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사회 노동

속보

더보기

[고수들의 일터] '문화대로' 만드는 이용해 변호사 "창의성은 내가 추구하는 진정한 가치"

기사입력 : 2023년08월31일 08:00

최종수정 : 2023년08월31일 08:00

[서울=뉴스핌] 김경선 행복한직장생활연구소장 = 절박할수록 돌아갈 수 있는 있는 지름길이나 꼼수는 없다. 우리 사회 일터 고수들에게는 그들만의 성공 노하우가 있다. 어떤 철학을 가지고 일을 대하는지, 그 일터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까지 지난했던 과정과 그늘들, 화려함 뒤에 가려진 노력과 자세를 곱씹어 보면서 성공의 실마리를 찾아볼 일이다. 고용노동부 관료를 거쳐 여성가족부 차관까지 일자리 문제를 전문적으로 고민하고 일터의 정점까지 올랐던 김경선 행복한직장생활연구소장이 각 전문 분야의 고수들을 만나 그들만의 경험과 비밀스러운 성공 레시피를 듣는다.

유쾌하고 씩씩한 이용해 yh & co 대표를 만난 건 장마 예보 속에서도 쨍쨍하게 맑은 여름날 오후였다. 현직 지식재산권 전문 변호사이면서 전직 sbs PD, 국내 최대 콘텐츠 제작업체 드라마 제작자, 예능 전문 독립 콘텐츠 제작업체 창업자였던 이 대표는 화려하고 다양한 경력의 소유자답게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풀어놓았다. 86학번으로 당시 인문계 대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이자 들어가기 어려웠던 공중파 방송의 PD로 10년 경력을 쌓은 후 갑자기 신생 콘텐츠 제작기업으로 옮긴 이야기, '올인', '주몽', '불새', '거침없이 하이킥' 등 수많은 히트작을 낸 초록뱀미디어에서 제작기획자로 일한 이야기, 45세 늦은 나이에 로스쿨에 들어가 20년 가까이 차이 나는 후배들과 함께 공부하면서 변호사시험에 합격해 세계 최대 플랫폼 업체인 Netflix 한국지사에서 전담 변호사로 일한 이야기 등등 모든 얘깃거리가 흥미진진했다.

남들은 한 번도 경험하기 어려운 일들을 끊임없이 만들어 내며 커리어를 이어가는 이용해 대표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계속 그 역할은 바꾸어 왔지만 그의 커리어를 관통하는 것은 결국 창작에 대한 욕구, 창작자를 지켜주고 싶은 욕구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태원의 한 회의실에서 진행된 이용해 변호사와의 인터뷰는 내내 즐겁고 재미있었다. 콘텐츠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는 시기에 지식재산권 전문 변호사로서 그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이다. 법률 관련 에피소드들을 전문으로 기획 제작하는 콘텐츠 회사를 다시 한 번 창업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야말로 삶을 사랑하고 스토리를 사랑하는 이 시대의 '진정한 크리에이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용해 변호사. [사진= 뉴스핌 DB]

◆ "PD, 콘텐츠 제작자, 변호사...재미있어서 일했다"

-다양한 직업을 가지셨다. 본인 직업의 변천사를 얘기해 준다면.
▲ 대학을 졸업하면서 당시 인문계 대학생에게 가장 선망의 대상이었던 방송국에 들어갔죠. sbs에서 제작본부 예능PD가 되어 연출자로 10년간 일했습니다. '이홍렬쇼', '좋은 친구들' 등 여러 작품을 연출했습니다. 드라마를 연출하고 싶은 열망이 있었는데 그무렵 드라마PD 선배 2명이 초록뱀미디어를 창업하면서 창업멤버로 참여하게 됐습니다. 당시만 해도 공중파 외에는 플랫폼이 없었기 때문에 방송국은 독립 콘텐츠 제작자보다 월등히 우위에 있던 시기였죠. 그만큼 위험 부담도 있었고요. 그러나 창작에 대한 열망이 더 컸고 돌이켜보면 초록뱀미디어 재직 기간은 정말 원없이 일했던 시기였어요. '올인', '주몽', '불새', '거침없이 하이킥' 등 많은 히트작을 냈죠. 40세가 넘어가면서 콘텐츠 기획, 제작, 배급 전 과정에 무수히 많은 법적 쟁점이 발생하는데 법조계는 콘텐츠 시장을 너무 모르고, 콘텐츠 업계 사람들은 법을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45살에 로스쿨을 들어갔습니다. 법 공부를 처음 하면서 너무 힘들어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어요. 후배이자 동기들이 많이 도와줬습니다.

