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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 컨설턴트] "고객은 일단 부자가 되길 원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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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경제교육으로 시작해 재무설계까지
‘세상의 성숙에 기여한다’ 바른 재무상담 지향

[뉴스핌=김은빈 기자] 외환위기의 충격으로 뒤덮인 1998년 울산. 수많은 노동자가 해고 통보를 받았다. 길거리로 내몰린 노동자 중엔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라의형 포도재무설계 대표 <사진=포도재무설계>

라의형(53) 포도재무관리 대표는 당시 울산에서 그 현실을 목도했다. 그 역시 현대자동차에서 노동운동을 하다가 해고된 노동자였다.

“아는 사람이 자살했다는 소식에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돈 문제라는 게 무섭더라고요. 그때까지만 해도 대부분이 월급 받으면 쓰기에만 바빴지 저축은 잘 안 했거든요.”

그는 민주노총 울산지부를 찾았다. 투쟁도 중요하지만 노동자가 돈에 대해 자주적인 관점을 갖지 못하면 사용자에게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고 설득했다. 그해 노동자에게 금융교육을 하는 '포도나무'란 기업을 만들었다.

◆ 노동자 금융교육에서 재무설계로…‘바름’을 지향하다

보험과 우연히 연을 맺었다. 정리해고 노동자를 위한 재정사업으로 자동차보험을 팔게 됐다. 2000년에 사명을 '포도에셋'으로 바꿨다. 라 대표는 당시 자동차보험 시장 상황에 깜짝 놀랐다.

“사고 판정이 나도 보험사가 줘야 할 보험금을 제대로 주지 않았어요. '소송 걸려면 걸어라'는 식이었죠. 그래서 변호사를 섭외해 비슷한 사건마다 소송을 걸었습니다. 그러자 겨우 항복하더군요.”

장기보험 판매도 시작했다. 그는 용접공과 오토바이 운전자도 가입할 수 있는 보험을 고안해 입찰에 부쳤다. 당시 보험사들은 이들 직업군의 계약 인수를 허용하지 않았다. “울산 노동자들은 오토바이로 출퇴근하거든요. 사고율도 높지 않아요.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거기서 그치지 않고 당시엔 생소하던 소멸성 보험상품도 만들었다. 소멸성 보험이 노동자에게 유리하다는 판단이었다. “판매는 저조했습니다. 다들 '지금 갖고 있는 보험으로도 골치 아프다’고 했어요. 그렇다면 복잡한 보험을 정리해줘야겠다고 생각했죠. 흔히 말하는 보험 리모델링을 했습니다.”

상담 수요는 폭발적이었고, 상담 내용은 어느새 보험뿐만 아니라 투자, 부동산을 망라하는 ‘재무설계’가 됐다. 2002년에 현재의 사명인 '포도재무설계'로 바꿨다. 아울러 부산, 전주, 대전지점을 개설하는 한편 FP협회의 권유를 받아 서울로 진출했다. 재무진단 프로그램도 개발했다. 그 결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엔 보건복지부 산하 '사회서비스 선도기업'으로 선정됐다. 규모는 작지만 상담능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 “앞으로 20년, 고객들을 ‘부자’로 만들어 보일 겁니다”

남다른 행동력의 비결을 묻자 그는 “구조적 모순을 보면 그걸 개선하고 싶다”고 말한다. 이런 그의 가치관은 포도에도 영향을 미쳤다. 포도재무설계의 사훈은 '사회의 성숙에 기여하는 구성원으로, 재무설계로 개인의 행복과 가정의 안정, 사회의 풍요를 지킨다'이다. 바른 재무설계를 지향한다는 다짐이 녹아 있다.

한국 'GA 1세대'로 평가받는 포도재무설계가 현재도 명맥을 튼튼히 유지하고 있는 건 그 때문이다. 가치관을 지키다 보니 수익도 따라왔다. 아산병원, 현대자동차 등 많은 기업이 포도의 가치관을 높게 평가해 상담고객을 보냈다. 상담료로 수익이 나기 어려운 한국에서 유료상담 원칙을 고수할 수 있었던 이유다.

하지만 최근 4년은 포도에게 위기였다. GA업계에 '규모의 경제' 원리가 작용하면서 규모가 작은 포도는 어려워진 것. 180명이던 설계사는 절반으로 줄었다.

“피터 드러커를 읽으며 기본부터 다시 고민했습니다. 그 결과 우리가 ‘바른 길’을 걷긴 했지만 시대의 흐름을 간과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고객들은 일단 부자가 되길 원했거든요."

라 대표는 고객들이 원하는 '부자'를 ‘큰 빚 안 지고 많이 웃으며 사는 사람’으로 재정의했다. "그러기 위해 '고객의 자산을 잘 모으고, 잘 불리고, 잘 지키는' 재무설계를 할 겁니다. 여기에 맞춰 상담 로직도 바꿨습니다. 이제부턴 진검승부예요."

최근 포도는 P2P 회사를 만들었다. 고객들의 자산운용을 위해 만든 회사로, 세후 5~6%의 수익을 내는 게 목표다.

‘희망을 만드는 사람들’이란 대부업체도 세웠다. 부채문제 해결을 위해선 빚을 지게 된 이유를 해결하는 게 급선무라는 생각에서다. 고객들에게 재무상담을 병행한다. 주고객은 담보는 있지만 신용등급은 낮은 이들이다. 대손율은 3~4% 수준에 불과하다.

라 대표는 회사채 펀드를 만들어 자산운용에 활용할 생각이다. 이런 철학을 인정받아 '희망을 만드는 사람들'은 '비콥(B-COP) 인증'도 받았다. 비콥 인증은 사회결핍 문제 해소에 기여하는 기업에만 주어지는 국제적인 인증이다.

라 대표는 지금의 포도를 움직이는 건 고객이라고 말한다. “저희의 지향점은 고객입니다. 앞으로 20년, 고객을 부자로 만들어 보이겠습니다."

 

[뉴스핌Newspim] 김은빈 기자 (kebju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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