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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톡]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 박정복 "연극은 제 고향…좋은 배우란 뭘까요?"

기사입력 : 2017년09월29일 16:00

최종수정 : 2017년09월29일 16:33

[뉴스핌=황수정 기자] "저는 지금 사춘기에요. 질풍노도의 시기."

배우 박정복(35)은 발로쟈가 아니라 엘레나 선생님이었다. 연기를 위해서라면, 연극을 위해서라면 한없이 고민하고 괴로워하지만 타협은 없는, 지금도 머리 속에 연극 생각만 가득한 그런 사람이었다.

연극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에 출연 중인 배우 박정복과 28일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작품은 신념을 지키려는 선생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악마와도 손잡을 수 있다고 말하는 학생들의 대립을 그렸다. 박정복은 엘리트지만 폭력성을 가지고 있는 학생 발로쟈 역으로 열연한다.

"대본을 받았을 때 고민을 많이 했어요. 도전하고 싶은 인물이긴 한데 용서를 받기는 쉽지 않겠더라고요. 이걸 했을 때 나에 대한 평가는 어떨 지 겁이 나기도 했고요. 그치만 인물이 무서웠던 거지 작품은 너무 좋았으니까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죠. 원작이 나온지 약 40년이 지났는데 지금 사회는 그대로에요. 여전히 정의로운 사람들이 짓밟히는 사회, 이 시대에 적합한 공연이라고 생각했어요."

성적 향상을 위해 금고 열쇠를 받으려는 다른 학생들과 달리, 발로쟈는 엘레나 선생님을 굴복시키기 위해 열쇠를 뺏으려 한다. 그에게 열쇠 뺏기란 일종의 게임으로, 자신이 친구들뿐만 아니라 선생님도 컨트롤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성폭행처럼 극단적인 행동까지 하는 인물. 박정복은 "관객을 흔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발로쟈는 정상적인 인물로 보긴 어려워요. 하지만 현재 사회를 보면 발로쟈처럼 사는 사람이 오히려 더 잘 살잖아요. 발로쟈의 궤변을 듣고 있다보면 어느 순간 이해가 되기도 하죠. 악역이긴 하지만 관객들이 흔들리고 설득되게 만들고 싶었어요. 선생님 역할을 했던 (우)미화 누나와 감정싸움이 아닌 논리싸움을 해야 한다고 계속 얘기했어요. 마지막에 성폭행을 하는 장면을 통해 발로쟈의 나이를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어른스럽지만 사실은 고등학생이라는 것. 끝까지 이성적이지 못하고 감정적으로 폭발하는 것. 최대한 여배우를 존중하려고 했고, 함께 얘기를 하며 합을 맞췄죠. 불편하지만 필요한 장면이었어요."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은 2면 무대인데다 배우들이 등장하면 작품이 끝날 때까지 무대에서 퇴장하지 않는다. 암전도 중간에 딱 한 번 있을 뿐이다. 배우들의 부담은 더욱 가중되지만, 관객들의 몰입도는 오히려 더 높아진다.

"2면 무대는 숨을 곳이 없어요. 시선도, 행동도 모두 관객들에게 노출돼 있죠. 연기를 더 많이 보여줘야 하고, 더 많이 움직여야 하고, 하지만 너무 쓸데없이 움직이면 안되고. 그런게 너무 어려웠죠. 스포트라이트를 안 받을 때는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최소한의 동작과 표정으로 연기를 해요. 그래도 무대 위에 있으면 재밌어요. 신선하기도 하고.(웃음)"

박정복이 연극배우를 꿈꾸기 시작한 건 고등학교 3학년 때. 방송부였던 박정복은 자체적으로 단편 영화를 만들고 연기도 하면서 본격적으로 연기를 배우고 싶다고 생각했다. 당시 연기 선생님은 배우 손병호로, 그는 "제 연기의 대부분은 선생님께 받은 것"이라며 여전한 존경심과 애정을 드러냈다.

"정말 운이 좋게 너무 좋은 선생님을 만나게 됐어요. 연기는 처음 배울 때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손병호 선생님께 배운 연기가 저의 근본이 됐죠. 선생님께서 해주셨던 얘기는 아직까지 새기고 있고, 연극을 사랑하는 마음도 배웠어요. 그냥 여기에 계신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항상 든든하고 감사해요. 언젠가 선생님과 함께 무대에 서는게 꿈인데, 아직까진 못 만났어요. 선생님께서 '각자 최선을 다하고 있으면 언젠가 함께 무대에 설 것'이라고 말씀해 주셨는데, 그때가 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그는 2013년 연극 무대에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 전에는 공연보다는 단편영화, 저예산영화에서 활동했다. 당시에 대해 박정복은 "공연할 때 막연하게 인지도가 있어야 좋은 작품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며 "연기를 그만두려고 생각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2013년 뮤지컬 '고스트'를 통해 다시 연기를 하기로 마음 먹었고, 이후 '레드' '올드위키드송' '헨리4세' 등 떠오르는 신예로 주목받았다. 이때 박정복은 5년간 연극에만 집중하겠다고 결심했다.

"저는 운이 좋았어요. 저보다 더 잘하는 사람, 더 열심히 하는 사람도 많은데 제가 갑자기 주목받은게 미안하기도 했죠. 그래서 입 다물고 5년만 열심히 하자. 그럼 연극을 좀 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제게 기회가 주어진 것을 감사하며 한 작품, 한 작품 최선을 다하는게 목표였어요. 공연을 하는 건 정말 행복하고 소중하죠."