- 초록뱀미디어에서 제작자로 15년간 일하면서 많은 성과를 거뒀는데 제작자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자질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 창의력 또는 기획력과 추진력입니다. 드라마 제작자는 기획부터 감독과 배우 섭외, 플랫폼 업체와 협상을 통한 편성권 확보,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제작비 마련을 위한 파이낸싱까지 해야 합니다. 일단 될 만한 작품을 선정하는 기획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트렌드를 읽을 줄 알아야 합니다. 이제는 드라마나 예능이 해당 작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OST 판매나 뮤지컬 등 2차적 저작물 시장도 커지고 있어 비즈니스 능력 또한 중요합니다. 법률가가 되고 보니 성공하는 제작자는 이러한 능력 이외에도 제작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이슈에 대해 잘 관리할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용해 변호사

◆ "드라마 제작과정 전체에 법적 쟁점 넘쳐나 "
- 지금 하는 일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신다면.
▲ 콘텐츠 시장의 저작권 관련 업무 등 다양한 업무를 하고 있는데 주된 업무 중 하나가 프로덕션 리걸 서비스(Production Legal Service) 업무입니다. 드라마 등 콘텐츠 제작 전체 단계, 즉 작가 등 주요 크리에이터와의 계약, 플랫폼 업체와의 계약은 물론이고 스크립트상의 명예훼손이나 프라이버시 문제, 촬영 과정에서의 촬영장소 허가나 상표·초상권 문제, 편집 단계에서의 다른 저작물 이용 등 제작환경 전반에 있어서 법적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검토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일을 합니다. 제작자를 위해 계약서를 만들어 주기도 하고 만들어진 계약서를 검토해 주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최근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XO, Kitty'의 경우 한국 촬영과 관련된 제작 전체 과정을 함께 진행했는데 스크립트상 대사 중에 특정 항공사에 대한 컴플레인이 과장되게 들어간 장면이 있었어요. 명예훼손 이슈가 발생할 수 있는 사안이라 바로 수정 제안을 했죠. 또 외국 국적 교포3세 출연배우의 국내 체류기간이 일정 기간을 초과하면 병역법상 징집될 소지도 있어서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도 했습니다. 촬영 과정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초상권 문제 및 촬영의 배경이 되는 저작물의 저작권 이슈에 대한 컨설팅도 제 업무의 하나입니다.

◆ "작가, 감독, 소규모 제작사에 공정한 대가 가게 해야"
- 대형 로펌을 나와 소규모 법률사무소를 만드신 건데 굳이 나올 이유가 있었는지.
▲ 변호사 생활을 처음 화우에서 시작했고 화우에서는 내 특별한 경력을 고려해서 넷플릭스에 파견을 보냈어요. 넷플릭스 전담변호사로 일하면서 한국에 진출한 넷플릭스가 국내 사업자와 체결한 계약서는 제가 다 검토했죠. 글로벌 플랫폼에서 일하면서 많은 것을 경험하고 배웠어요. 이렇게 거래의 기본 틀을 만든 것은 의미가 있었지만 글로벌 플랫폼과 주로 일을 하다 보니 이해관계 충돌 문제로 독립 제작사나 감독, 작가 개인을 위해서는 일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창의성을 발휘하고 창작 활동을 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했던 제 희망을 펼치고 싶어서 다시 틀을 깨고 나왔습니다.(웃음)
지금 하고 있는 일 중에 지식재산권 관련 컨설팅 업무가 있어요. 일종의 비즈니스 전략 컨설팅이라고도 할 수 있죠. 이 업무도 창작자들에게 가장 보상이 커지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조언을 해주고 있습니다. 우리 시대 최고의 예능PD라고 하는 김태호 PD가 독립해 운영하는 제작사가 있어요. 작품을 하나 만들 때 김태호 PD에게 제작 과정에서 50% 이상의 지분 참여 방식을 제안하는 플랫폼과의 계약보다는 제작사가 지식재산권(IP)을 100% 가지는 방식으로 추진하라고 조언해 주었죠. 요즘은 선방영권을 주는 First Look Option Agreement 방식으로 초기 자금 조달도 가능하기 때문에 지분까지 넘겨주면서 자금을 조달할 필요가 없는 거죠. 콘텐츠에 경쟁력이 있다면 이러한 방식이 크리에이터에게 훨씬 더 많은 보상을 가져다 주고 콘텐츠 시장을 더 공정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봅니다.

