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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숙자에게 '보리밭'은 숙명이자 혼불...그 생명력에 바친 반세기

기사입력 : 2022년10월24일 23:18

최종수정 : 2022년10월27일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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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폭 가득 펼쳐진 보리밭은 한국인의 정서 그 자체
백두산 천지 답사 후 '백두성산' 등 대작도 탐구
한국 채색화의 현대적 계승에 힘써온 독보적 작가

[서울 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 한국화가 지향 이숙자(80) 화백이 6년 만에 개인전을 갖는다. 지난 2016년 국립현대미술관의 중장기 프로젝트 '한국현대미술작가시리즈'의 한국화 부문 작가로 선정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가졌던 이 화백은 오랜 침묵을 깨고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초대전을 연다.

올해로 창립 45주년을 맞은 선화랑(대표 원혜경)은 45주년기념 특집작가 전시로 지난 6월 추상화가 '곽훈 개인전'을 개최한데 이어 '이숙자 개인전'을 오는 11월19일까지 1~3층 전관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 데뷔 60년을 맞는 이숙자의 변화무쌍한 채색화 세계를 조명하는 대규모 회고전이다. 전시에는 대표작인 청맥, 황맥은 물론 '이브의 보리밭', 백두산, 군우도 등 초기작에서 신작까지 총 40점이 나왔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 = 이숙자 '이브의 보리밭 89', 150x200cm. 순지 5배접에 암채.1989. [사진=선화랑] 2022.10.24 art29@newspim.com

이숙자는 홍익대및 대학원에서 채색화 거장인 천경자 김기창 박생광 등에게 사사했다. 1963년 국전 입선을 통해 데뷔한 후 특선과 장려상을 연달아 수상한 그는 채색화를 연마하며 한국적 정서를 담아내는데 몰두했다. 그러나 '채색화는 왜색조 그림'이란 인식이 끊이지 않았고, 천경자의 제자였기에 정물과 인물을 그리면 '천경자 아류'라는 평가가 따라다녔다. 이에 작가는 '나다운 그림을 그려야겠다'는 생각에 민초들의 노동현장, 군상 등에 주목했다.

그러던 1977년 봄, 경기도 포천을 찾았다가 나지막한 능선에 드넓게 펼쳐진 녹색의 보리밭을 보고 감전되듯 전율했다. 그 푸르른 장관은 너무도 아름다와 숨이 멎을 정도였다. 어디선가 종달새 소리도 들렸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이숙자에게 넘실대는 청록의 보리밭은 슬프도록 아름다왔고, 그 후 보리밭을 그리는데 혼신을 다 했다. 통통한 보리알을 입체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다섯겹으로 배접한 순지 위에 석채물감을 올리고 또 올려 도톰하도록 했다.그 위에 녹색의 점을 찍고,또 찍기를 무수히 반복했다.가늘고 긴 보리수염은 밤낮없이 그려도 도무지 끝이 나지 않았다.

이 지난한 작업을 거듭하던 이숙자는 1980년 중앙미술대전에서 '황맥 들판'으로 대상을 받았고, 같은 해 국전 대상도 수상하며 작가로서 입지를 굳혔다.

[서울 뉴스핌] 이번 개인전을 위해 완성한 신작 '청보리 벌판' 앞에 선 이숙자 화백. 80세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활기차고, 날렵하니 세련된 모습이다. 새 작품은 올오버적 표현으로 단색조의 전면성을 부각하며 원숙한 세계를 보여준다. 182x227cm. 순지 5배접에 암채. 2022. [사진= 이영란 기자] 2022.10.24 art29@newspim.com

이숙자는 보리그림을 완성하기 위해 화실에 틀어박혀 손바닥에 피멍이 맺힐 때까지 작업한다. 보리밭 속 보리알과 보리수염을 수만 번 이상의 세필로 세밀하게 표현하는 작업은 엄청난 공력과 인내를 요한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닌 듯하다. 그런데 작가는 "하나님이 내게 주신 재능이 특별치 않으니 남보다 2,3배 노력하는 것으론 어림 없고, 10배는 노력해야 길이 보일 것같아 이 길을 택했다"며 고된 작업을 반평생이나 이어왔다.

