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배달기사들,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 접수
[서울=뉴스핌] 김경민 기자 = #1. 서울 마포구 소재 한 아파트 내에선 음식 배달기사가 헬멧을 벗도록 하고 있다. 보안 정책이라는 이유에서다. 배달기사 A씨는 "헬멧을 벗지 않으면 경비원이 진입을 막아 올라갈 수도 없다"며 "한 여름에 헬멧을 벗고 엉망이 된 머리로 엘리베이터에 많은 사람과 함께 타고 올라가며 수치심을 느꼈다. 특히 나를 위험한 존재로 규정하는 것 같아 황당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2. 서울 서초구에 있는 아파트에선 냄새가 난다며 음식 배달기사는 화물용 엘리베이터만 이용 할 수 있게 했다. 배달기사 B씨는 "음식 냄새도 냄새지만, 입주자랑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는 게 싫은 것 같다"며 "명백한 차별행위"라고 지적했다.
음식 배달기사들이 인권 보장을 요구하고 나섰다. 일부 아파트와 빌딩에서 헬멧을 벗게 하거나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탑승하게 하고, 신분증 보관까지 요구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다. 배달기사들은 차별행위를 중단하라며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진정도 제기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일대에서 배달 오토바이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정부가 30일(오늘)부터 내달 6일까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시행함에 따라 수도권 일반음식점, 휴게음식점, 제과점은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포장·배달 주문만 가능하도록 영업이 제한되고 프랜차이즈형 커피전문점은 영업시간과 관계없이 포장·배달 주문만 가능하게 된다. 2020.08.30 dlsgur9757@newspim.com |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은 2일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배달 라이더에 대한 반인권적인 시선을 바로잡기 위해 진정서를 제출한다"며 "인권위 차원에서 배달 노동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아파트와 빌딩의 관리 규정과 인권침해 실태를 철저히 조사하고 배달 노동자의 인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개선안을 내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서비스연맹은 "음식 배달을 전업으로 하는 배달 라이더가 13만명을 넘어섰고 쿠팡이츠, 배민커넥터 등의 노동 형태에 등록된 인원은 25만명이 넘어섰다"며 "배달 노동은 코로나 시기 사람들의 언택트 생활을 보장하고 바쁜 일상을 메우고 있지만 배달 라이더의 노동권은 고사하고 기본적인 인권마저 보장받지 못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조합원들의 인권 침해 사례를 수집한 바에 따르면 일부 아파트와 빌딩에서는 배달 라이더를 잠재적 범죄자로 규정하고 출입시 헬멧을 벗을 것을 강요하고 있고, 심지어 패딩을 벗개 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왜 그래야 하냐'는 배달 라이더의 질문에 '패딩 안에 흉기를 숨길 수도 있다'는 등의 황당한 답변을 들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더욱 분노하는 것은 이런 노동권, 인권의 침해가 고급아파트, 고급빌딩에서 더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배달라이더를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고, 하찮은 노동으로 취급하는 이런 사회적 편견은 높이 솟은 아파트와 빌딩이 만들어낸 현대판 신분제도인 셈"이라고 덧붙였다.
서비스연맹은 향후 배달기사의 인권을 침해하는 아파트·빌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서명 운동을 진행하고 제보센터도 운영할 방침이다. 또 직접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 배달 플랫폼 회사에 대화를 제안하고 해당 아파트·빌딩에 해결 촉구 활동도 병행할 예정이다.
km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