김경선 소장과 이용해 변호사.

◆ "창작자를 위한 수호자"가 되고 싶어
- 본인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의 핵심적 가치가 무엇인지.
▲ 과거에는 직접 제작을 하는 크리에이터였죠. 지금은 크리에이터들이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크리에이터들의 보호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고 싶은 일, 재미있는 일을 추구하면서 살아왔지만, 그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추구해온 핵심 가치는 결국 창의력, 창의성이 아닐까 싶습니다.

- 좀 거창하게 얘기하면 창작자를 위한 수호자(guardian of creativity) 역할을 하고 계신 거네요.
▲ 그런가요?(웃음) 제 역량이 닿는 대로 창작자들이 제대로 대우받고 보상받을 수 있도록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요즘 전 세계적으로 우리의 K-콘텐츠가 인정받고 있죠. 이러한 상황에서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에게 더 많은 보상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더 좋은 창작물을 만들어 내게 하는 유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제가 하는 일의 가장 큰 보람이 될 것 같습니다.

◆ "AI 시대엔 인문학적 소양과 상상력 가진 인재가 필요"
- AI 시대 지식재산권 분야 시장 확대 가능성은 어떻게 보시는지.
▲ 인공지능 발전은 정말 급속도로 우리 삶을 변화시킬 것입니다. 그리고 콘텐츠 시장은 정말 엄청 팽창할 것으로 봅니다. 인공지능이 가져온 생산성 향상은 결국 인간의 근로시간을 줄일 것이고 그만큼 여가 시간을 늘려줄 것입니다. 그 여가 시간을 잘 보내는 데 가장 비용이 저렴하게 들고 누구나 보편적으로 즐길 수 있는 것은 드라마, 예능, 영화 같은 콘텐츠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 분야에 더 많은 인재들이 활약해야 할 것이고 지식재산권 분야의 중요성도 커질 것입니다. 법률 전문가 수요도 늘어날 겁니다. 국내 저작물의 글로벌 배급 단계에서 최근 미국의 에이전시들은 타인의 지식재산권 등을 침해할 소지가 없도록 보장하는 Chain of Title(권리의 이전이나 이용 허락에 관한 문서들)을 요구합니다. 전문 법률가의 역할이 확대돼야 할 이유죠.

김경선 소장과 이용해 변호사.

- 인문학을 전공하는 MZ세대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해 결국 프로그래밍이나 코딩 기술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제 인간의 상상력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될 것입니다. 프로그래밍은 표준화되고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있지만 어떤 서비스를 창출할지, 어떤 콘텐츠를 만들지 하는 것은 인간의 상상력에 달려 있죠. 사실 일을 하다 보면 법조인으로서 법학만을 공부한 것이 아니라 학부에서 인문학을 공부한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느낍니다. 물론 공부하는 과정은 힘들었지만 결과적으로 더 풍부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계약서는 사실 90%는 정형화·표준화돼 있습니다. 10%의 차이가 의미 있는 결과의 차이를 가질 수 있는데 인문학을 공부하고 직접 창작을 해본 나는 그 10%의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문학을 통한 공감과 상상력이 여러분의 소중한 자산이 될 것입니다.

이용해 변호사 =▲법무법인 yh&co 대표 변호사 ▲서울대 영문과 ▲ SBS 프로듀서 ▲초록뱀미디어 제작본부장 ▲메이콘텐츠 대표이사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변호사시험 7회 ▲법무법인 화우 엔터테인먼트&디지털미디어 파트너 변호사.

