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아닌 주식 기부 때 5% 초과 과세
대법 “황씨·재단 특수관계인 여부 살펴야”
[뉴스핌=이성웅 기자] 180억원을 기부받은 공익재단이 증여세 140억원을 낼 뻔한 '황필상씨 사건'에 대해 대법원은 세무당국의 처분이 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법원은 서울고법이 황씨가 재단의 특수관계인 여부에 대한 심리를 누락했기 때문에 추가 재판이 필요하다고 봤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20일 재단법인 구원장학재단이 수원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구원장학재단은 수원지역 생활정보지 '수원교차로'의 창립자인 황씨와 수원교차로, 아주대 교수와 상조회로부터 3억원을 출연받아 지난 2002년 설립됐다. 황씨는 이듬해 구원장학재단에 수원교차로 주식 90%(180억원)를 기부했다.
수원세무서는 이에 대해 지난 2008년 황씨가 기부한 주식이 과세대상에 해당한다고 보고 증여세 140억원을 부과했다. 재단 측은 이에 반발해 지난 2009년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황씨의 기부가 경제력 세습 차원이 아닌 순수한 의도로 보고 비과세에 해당한다고 봤다. 그러나 2심에서는 황씨가 재산을 출연해 설립했기 때문에 황씨와 재단이 특수관계라며 증여세 부과가 적법하다고 봤다.

대법원의 생각은 달랐다. 황씨와 재단이 특수관계에 해당하는지를 2심 재판부인 서울고등법원이 제대로 심리하지 않았다는 것.
대법원은 "출연자가 재산을 출연했는지만으로 특수관계에 있는지 판단하기 부족하다"며 "나아가 정관 작성이나 이사 선임 등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야 특수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황씨가 실질적으로 재단 설립에 지배적인 역할을 했는지 심의할 필요가 있는데, 원심은 이 부분을 심리하지 않은 채 특수관계인으로 해석해 과세를 인정해 부당하다"고 꼬집었다.
또 상속세 및 증여세법의 특칙규정에 따라 황필상씨가 재단의 최대 주주가 아니기 때문에 비과세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해당 법의 취지가 공익재단을 회사의 지배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기 때문이다.
대법은 "최대주주 판별 기준 시점이 주식 출연 직전인지, 직후인지 여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진다"며 "출연 직후를 기준으로 한다면 주식을 10%만 갖고 있어 비과세 요건을 충족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에 따라 서울고법은 황씨 사건을 재심리하게 된다. 첫 소송을 낸지 약 7년 4개월이 지났지만, 확실한 결말을 맺지 못한 것이다. 황씨 측은 서울고법이 취소처분을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황씨는 판결 직후 기자들과 만나 "순수한 의도가 밝혀진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제대로 장학사업을 하는지 핵심을 봐야 한다. 탈세를 하는지 보고 그때 (과세를) 해야 하는데 왜 그런 법을 만들지 못하는지 이해를 못하겠다"고 정치권에 일침을 날렸다.
현재 국회에선 이같은 문제점 등을 해결하기 위해 발의된 '공익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이 계류 중이다.
[뉴스핌 Newspim] 이성웅 기자 (lee.seongwoong@newspim.com)