더할 나위 없이 섬세하고 단아하게 표현된 보리밭 풍경은 보는 이를 압도하며 특별한 미감을 선사한다. 어떤 이들은 강인한 생명력을 읽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우리 민족의 한과 정서를 읽어내기도 한다. 이숙자는 싱그러움으로 가득찬 청맥, 추수기에 황금빛으로 일렁이는 황맥에 이어 최근에는 보리밭의 사계절을 한 화폭에 어우러지게도 하고, 올오버적 기법으로 단색화 기조를 연출하기도 한다. 같은 보리밭 그림이지만 매 작품마다 저마다의 변화와 모색의 단초가 깃들어 있는 셈이다. 작가는 보리밭 그림은 소품보다는 되도록 50~ 100호 이상을 고집해왔다. 이로써 이숙자는 '보리 화가'로 국내외에서 명성을 확실히 다졌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 이숙자, '이브-봄의 환상', 130x162cm. 순지5배접에 암채, 2013. [사진=선화랑] 2022.10.24 art29@newspim.com

뒤를 이어 탄생한 것이 보리밭에 여성누드를 등장시킨 '이브의 보리밭' 연작이다. 1988년 처음 선보인 이 시리즈는 발표당시나 지금이나 충격적이다. 보리밭을 배경으로 나신이 등장하는다는 설정 자체가 파격적인 데다, 기묘한 판타지를 전해주기 때문이다. 물론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그림 속 여성은 원죄 이전의 순수하고 이상적인 존재다. 경이로운 자연과 마찬가지로 여성 또한 생명의 근원이라는 것이 작가의 신념이다.

이브를 더없이 사실적인 누드로, 몸의 모든 터럭까지 낱낱이 그린 것에 대해 작가는 "발가벗은 여성의 몸도 사람 얼굴 보듯 낯익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여성인권에 대해 불평등했던 사회에 대한 저항감이 내 의식 속에 있었던 듯하다"고 말했다. 

2000년대초 이숙자는 보리밭 그림을 접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왜 보리밭만 그리느냐, 자기복제 아니냐는 지적이 싫었던 것이다. 물론 그는 민예품, 인물상, 소그림, 한글, 백두산 천지 등 작업의 범위를 끝없이 넓혀왔지만 여전히 그에게 따라붙는 타이틀은 '보리 화가'였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보리밭이나 보고, 보리 그림을 접자는 생각에 찾은 보리밭에서 이숙자는 너무나도 탐스럽고, 너무나도 잘 생긴 보리들에 다시금 홀리고 말았다. 그리곤 보리는 힘들어도 평생을 그려야 하는 대상임을 깨달았다.

작가는 "보리 수염이 아무리 많아도 내겐 자식들처럼 죄다 알아볼 수 있다"고 했다. 어떤 것은 너무 강하게 물감이 묻었구나, 이 녀석은 휘었고, 요 녀석은 너무 튀는구나 하며 손을 보고, 또 본다. 주위에선 '다 된 것 같은 데 왜 붙잡고 있느냐?'고 의아해 하지만 그의 눈에는 미진한 구석이 많다. 이렇다 보니 보리밭 그림은 엄청난 시간과 공력을 요하며 작가를 탈진하게 만든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이숙자 '황맥 벌판'. 182x227cm. 순지 5배접에 암채. 2021. [사진=선화랑] 2022.10.24 art29@newspim.com

결국 보리밭 그림은 이숙자에게 이제 숙명이자 혼불이 됐다. 사람의 혼을 이루고 있다는 그 푸른빛 혼불처럼 작가는 1977년부터 신들린 듯 보리밭을 그려왔다. 1980년대말부터는 보리밭에 누드를 등장시키며 파격을 시도했고, 보리밭에 황소를 대입시키기도 했다. 또 이름 모를 풀벌레, 나비, 달개비, 망초꽃 같은 들꽃이 곁들여지고, 때로는 훈민정음같은 한국적 기호와 만나면서 우리의 역사와 오늘의 삶이 교차되기도 했다.

청맥, 황맥, 백맥, 보리밭의 사계 등으로 이어지는 이숙자의 보리 그림은 시간의 변화, 계절의 정취, 나아가 현실 저 너머의 초현실적 이상향을 감상자 앞에 넘실넘실 펼쳐보인다. 이를 통해 작가는 한국 채색화의 범위를 확장시켰다. 끝없이 펼쳐진 보리밭은 강인한 생명력과 함께 우리 민족의 한과 정서를 오롯이 드러낸다.