연극의 특성상 공연과 타 작품의 연습이 겹치는 경우가 부지기수. 그럼에도 박정복은 겹치기 출연을 자제했다. 그는 "하나에 집중하지 못하니 스트레스가 되더라"고 말했다. 그가 드라마나 영화에 출연하지 않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한 작품에 최선을 다해 올인을 하고 싶은데, 겹치기를 하면 몸이 힘들고 집중력이 떨어지고 마음대로 안 되더라고요. 행복하고 싶어서 연기를 하는 건데 스트레스가 되니까 힘들더라고요. 사실 여러 작품을 병행할 순 있어요. 그런데 그만큼 연습도 덜하고, 제가 무너지는 것 같고, 타협을 하게 되니 스스로 무서워지더라고요. 처음이 어려운 거지 계속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박정복은 명확하게 '연극배우'로 불리길 원한다. 처음부터 연극 연기를 배웠고 연극을 고향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연극에만 집중하고 싶지만, 녹록치 않은게 현실. 공연계 자체가 어려워지고 대학로를 찾는 관객들이 줄어들면서 그 역시 고민이 많아졌다. 그는 스스로 "사춘기"라며 너스레를 떨었지만, 얼마나 연극을 사랑하는지 눈에 보였다.

"좋은 연기만 한다고 해서 배우의 몫이 끝나는지, 인지도를 높여서 관객들을 더 모으는 것도 배우의 역할인지,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생각이 많아요. 제 색깔과 가치관이 명확해야 하고, 연극만 해도 멋있는 배우가 되고 싶죠. 하지만 요즘에는 연극을 거쳐 영화, 드라마로 가고 싶어하는 배우들이 많아요. 또 수많은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가 생기면서 연극이 더 외면받고 있는 것 같고요. 연극이 가진 라이브성 외에 다른 승부수가 있어야 해요. 좋은 창작극도 많이 나와야 하고 아동극, 청소년극도 나와야 하고, 환경도 많이 개선되어야 하죠. 근본적인 원인을 찾고 바꿔나갈 수 있도록 모두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흔히 연극의 3요소는 '배우, 희곡, 관객'이라고 말한다. 박정복 역시 "연극에는 관객이 포함돼 있다"며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시너지가 크다"고 말한다. 그는 더 많은 대중에게 연극을 알리고 싶고,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을 통해 관객들에게 울림을 주고 싶어 한다. 스스로에게 타협이 없어 힘들지만, 그만큼 가치가 있는 일. 배우 박정복의 고집을 응원한다.

"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을 통해 나는 어떤 사람인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생각해본다면, 충분히 가치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저만 열심히 한다고 작품이 빛나는 것도 아니고, 공연만 잘 된다고 빛나는 것도 아니에요. 관객들이 많이 없으면 배우들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요. 관객들이 주는 에너지, 함께 호흡하는 시너지가 다 포함돼 있으니까요. 더 많은 사람들이 연극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뉴스핌 Newspim] 황수정 기자(hsj1211@newspim.com)·사진 아이엠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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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 항고심 결정 초읽기…정부 의료개혁 분수령 [세종=뉴스핌] 신도경 기자 = 법원이 16일 정부의 2025학년도 의과대학 증원 집행정지에 대한 판단을 내릴 예정이다. 16일 보건복지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구회근 부장판사, 배상원·최다은 고법판사)는 전공의와 교수가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정책을 멈춰달라며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 결론을 16일 또는 17일 내릴 전망이다. 정부와 의료계는 법원의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 신청 인용 여부에 따라 2025학년 2000명 의대 증원 정책 추진 여부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한덕수 국무총리가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2024.05.13 yooksa@newspim.com 이번 항고심의 쟁점은 '원고 적격성'이다. 1심은 의대 증원 처분의 직접적 상대방은 의대를 보유한 각 '대학의 장'이며 항고심을 제기한 의대생은 정부 정책에 다툴 자격이 없다며 각하 판결을 내렸다. 각하는 소송이 요건을 갖추지 못하거나 청구 내용이 판단 대상이 아닐 경우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재판을 끝내는 결정이다. 반면 2심은 '원고 적격성'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1심과 판단을 달리했다. 법원은 정부에 5월 중순까지 대학별 모집인원을 최종 승인하지 말라며 정부가 결정한 2025학년도 증원 규모에 대한 근거 자료를 요구했다. 정부는 지난 10일 법원의 요청에 따라 의대 증원 결정에 대한 근거 자료 47개와 2개 참고 자료를 냈다. 의대 증원을 논의한 보건의료정책심의위(보정심) 회의록, 의사인력전문위원회 회의록을 제출했다. 반면 의료현안협의체와 의대정원배정위원회는 보정심과 의사인력전문위원회와 달리 '법정 협의체'가 아니라 회의록 기록 의무가 없다. 정부는 회의 결과를 정리한 문서와 관련 보도자료를 함께 제출했다. 법원은 정부의 자료를 근거로 2025학년도 2000명 증원 규모에 대한 객관성과 절차적 정당성 여부 등을 검토한다. 정부의 바람대로 법원이 각하 혹은 기각(원고의 소에 의한 청구나 상소인의 상소에 의한 불복신청을 이유가 없다고 판단해 배척하는 판결) 결정을 내리면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은 객관성을 인정받아 예정대로 추진된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된다면 2025학년도 2000명 증원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법원 재항고, 본안소송 등 추가 절차가 남아 있지만, 재항고 소요 기간을 감안하면 대학별 입시요강이 확정 공시되는 이달 말까지 결론이 나오긴 힘들기 때문이다. 입시 일정 또한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법원의 결론에 따른 의료계의 복귀 여부도 주목된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지난 15일 법원이 의대 정원 증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할 경우 진료 정상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박민수 복지부 차관은 "(인용 결정)이 않기를 희망하고 그렇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인용 결정이 나면 즉시 항고해 대법원판결을 신속히 구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sdk1991@newspim.com 2024-05-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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