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뉴스핌] 오영균 기자 = 공상과학소설에서나 볼 수 있던 스마트폰으로 뇌 신경회로를 무선 제어하는 기술이 나온다.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정재웅 교수와 미국 워싱턴대 마이클 브루카스(Michael Bruchas) 교수 공동 연구팀이 스마트폰 앱 조작을 통해 약물과 빛을 뇌 특정 부위에 전달, 신경회로를 정교하게 조절할 수 있는 뇌 이식용 무선기기를 개발했다.

이번 기술 개발로 장기간의 동물 실험이 필요한 신약 개발뿐 아니라 치매, 파킨슨병 등 뇌 질환 치료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라자 콰지(Raza Qazi, 1저자), 김충연, 변상혁 연구원이 개발하고 워싱턴대 신경과학 연구원들이 공동으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의공학 분야 국제 학술지 ‘네이처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Nature Biomedical Engineering)’ 8월 6일 자에 게재됐다.

광유전학과 신경약물학은 주변 신경회로에 영향을 주지 않고 목표로 하는 뉴런이나 신경회로만을 빛 또는 약물, 혹은 그 둘의 조합을 이용해 정교하게 제어할 수 있어 최근 뇌 연구 및 뇌 질병 치료 목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현재 뇌 연구에 일반적으로 쓰는 기기는 상대적으로 크기가 커 뇌 조직 손상, 정교한 선택적 신경회로 제어불가, 하나의 다기능성 프로브(probe) 형태로 구현이 어렵다.

또한 실리카(silica)와 금속 등 고강성 재료로 제작돼 부드러운 뇌 조직과의 기계 특성적 간극이 있는 등 염증반응을 악화시켜 장기간 이식용으로 적합하지 않다.

연구팀은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중합체(polymer) 미세유체관과 마이크로 LED를 결합, 머리카락 두께의 유연한 탐침을 만들고 이를 소형 블루투스 기반 제어 회로와 교체 가능한 약물 카트리지와 결합했다.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정재웅 교수와 미국 워싱턴대 마이클 브루카스(Michael Bruchas) 교수 공동 연구팀이 스마트폰앱을 이용한 마이크로 LED 컨트롤로 쥐의 행동을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사진=KAIST]

스마트폰 앱을 통해 무선으로 마이크로 LED와 약물 전달을 제어할 수 있는 무게 2g의 뇌 이식용 기기를 구현했다.

특히 약물 카트리지는 레고의 원리를 모사, 탐침 부분과 쉽게 조립 및 분리할 수 있도록 제작해 필요할 때마다 새로운 약물 카트리지를 결합함으로써 원하는 약물을 장기간에 걸쳐 뇌의 특정 부위에 반복 전달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연구팀은 이 기기를 쥐의 뇌 보상회로에 이식한 후 도파민 활성 약물과 억제 약물이 든 카트리지를 기기와 결합한 뒤 간단한 스마트폰 앱 제어와 도파민 활성 약물을 이용해 원하는 타이밍에 자유롭게 움직이는 쥐의 행동을 증가, 억제하는 데 성공했다.

쥐가 특정 장소로 이동했을 때 마이크로 LED를 켜 빛 자극을 통해 쥐가 그 장소에 계속 머물고 싶게 만들었다. 반대로 약물 전달을 통해 뇌 신경회로를 제어함으로써 쥐의 특정 장소 선호도를 없애는 데도 성공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인체에 적용하기 위해 두개골 내에 완전히 이식할 수 있고 반영구적 사용이 가능한 형태로 디자인을 발전시키는 확장연구를 계획 중이다.

정 교수는 “빛과 약물을 이용한 신경회로 제어는 기존의 전기자극 방법보다 훨씬 더 정교해 부작용 없는 뇌 제어가 가능하다”며 “개발된 기기는 간단한 스마트폰 조작으로 뇌의 특정 회로를 빛과 약물을 이용해 반복적, 장기적으로 무선 제어가 가능해 뇌 기능을 밝혀내기 위한 연구나 향후 뇌 질환의 치료에도 유용하게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gyun5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