이숙자는 2000년대 들어서는 군우, 백두산 등 민족혼을 드러내는 초대형 작업에도 도전했다. 이 일련의 작업과정에서 이숙자는 까다롭고 끈기를 요하는 재료인 암채만을 고집하며 작품을 완성했다. 또 세밀하고도 오묘한 채색기법을 구사하며 한국적 채색화의 변화를 견인해왔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가로 9m가 넘는 이숙자의 백두산 작품 '백두성산'. 2000, 2014_2016. 2000년에 또다른 백두산 그림과 함께 그리기 시작했다가 접어둔 것을 작가는 국립현대미술관 회고전을 위해 2014년 다시 작업을 개시해 2016년 마침내 완성했다. 순지 5배접,암채.[사진=선화랑] 2022.10.24 art29@newspim.com

이번 전시는 이숙자의 1980년대 작품부터 2022년 최근작까지 작가의 화업 반세기를 두루 살펴볼 수 있는 기획전이다. 대표작들이 전시장을 채우고 있는데 제 1전시실에는 가로 9m가 넘는 초대형 백두산 이미지를 담은 '백두성산'이 가장 먼저 관람객을 맞는다. 흰 눈을 품은 웅혼한 백두산의 위용과 푸른 천지, 그리고 해와 달이 함께 하는 이 작품은 작가의 모든 것이 고스란히 담긴 역작 중의 역작이다. 현대회화에 숭고미라는 것이 있다면 바로 이 '백두성산'이 그 예라 할 것이다.

제 2전시실은 작가의 아이코닉한 연작인 '보리밭'과 추상성을 드러내는 대형 작품 '군우-얼룩소' 등으로 구성됐고, 3전시실은 '한국적인 정체성과 미'를 주제로 한 작품과 당당한 에너지와 생명성 넘치는 여성상을 담은 '이브' 시리즈가 걸렸다. 따라서 이번 전시는 80이라는 나이에도 '현역'을 자부하며 작업에 올인해온 이숙자의 집념과 궤적을 쫓으며, 한국적 정서를 담은 채색화의 다채로운 세계도 음미해볼 수 있는 자리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이숙자 '군우- 얼룩소'. 1987, 1986-2016. 얼룩소를 1,2,3,4 네 폭의 회화로 연결해 제작한 가로 7.3m의 대작이다. 사진은 4폭의 그림 중 2016년에 마지막으로 완성한 3,4 두 폭 부분이다. 이숙자는 젖소 무리를 대담하면서도 매우 사실적으로 그렸으나, 전체적으로는 강한 추상성을 전달하며 미묘하면서도 역동적인, 독특한 회화를 완성했다. 현대 한국화의 가능성과 다양성을 잘 보여주는 '뜻밖의 작품'이다. 2022.10.24 art29@newspim.com