<에필로그>

한때 방송국 PD를 꿈꾸기도 했던 필자에게 이용해 대표와의 만남은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호기심을 덜어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지인의 소개로 만났지만 대학 1년 선배이기도 한 이용해 대표는 시원시원한 목소리에 건강한 웃음을 장착한 에너제틱한 분이었다. 인터뷰 내내 새로운 분야에 끊임없이 도전하면서 자신만의 길을 걸어온 그의 용기에 새삼 감탄하게 됐다. 특히 인문학도로서 돌고 돌아 현재 지식재산권 및 콘텐츠산업 전문 변호사의 길을 걷고 있지만 법학만을 한 사람과는 차별되는 그 10%의 능력이 오히려 더 큰 능력을 발휘하고 있어서 같은 인문학도로서 자부심도 느껴졌다. K-콘텐츠가 전 세계를 열광시키고 우리의 위상을 높여 주고 있는 지금 이 시대에 크리에이터로서, 그리고 이제는 크리에이터의 수호자로서 열심히 뛰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의 콘텐츠 시장이 더욱 성장하고 탄탄해질 것이라는 희망이 더 짙어졌다.

*김경선 행복한직장생활연구소장은 1991년 행정고시를 합격하고 공직에 입문했다. 30년 넘는 공직생활 대부분을 고용노동부에서 보냈고, 마지막으로 여성가족부 차관을 역임했다. 은퇴 후 공직생활에서의 경험과 역량을 MZ세대 직장인들과 공유하고자 행복한직장생활연구소를 만들어 온라인으로 소통하고 있다.

