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 권한 모호하고 인력 부족 등 문제로 단속 어려움
전문가들 "창문 이용 광고 대피 걸림돌...제도 개선해야"
[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화재 발생 시 중요한 대피 창구인 건물 창문에 광고지 등을 붙이고 현수막을 설치하는 불법 광고물이 단속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고층 건물에서 대형 화재 사고가 매년 끊이지 않는 만큼 관련 제도를 개선하고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특별시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조례'에 의거해 4층 건물 이상 유리벽 안쪽, 창문, 출입문에 천·종이·비닐 등을 이용한 광고를 할 수 없다. 건물 3층 이하의 유리벽에만 광고를 표시할 수 있으며 크기는 가로 또는 세로의 한 폭이 30cm 이하일 때만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수막 광고 역시 '창문을 막아서는 아니 된다'고 적시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내 번화가는 물론 일반 주거지역 건물 등에서도 이러한 불법 광고를 하지 않은 곳을 찾아보기 힘들 지경이다. 창문 전체에 시트지 등이 붙어 대형 광고판 같은 모습이었고 창문을 가린 현수막은 창문의 존재 여부까지 의심케 했다.
시민 A씨(26)는 "건물마다 저런 광고들이 다 있어서 불법인 줄 전혀 몰랐다"면서 "비상 시 성인이 아닌 어린 아이들은 창문이 막혀있으면 더욱 위험할 것 같다"고 말했다.
건물의 창문은 화재 발생 시 주요 대피 창구 역할을 한다. 화재가 발생해 건물 진입이 어려울 경우 소방대원들은 외부에서 창문을 부수고 내부로 진입해 인명 구조에 나선다.
창문에 광고용지가 붙어 있을 경우 진입에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고 내부에서도 창문을 깨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현수막 역시 소방대원의 진입을 막을뿐더러 유독가스의 환기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창문을 직·간접적으로 이용한 광고를 적극적으로 근절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지만 서울시 등 일선 지자체에서는 제도상의 문제와 현실적인 제약으로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선 창문에 광고지를 부착하는 광고는 법적으로 단속할 근거가 없어 각 지자체에서는 조례를 제정해 자체적인 계도 수준의 단속만 가능하다.
제대로 된 단속이나 처벌이 불가능한 구조다. 현행법에 따르면 각 지자체장들이 조례를 제정해 허가·신고된 광고물 종류에 대한 단속이 가능하도록 했다. 그러나 창문을 이용한 광고는 그 대상에서 빠져있다. 이에 따라 지자체에서 단속이 어렵고 조례에 따른 계도만 가능한 실정이다. 업주들이 자체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사실상 시정이 어려운 셈이다.
현수막 광고의 경우 법적으로 신고대상 광고물에 해당돼 창문을 가릴 경우 지자체에서 단속이 가능하다. 그러나 지자체 단속 인력이 부족하고 사유재산 문제까지 걸려있어 강제적인 단속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 서울시의 설명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창문에 부착하는 광고는 서울시 자체적으로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법제처에 문의했지만 불가하다는 유권해석을 받아 사실상 시정 노력을 거의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창문을 막는 현수막 광고도 서울시와 각 자치구에서 단속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고층 건물 화재는 대형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큰 만큼 관련 법 제도의 개선을 촉구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화재 발생 시 복도 계단을 통해 대피해야 하지만 그게 불가능할 때는 베란다 쪽에서 구조를 기다려야 한다"면서 "창문이 광고 수단 등으로 막혀있는 것은 피난 통로가 막혀버리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박재성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소방대원들이 구조 활동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화재 시 진입할 수 있는 별도의 창문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법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iamky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