이숙자는 "그림 그린지 반세기가 넘는다. 건강에 문제가 없는 건 아니나 여전히 작업할 수 있어 감사한다"며 "이제는 가시적인 성취 보다는 죽은 후에도 내 그림을 기억하고 좋아해주는 이들이 있었으면 하는 게 소망이다"라고 밝혔다. 이번 개인전을 위해 새롭게 완성한 150호 크기의 '청보리 벌판' 앞에서 날렵한 자태로 꿈과 소망을 이야기하는 작가의 눈에서 '반짝'하고 광채가 감돈다. 45년 전 싱그럽게 넘실대던 청보리밭에 매혹당했던 눈빛이 바로 이 눈빛이 아닐까.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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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해군 2030~2040년 '건함계획' 발표 [서울=뉴스핌] 오동룡 군사방산전문기자= 해군이 2030년대부터 2040년까지 한국형 이지스함(KDDX)을 3차까지 진행해 총 18척을 확보하고, 장보고IV 사업을 새로 시작하고, 해상초계기를 추가로 도입하기로 하는 등 새로운 '건함계획'과 '해상초계 전력 계획'을 마련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군의 이 같은 움직임은 북한이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에서 각종 전술핵 탑재 무기와 신형 전략무기 체계를 대거 공개하며 대남 위협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는 데 따른 대응 차원으로 풀이된다. 특히 북한의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초음속 순항미사일 2종, 그리고 5000톤급 신형 구축함 최현함의 장거리 타격 능력 강화 정황이 확인되면서, 우리 군의 대응체계와 방어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한화오션이 서울ADEX에 선보인 한국형 이지스함(KDDX) 모형. [사진=디펜스타임스 제공] 2025.10.20 gomsi@newspim.com ◆한국형 차기 이지스 구축함(KDDX) 12척 추가 건조 = 해군은 최우선으로 만재배수량 8000톤급 한국형 차기 이지스 구축함(KDDX) 추가 전력 확보에 나서기로 했다. 해군은 세종대왕급(세종대왕함, 율곡이이함, 서애류성룡함) 구축함, 정조대왕급(정조대왕함, 다산정약용함, 3번함 건조 중) 구축함 등 이지스 구축함 6척 확보와 함께 KDDX를 최대 18척까지 보유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KDDX 사업은 배 선체부터 전투 체계, 레이더 등 무장을 국내 기술로 만드는 국산 구축함 사업이다. 미니 이지스함 6척을 건조한다. 신형 군함을 도입하는 7조8000억 원 규모의 KDDX 사업은 방위사업청이 우왕좌왕 하는 사이 진전되지 않고 있음에도, 해군이 KDDX Batch-Ⅱ, KDDXⅡ 사업을 만들어 국산 이지스함을 추가로 확보하려는 계획을 세운 것은 한미 간 '기술 이전 문제' 때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이 19일 해군본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해군은 지난해 6월 미 해군 측에 서한을 보내 "북한 위협 대응을 위해 정조대왕급 이지스함과 SM-3/6 함대공미사일 확보 등을 추진 중이지만, 이지스함 전투력을 크게 높이는 협동교전능력(CEC) 미탑재로 초수평선, 장거리 대공표적 대응 능력이 제한되고 있다"며 대한(對韓) 수출을 요청했다. CEC는 지구의 곡면 특성을 감안, 여러 함선과 항공기에서 레이더 등으로 추적·확보된 표적정보를 고용량 네트워크를 통해 실시간 융합·분배해서 공통 표적을 산출, 원격교전을 치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체계다. 이에 대해 미 해군은 같은 해 8월 답신에서 "미 정부의 수출통제 및 기술이전 정책은 한국에 대한 CEC 수출을 지원하지 않는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미 해군은 거부의 이유로 밝힌 '수출통제 및 기술이전 정책'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 호주는 2018년 호바트(Hobart)급 방공구축함, 일본은 2020년 8번째 이지스함이자 아타고급의 개량형인 마야급 이지스함에 CEC를 탑재하도록 허용했지만, 한국에는 CEC를 판매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명백하게 밝힌 것이다. 호주·일본에는 CEC를 제공한 미국이 같은 동맹국인 한국에는 수출하지 않으려는 '이중적 태도'에 실망한 해군이 이지스함 기술 국산화를 표방하는 KDDX 추가 건조로 방향을 틀었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판매 거부에 따라 해군은 2030년대 중·후반까지 미국 CEC와 유사한 '한국형 해상통합방공체계'를 구축하는 것으로 선회했다. 이를 위해 국방과학연구소(ADD) 주도로 관련 핵심기술 개발을 추진할 예정이다. ADD가 개발하는 한국형 해상통합방공체계는 이지스 구축함, 해상초계기, 항공모함 등 해군 전력과의 연동, 그리고 장거리 미사일 요격체계(L-SAM) 등 첨단 무기체계에 적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미국산 전투체계를 쓰는 세종대왕급·정조대왕급 이지스함에선 한·미 간 체계 연동 및 통합 여부 등이 불확실해 원활한 운용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따라서 해군은 정조대왕급 이지스함 추가 건조보다는 KDDX 추가건조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KDDX 사업은 총 개념설계→기본설계→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후속함 건조 순으로 이뤄진다. 개념설계는 2012년 당시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수주했고, 기본설계는 2020년 현대중공업(현 HD현대중공업)이 따냈다. 