kyoungseon0428@gmail.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尹대통령 "아내 현명치 못한 처신 사과…특검, 수사 후 부실 있을 때 하는 것" [서울=뉴스핌] 박성준 김가희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9일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의혹에 대해 "제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께 걱정 끼친 부분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윤 대통령은 야당의 특검요구에 대해서는 "어떤 면에서는 정치 공세, 정치 행위 아닌가"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에 대한 의견을 묻자 이같이 답했다. 윤 대통령은 "검찰에서 수사를 시작한다고 발표한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검찰 수사에 대해서 어떤 입장 또는 언급을 하는 것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오해가 일어날 수 있기 떄문에 거기에 대해서는 제가 따로 언급하지 않겠다"면서 "공정하고 엄정하게 잘 할 것이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뉴스핌]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를 하고 있다.[사진=ktv 캡처 ] 2024.05.09 photo@newspim.com 이어 "특검 문제는 제가 지난 1월에 재의요구를 했지만 검찰 또는 경찰의 수사가 봐주기 의혹이나 부실 의혹이 있을 때 특검을 하는 것이 맞다고 야당도 주장해 왔다"며 "특검이라고 하는 것은 일단 정해진 검경, 공수처 등 기관의 수사가 봐주기나 부실 의혹이 있을 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도이치(모터스)니 등 사건에 대한 특검 문제도 지난 정부 2년 반 정도 사실상 저를 타겟으로 검찰에서 특수부까지 동원해서 치열하게 수사했다"며 "그런 수사가 지난 정부에서 저와 제 가족을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것인지, 봐주기 수사를 하면서 부실하게 했다는 것인지, 저는 거기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윤 대통령은 "그 자체가 모순이라고 생각한다. 특검이라고 하는 것을 20여년 넘도록 여러 차례 운영해왔지만 그런 관점에서 여야가 의견 일치를 보고 해온 것"이라며 "지난번 재의요구에서 했던 특검에 대해서는 지금도 여전히 할 만큼 해놓고 또 하자는 것은 특검의 본질이나 제도 취지와는 맞지 않는, 어떤 면에서는 정치 공세 정치 행위 아닌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진상을 가리기 위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 그런 생각은 여전히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parksj@newspim.com 2024-05-09 10:49
사진
[단독] 2005년 이후 '의사고시' 본 외국 의사 424명…헝가리·우즈벡 순 많아 [세종=뉴스핌] 신도경 기자= 지난 2005년 이후 지난해까지 우리나라 '의사 고시'에 응시한 외국면허 의사는 총 424명으로 파악됐다. 이중 절반은 불합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별로 헝가리와 우즈베키스탄 출신이 가장 많았으며, 미국, 독일, 호주가 뒤를  이었다. ◆ 정부, 의사 고시 면제 추진…외국면허 응시자 늘어날 전망 10일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과 보건복지부에서 제출 받은 '국가별 외국의대 국가고시 불합격 현황'에 따르면, 외국의대 졸업생이 국내 의사시험에 응시했다가 합격한 비율은 50.7%에 불과하다. 지난 2005년부터 2023년까지 총 424명의 외국면허 의사가 국내 의사 예비시험(1차 시험)에 응시해 235명이 합격, 합격률은 55.4%였다. 또 예비시험을 거쳐 국가고시(2차 시험)에 응시한 사람은 288명이며 이중 합격자는 215명이었다. 예비시험을 본 외국면허 의사중 국가고시까지 합격한 비율은 절반 수준인 50.7%에 머문 것이다(표 참고). 의사 국가고시는 '의사가 될 자격'을 판단하는 시험이다. 현행 외국 의사 면허 소지자는 '의료법 제5조'에 따라 복지부가 정한 인정 기준에 해당하는 외국 의대를 졸업한 뒤 국내에서 의료 활동을 하려면 국내 의사 예비시험을 통과해 의사 국가시험에 응시하는 자격을 확보해야 한다. 이후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주관으로 치러지는 '의사 국가고시'를 봐야 한다. 정부는 지난 8일 의사집단행동으로 인한 의료공백을 막기 위해 외국에서 면허를 딴 의사들도 보건 의료위기 '심각' 단계에서는 국내에서 진료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의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에 따라 국내 의사고시를 봤으면 탈락했을 외국의대 졸업자들이 대거 의료 현장에 투입될 전망이다.  '외국의대 예비고시의 국가별 현황(2005~2023)'을 보면 헝가리 출신 응시자가 189명으로 가장 많았다. 우즈베키스탄이 71명으로 뒤를 이었고 영국 27명, 미국 23명, 독일 21명, 호주 18명, 러시아 16명 순이었다.  헝가리는 이중 79명이 불합격해 불합격률이 41.7%를 기록했다. 우즈베키스탄은 절반이 넘는 40명(56%)이 불합격했다. 미국도 불합격률이 69.5%(16명)에 달했다.  '외국의대 국가고시의 국가별 현황(2005~2023)'도 헝가리가 119명으로 가장 많았다. 우즈베키스탄(38명), 영국(21명), 독일(18명), 호주(15명)가 뒤를 이었다. 필리핀은 11명이 응시해 10명이 불합격하고 1명만 합격했다.   신 의원은 "외국 의대를 졸업하고 한국에서 국가고시를 다시 보는 이유는 외국에 있는 의료와 한국의 의료 간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며 "(환자의) 인종과 지역 특성에 따라 질병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 의원은 "한국 의료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고 준비가 돼 있느냐는 국가고시를 통해 보는데 자격이 되지 않은 사람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것은 의료의 질을 담보하지 않은 사람이 의료 행위를 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는 것"이라며 "현 정부의 정책은 국민의 의료 이용을 열악하게 만들고 불편한 상황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국가별 의료 수준 달라…"의료체계 후퇴" 우려 신현영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국가별 외국의대 국내 의사면허 최종 불합격 비율 현황(2005~2023)'에 따르면 30개국 중 불합격률 50% 이상을 차지한 나라는 총 17개국으로 절반이 넘는다. 특히 필리핀은 응시자의 97%가 불합격했다. 미국 84.8%, 우크라이나‧폴란드 75%, 일본 68%, 우즈베키스탄‧벨라루스‧브라질 66.7%, 독일 58.7%, 호주 55.2%, 러시아 55%, 헝가리 52.1%, 오스트리아‧아일랜드‧르완다‧프랑스‧남아프리카공화국 50%, 파라과이 46.7%, 볼리비아 33.3%, 영국 31%, 뉴질랜드‧스위스‧이탈리아‧체코‧카자흐스탄‧몽골 0%다. 나머지 4개 나라는 응시하지 않았다. 외국 의대 졸업자의 국내 의사 국시 불합격률이 높은 반면 한국 의사국시 전체 불합격률은 10% 수준이다. 2022년 국내 의사 국시 합격률은 상반기 97.6%, 2022년 하반기 95.9%다(표 참고) 외국과 한국 의대 불합격률이 차이가 나는 원인은 국내 의대의 경우 4∼6년마다 한 번씩 점검해 의학교육 적합성을 관리하기 때문이다. 반면 외국의대는 국내 의사 국가고시를 볼 수 있는 곳으로 인증받고 난 후 관리·감독 시스템이 전무한 수준이다. 신 의원은 "(외국 의사를 도입하는 정부 방안은) 오히려 의료체계를 후퇴하게 만드는 판단"이라며 "국민도 자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에게 진료받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외국 의사가 국내 인증을 받으려면 대학 학제와 교과과정, 학사관리 등이 우리나라 해당 대학 수준과 비교해 동등하거나 그 이상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sdk1991@newspim.com 2024-05-10 06:00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