번에 '무언의 소통'을 통해 불안을 해방시키고 있다. 작가와 타인은 각각 한 손만을 사용해 흙덩이를 만지며 감정을 나눈다. 둘이 할 때만이 온전히 '두 손'이 되고, 작업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언어로는 감정과 의사가 잘 소통되지 않는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이 퍼포먼스는 자연에서 홀로 시작됐다가, 이후 촉감을 통해 타인과의 감정적인 교감이 이뤄지는 행위로 발전했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김지영 '싱잉 노즈'(Singing Nose), 2024. 5채널 사운드 설치, 벽에 목탄, 콘테, 가변크기  [사진=코리아나미술관] 2024.08.07 art29@newspim.com 

조주현은 팬데믹이 기승을 부리던 시기에 목적지에 착륙하지 않고, 비행 경험만 제공했던 관광상품 현장을 담은 영상작업 '무착륙비행'으로 불안을 드러냈다. 도유진은 한국의 불법촬영(도촬) 범죄를 다룬 다큐멘터리 '오픈 셔터스'로, 신정균은 재난 대비 모의훈련을 다루는 영상 '미래 연습'으로 사회전반에서 발생하는 불안을 포착했다. 양유연은 장지에 맑은 농도의 아크릴물감을 겹겹이 쌓아올려 얼굴을 표현하며 불안이라는 감정을 차분히 시각화했다. 

전시는 도입부의 팽팽한 긴장감을 지나 결말로 갈수록 불안의 감정은 사라지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된다. 이원우 작가의 'Your Beautiful Future'(당신의 아름다운 미래), 'Moonshine Blanket'(달빛 담요) 같은 무지갯빛 허공에 떠있는, 간결하지만 따뜻한 문구들은 '정말 내 미래가 아름다울 것 같다'는 위안을 준다. 곧 불안으로 가득한 현실로 튕겨져 되돌아올지라도 말이다.

김지영(109)은 '싱잉 노즈'(Singing Nose)에서 흥얼거리는 콧노래와 설거지 소리, 지하철 현장음 등 일상의 소리를 뒤섞어 '너무 불안해 할 것 없어'라고 속삭인다. 김 작가가 목탄으로 흥겹게 그려낸 국수와 콧노래 조합은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누구나 콧노래를 흥얼거리듯, 일상 속 행복의 단초를 리드미컬하게 환기시킨다.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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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日 여행객 'K-쌀' 사간다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일본 여행객이 한국을 방문, 한국 쌀을 직접 구매해 들고 나가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일본 내 쌀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밥맛 좋은 한국 쌀'이 대체제로 급부상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3일 <뉴스핌>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상반기 동안 일본 여행객이 한국에서 직접 구매해 일본으로 들고 간 국산 쌀은 3만3694kg로 집계됐다. 일본은 지난 2018년부터 휴대식물 반출 시 수출국 검역증을 의무화한 나라로, 병해충과 기생식물 등 식물위생 문제에 매우 엄격하다. 특히 쌀처럼 가공되지 않은 곡류는 검역 과정이 매우 까다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여행객들의 한국산 쌀 열풍은 지속됐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일본 여행객이 반출한 국산 쌀은 1310kg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무려 25배 이상 급증했다. 같은 기간(2024년 1~6월)으로 비교하면 작년 106kg에서 올해 3만3694kg로 약 318배 증가한 셈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일본 여행객들의 '쌀 쇼핑'이 열풍을 불면서 관련 문의가 급증했다"며 "한국쌀이 일본쌀에 비해 맛과 품질이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반출되는 양도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쌀을 화물로 탁송하는 사례도 동반 상승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화물검역을 통해 일본으로 수출된 국산 쌀은 43만1020kg에 달한다. 지난해 화물 검역 실적이 1.2kg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폭증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번 흐름이 국산 쌀에 대한 일시적 특수로 끝나지 않고 국내에서 정체된 쌀 소비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에서 쌀 가격이 두 배 이상 올랐으니 한국에 와서라도 쌀을 구매하는 여행객이 늘어난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다만 일본의 쌀 관세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한국 쌀의 가격만 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국산 쌀의 품질이 높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도 합격점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영종도=뉴스핌] 윤창빈 기자 = 1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 중국발 여행객들이 입국하고 있다. 2023.03.11 pangbin@newspim.com 정부 역시 이같은 수요에 대응해 일본 관광객을 대상으로 검역제도 안내·홍보에 나서기로 했다. 현재는 농림축산검역본부를 통한 사전신청, 수출검역, 식물검역증 발급, 일본 통관까지 최소 3단계 이상이 요구된다. 다만 한국 쌀을 일본으로 반출할 때 한국에서 식물검역증을 발급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일본 관광객이 일본에 돌아가 쌀을 폐기하는 일이 생기면서 홍보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농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오사카 엑스포 현장 방문을 계기로 일본 농림수산성과 예방할 기회가 주어졌는데 그 자리에서 쌀 검역 문제가 논의됐다"며 "한국 정부는 일본 여행객이 애써 한국 쌀을 구매한 뒤 일본으로 돌아가 폐기하는 일이 없도록 제도 홍보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전했다. plum@newspim.com 2025-07-0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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