현재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에 착수해야 하지만, 사업자 선정을 두고 양 업체 간 갈등이 심해지며 연기됐다. HD현대중공업은 기존 관례대로 기본설계를 주도한 업체가 수의계약을 맺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이 보안 벌점을 받은 점을 거론하며 '경쟁입찰'로 사업자를 선정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와 현대가 서로 한 치의 양보 없이 다투고 있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다"면서 "KDDX 사업에서 한화와 현대의 대결은 '6척 싸움'이 아니라 '18척 싸움'이기 때문에 한 치의 양보 없는 대결 양상으로 치닫는 것 같다"고 했다. 해군은 현재 추진 중인 KDDX 6척 건조 사업이 출발하고, 차기호위함(FFX) Batch-IV 사업이 끝나는 즉시 곧바로 개량형이라 할 수 있는 KDDX Batch-II 사업을 실행한다는 계획이다. 최종적으로 새로운 개념을 적용한 KDDX-II 사업을 2035년 이후에 도입하기로 했다.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해 지난해 말 해군에 인도한 차세대 호위함(울산급 Batch-Ⅲ) 선도함 '충남함' [사진=HD현대중공업] 2025.10.20 gomsi@newspim.com ◆차기호위함(FFX) 사업 종료 후 차기호위함(FFX)-II 사업 = 한편, 해군은 기존 차기호위함(FFX) Batch-I/II/III/IV 사업을 완료한 후, 차기호위함(FFX)-II를 계획하고 있다. 해군은 FFX-II 사업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이지만, 건조시기와 구체적 제원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있다. 현재 해군은 차기 호위함(FFX) 사업으로 총 26척의 호위함(FFG)을 전력화 한다. FFX Batch-I 사업으로 인천급 호위함 6척, FFX Batch-II 사업으로 대구급 호위함 8척을 건조했고, FFX Batch-III 사업으로 충남급 호위함 6척을 건조하고 있다. 해군은 현재 차기 호위함(FFX) Batch-IV 사업으로 2023년부터 2032년까지 약 3조2500억 원을 투입, 총 6척을 건조하는 'FFX Batch-IV'(울산급 Batch-IV) 사업을 진행 중이다. 2029~2030년경 6척의 함정 모두가 해군에 인도될 예정이다. FFX 사업이 완료되면 광개토대왕급 구축함까지 모든 해역함대의 노후화된 중·대형 함정이 교체가 완료된다. ◆AI 기반의 연안초계함(OPV) 사업을 진행 = 또한 1000t급 연안초계함(OPV) 사업을 진행해, 미사일 고속함 PK-A/고속함 PK-B로 대표되는 고속함들을 보완할 계획이다. 연안초계함(OPV)은 인력 절감과 효율성을 위해 AI(인공지능) 기반의 자동화·무인화 기술이 적용된 미래형 함정이다. 1500~2200톤급으로, 기존 초계함보다 거주성 등이 향상시켜 연안 및 해상 경비, 해양 안전, 어업 지도, 해양 오염 감시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도록 설계된다. 2020년 11월 10일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진수한 중형급 잠수함 2번함 '안무함(KSS-Ⅲ, 3000톤급)'. 안무함은 2018년 9월 진수한 도산안창호함에 이은 장보고-Ⅲ급 두 번째 잠수함이다. 해군이 건조하는 '장보고Ⅳ' 잠수함도 같은 체급의 형상이다. [사진=대우조선해양] 2025.10.20 gomsi@newspim.com ◆장보고IV 사업 추진에 이어 2040년경 원잠 추진 = 한편, 해군의 수중전력인 잠수함 전력증강 계획에 대해 살펴보자. 해군은 2035년 이후 현재 장보고III Batch-I/II/III를 끝내고, '장보고IV 사업'으로 넘어간다. 최종 결론이 나오기 전이지만, 해군이 밝힌 장보고IV 사업은 그동안 2000톤급 잠수함으로 알려졌으나, 해군이 이번에 밝힌 방향은 3000톤급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장보고IV 사업 이후인 2040년 무렵, 해군은 차세대 잠수함을 건조할 계획으로, 원자력 추진 기관을 탑재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P-8A 포세이돈 후속으로 한국형 해상초계기 개발 계획 = 해군은 현재 P-3C/CK와 15대와 P-8 포세이돈 6대 등 21대의 해상초계기를 보유, 휴전선 길이의 9.5배, 남한 넓이의 3.3배에 이르는 30만㎢의 작전해역에 대한 상시감시와 주요 해상교통로를 보호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해군항공사령부 전력은 현재 P-8A 포세이돈 6대를 주력으로 2030년대를 맞이한다. 하지만 해군은 이번에 기존 P-3C/CK 대체용으로 한국형 해상초계기 사업을 추진할 계획임을 분명히 했다. 지난 5월 29일 경북 포항기지에서 발생한 P-3CK 해상초계기 추락사고는 1968년산으로, 무려 57년을 운용한 노후 항공기의 위험성을 해군에 각인시켰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서울ADEX에서 선보인 한국형 해상초계기 모형. KAI는 2017년 스웨덴 사브가 제시한 '소드피시형'의 국내 개발 해상초계기를 제시하고 있다. [사진=디펜스타임스 제공] 2025.10.20 gomsi@newspim.com 해군 관계자는 "해군은 현재의 P-3CK 기종을 2030년까지 운용하고, 그 이후에 최신예 한국형 해상초계기를 도입을 개획하고 있다"면서 "사고가 난 초계기와 동형인 나머지 P-3CK 7대의 조종사 안전, 그리고 대잠전력의 공백을 막기 위해 한국형 해상초계기 도입사업을 앞당겨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만 2025년 10월 기준, 해군은 해상초계기를 해외 직도입으로 할지, 국내개발로 할지, 획득방법을 결정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1/4 분기에 획득방법을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는 2017년 스웨덴 사브가 제시한 소드피시형의 국내 개발 해상초계기를 제시하고 있다"면서 "KAI가 기존의 에어버스 A320 여객기를 개조하는 개발 계획에서 한 발짝 물러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향후 해상초계기 추가 소요는 운용인력을 감안해 11대로 알려졌다. gomsi@newspim.com 2025-10-20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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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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